[TV공감] '전참시'의 예,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건 한순간

신상민 기자 2018. 5. 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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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참견 시점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건 한순간이더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순풍에 돛을 단 것만 같았던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과 ‘이영자’의 행보가 역풍을 맞고 있는 중이니까. 문제는 누군가가 안일한 태도로 생각 없이 벌인 행동, 실수여도 절대 해선 안 될 실수를 방송 중에 저지른 일 때문이라는 것.

사건의 정황은 이러하다. 이영자가 어묵을 먹으며 매니저 송성호씨에게 남자를 소개시켜 달라 한 장면에 재미를 더하겠다고 뉴스 CG(컴퓨터 그래픽)를 입혔는데 하필이면 세월호 침몰 당시의 보도 영상이었다. 게다가 어묵은 일베(일간베스트)가 세월호 침몰사고로 고인이 된 사람들을 조롱하기 위해 사용했던 거라 지금과 같은 논란이 일게 된 것이다.

어떤 매체는 전참시의 제작진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며, 영상과 관련하여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미리 이야기를 나누었을 거라는 추측성 보도까지 내놓았으니, 파장이 상당함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MBC 측은 현재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1차 현장조사를 마무리한 상태다. 추측성 보도와 달리 이들이 사전에 협의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더욱 정확하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세월호 가족을 초청하여 2차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이영자는 녹화 불참 의사를 알렸고(프로그램도 이 주간 결방이다), 시청자들은 그녀가 매니저와 만드는 케미는 물론이고 그녀만의 사랑스러운 미식회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쉬워하는 중이다. 가장 속상한 건 당사자다. 본의는 조금도 섞이지 않은 오롯한 타인의 실수로 얼마 만에 찾아온 전성기가 물거품이 되어 버렸으니, 아니, 무엇보다 그 사안이란 게 일베와 관련이 되어 버렸으니 세월호 참사에 가슴 아파했던 그녀로서 이만큼 억울하고 마음 어려운 상황이 또 없는 것이다.

작은 실수에 불과한 걸 가지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석도 아니고 영향력 있는 방송매체에서, 그것도 요즘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는 대세 프로그램에서 벌어졌다. 여기서의 실수는 아무리 작은 거라도 절대 작을 수 없으며, 특히 이번 일은 조금만 신경 쓰면, 아주 기본적인 정성만 들이면 알아챌 일이었다. 평소의 인식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 할까. 한 마디로 신뢰를 잃은 것이다.

앞선 예는 수두룩했다. 그 중 하나를 들자면 JTBC ‘비정상회담’,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때 제작진이 기미가요를 트는 실수를 범함으로써, 그간 쌓아온 신뢰가 무너져 기세가 크게 꺾인 바 있었다. 기미가요는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노래로, 아무리 실수라 해도 대중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제작진의 빠른 사과에도 대중의 공분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던 이유다.

쏟아지는 여러 좋은 평들 속에서 교만했던 걸까. 안일해도 너무 안일했다. 네트워크상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대중의 반응은 예전보다 세밀해지고 빨라졌다. 이젠 플랫폼과 그에 실린 가치만 좋다면 대중에게 알려지고 각광을 받고 신뢰를 얻는 건 시간문제가 되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치명적인 실수나 오류도 그만큼 빠르게 발각되고 받는 타격도 상당해져 신뢰를 잃는 것 또한 시간문제가 되었단 소리다. 이제, 순풍을 타고 있다 순식간에 역풍을 맞아 함께 하던 출연진까지 표류를 면치 못하게 한 ‘전참시’가 대표적 예가 되리라.

좋은 플랫폼을 지닌 프로그램이라고, 딱 알맞은 출연진을 섭외했다고 여기며 반가워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폐지까지 논하는 건 시기상조다. 아직 진상 파악이 끝나지 않았으니 좀 더 기다려보고 경우에 맞는 결론을 내려야 할 테니. 솔직히 폐지는 면했으면 좋겠다. 플랫폼이 아깝고 출연진이 아쉽다. 세월호 피해자와 유가족, 이영자를 비롯하여 사죄할 대상에게 제대로 사죄하고 바로잡을 것 제대로 바로잡아,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선보일 기회를 반드시 얻길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MBC]

전지적 참견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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