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영웅 23명이 한 편에.. 화려하지만 허망한 결말
떡밥이 화려한 잔치였다. 25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감독 앤서니 루소·조 루소)는 이미 사전 예매 100만장을 넘긴 작품이다. 3년 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사전 예매량(93만장)을 넘겨 당시 흥행(관객 1049만명)을 넘어설지 궁금해진다. 전국 2563개 스크린에 걸려 사상 최대 규모인데도 소셜 미디어에선 '표가 없다'고 난리다.
문제는 뒷심이다. 24일 시사회를 연 이 영화는 내년 5월 개봉한다는 네 번째 시리즈의 149분짜리 예고편에 가깝다. 마블 캐릭터에 열광하는 팬이 아니라면 결말이 허망할 수도 있다. 항상 정의가 승리하고 인류는 구원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다. 영웅이 23명이나 되다 보니 이야기 전개가 상대적으로 흩어지기도 한다. 작년 미국 애틀랜타 촬영 공개 현장에서 본지 기자와 만났던 조 루소 감독은 "여러 개 영화를 한데 모으다 보니 복잡하고 독특하다. 거창하기도 하다.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이 영화가 실험적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블 마니아를 겨냥한 유머 코드도 엇갈린 반응을 낳는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실은 어벤져스는 해체됐다"고 할 때 브루스(마크 러팔로)가 "비틀스처럼?"이라고 묻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지지만, 외계 식물 그루트가 "나는 그루트다"는 말만 반복할 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지 않은 관객들은 어리둥절하다.
악당 캐릭터가 진화한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우주를 집어삼키고 싶어 하는 타노스도 딸 앞에선 눈물을 흘린다. 눈을 의심케 하는 압도적 화면은 기대 이상이다. '정교하다'는 말로는 마블 영화의 컴퓨터그래픽을 묘사하기 벅차다. 우주가 불타고 얼어붙은 별이 다시 타오르는 지극히 만화적 순간조차 아이맥스 화면 안에선 실사처럼 보인다. 10주년을 맞은 마블 스튜디오가 '봤어? 우린 이제 이렇게까지 그려낼 수 있어'라고 외치는 듯하다. 모든 컷이 소름 돋게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으로 채색되다 보니 영화가 끝나면 오히려 백미(白眉)가 무엇이었는지 떠오르지 않는 부작용도 있다. 너무 힘을 주고 달려서 클라이맥스가 실종된 느낌이다. 마블 스튜디오 측은 "내년 개봉될 네 번째 시리즈로 '어벤져스' 시리즈가 일단락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언맨·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한 주요 배우와의 계약이 2019년 만료된다는 얘기도 있다. 제대로 된 잔치 음식은 내년에나 맛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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