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음란물, 정신은 너덜너덜..'힐링' 필요한 방심위 직원들

2018. 5. 2.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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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영화를 보는 게 직업이라고 하면 부러워할 사람들 많겠다.

그러나 매일 보는 영상물이 늘 잔인하거나 음란하다면? 엽기적 음란물 심의를 위해 출근해서 퇴근까지 눈이 벌게지도록 모니터를 봐야 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위원장 강상현) 통신심의국 직원들은 '너무 끔찍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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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직원 트라우마 방지 위해
'심리상담팀' 신설 조직 개편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하루 종일 영화를 보는 게 직업이라고 하면 부러워할 사람들 많겠다. 그러나 매일 보는 영상물이 늘 잔인하거나 음란하다면? 엽기적 음란물 심의를 위해 출근해서 퇴근까지 눈이 벌게지도록 모니터를 봐야 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위원장 강상현) 통신심의국 직원들은 ‘너무 끔찍하다’고 입을 모은다. 방심위가 지난달 조직 개편을 하면서 심리상담팀을 신설한 것은 이들이 직업상 겪을 수밖에 없는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다.

통신심의국 산하 청소년보호팀, 정보문화보호팀, 디지털성범죄 대응팀 등 3개 팀은 주로 음란·폭력·잔혹물 등의 영상을 보며 내용이 실제로 유해한지, 심의 대상이 되는지, 불법성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일을 하고 있다. 심의 규정에 따라 ‘삭제’(국내정보)나 ‘접속 차단’(해외정보) 등 여러 수위의 시정 요구를 담아 통신소위에 안건으로 올린다. 이들이 검토하는 자료는 한해 음란·성매매 정보 영상 8만5768건, 폭력·잔혹물 4628건(2016년 기준)이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이런 시각물에 노출되기 때문에 통신심의국에서 일하기를 꺼리는 이들도 많다. 최근 음란물 심의를 하는 청소년보호팀으로 배치된 여성 직원 ㄱ씨는 야동(야한 동영상)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성관계에만 집중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거나 성기 노출 등이 다반사인 동영상을 접하면서 심한 충격을 받았다. 한때 여성은 통신심의국 발령을 내지 않은 적도 있지만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면서 현재 청소년보호팀은 전체 11명 중 3명이 여성이다. ㄱ씨는 “기피 부서라고 남성들만 보내면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 통신심의가 중요하기에 지금의 경험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요즘엔 무슨 일 하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민망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직업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이 피식 웃어요. 부모님도 걱정하시고요.” 과도한 스트레스가 감당이 안 되던 그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5~10분간 짧은 명상을 하면서 평정심을 회복하려 애쓰고 있다. 그는 “신설된 심리상담팀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복기를 하며 괴로움을 다시 들춰내는 상담보다는 향기 테라피 같은 힐링 프로그램을 기대했다.

인터넷에서 차별·비하·잔혹·혐오·욕설·폭력적 시각물을 심의하는 정보문화보호팀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참수 영상 등 심각한 수준의 잔혹물은 한번만 봐도 구토를 일으킬 정도라고 한다. 정보문화팀에서 일하는 ㄴ씨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지만 잔인한 영상은 보기가 너무 힘들다. 머리가 잘리는 장면이나 내장이 선명하게 보이거나 신체 훼손의 동영상이나 사진 등 한건 한건 충격적이고 잔상이 오래 남는다. 모니터링 직후엔 밥도 잘 못 먹는다”고 말했다.

이선영 심리상담팀장은 “인터넷상의 음란, 잔혹 콘텐츠에 상시적으로 노출되는 직원들의 고충을 덜어줄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계속 있었다”며 “올해 초 새로 꾸려진 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사무처 직원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었고, 실무자들이 조직 개편 티에프에 직접 참여하면서 직원들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전문가와의 심리상담뿐 아니라 미술 전시회나 공연을 함께 관람하거나 자화상 그리기 등 집단 치유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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