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없긴 하더라".. 귀여운 걸그룹의 불편한 메시지
[오마이뉴스 김도헌 기자]
엉뚱한 큐트 콘셉트로 매니악한 취향을 공략하는 걸 그룹 유닛(오렌지 캬라멜, 레인보우 픽시 등)의 전례를 참고한 시도 자체는 낯이 익다. 문제는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에 담긴 여러 메시지가 그리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알레르기를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고(2018년 4월 6일 <중앙일보> "알레르기 한심해"…오마이걸 반하나에 쏟아지는 학부모 항의), 유아스러운 콘셉트에 트위터 상에선 '로리타 논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설수에 오르자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오마이걸 반하나의 팝업 앨범은 하나의 이야기가 이어진 앨범으로 가사의 일부 단어가 아닌 곡 전체 맥락에 담긴 스토리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씀을 간곡히 전하고 싶습니다.
오마이걸 반하나의 타이틀곡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거나 결핍된 부분이 있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극복해 나가며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노래한 긍정적인 메시지의 곡입니다.
오마이걸 반하나의 타이틀곡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거나 결핍된 부분이 있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극복해 나가며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노래한 긍정적인 메시지의 곡입니다. 실제로 이번 앨범을 작사/작곡하신 피디님도 사과 알레르기를 겪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동화적인 재해석을 통해 만드신 곡이라고 앞서 쇼케이스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수록곡 '하더라'는 서로 다름에 대해 일반적인 시선이 주는 '오해'에 대해서 표현한 노래입니다. 서로 다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해나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입니다."
'바나나 우유 있어서 행복해'? 결여된 이해와 공감의 메시지
앨범 전체의 흐름을 제시한다는 다음 트랙 '하더라'는 오히려 그 오해를 부추기는 인상을 준다. 알레르기 원숭이들을 바라보는 일반 원숭이들은 '재수 없긴 하더라. 바나나만 골라내더라. 날씬해서 얄밉긴 하더라', '챙겨준 내 맘을 외면하더라. 한입만 먹여도 뱉어내더라' 등의 편견을 갖고 있다. '그래도 착한 앤 거 같아'라는 원숭이에게는 '너 대체 누구랑 친구야? 그 애랑 친구인 거 아냐?'라는 날선 반응이 뒤따른다.
이를 '일반적인 시선'이라 평하기는 어렵다. 다수의 취향과 의견에 부합하지 않는 소수를 등 뒤에서 수군대는 인상인데, '그 애 엄마도 매일 울고 있더라. 그 애 아빠는 집을 나갔다더라' 등 알레르기 원숭이가 겪을 고통을 언급하면서도 대화는 상호 간의 이해로 연결되지 않는다. 곡이 끝나도록 '혼자만 행복해 웃고 있더라'며 들리지 않을 추측만 할 뿐이다.
황당한 건 이 갈등의 결론이 '엄마가 손에 꼭 쥐어주신' 바나나맛 우유라는 것이다. 특정 상품 광고라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알러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설픈 대체재라는 발상은 슬프다. 굳이 바나나 우유를 먹어가면서까지 타인의 시선을 맞춰야 하는 걸까. '그래도 나는 바나나 좋아해'라는 귀여운 후렴부가 원숭이 친구들과 어울리고픈 알레르기 원숭이의 절실한 외침으로 들린다면 과장일까.
그러나 바나나 우유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아이를 두고 원숭이들은 '실실 웃고 다니더라. 결국 살짝 돌았나 보더라. 재수 없긴 하더라. 노란색 우유만 먹더라'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뿐이다. 특정 관념을 주입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알레르기로 인한 고통을 무시하고, 바나나와 비슷한 바나나 우유라도 먹어야 하는 상황을 강요하는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 뭘 구한다더라'는 그 애 아빠의 처지가 애처롭다.
바나나 우유 찾지 않아도 수군댐 없는 사회가 되어야
WM엔터테인먼트와 작곡가는 아마 애초에 이런 논란까지 염두에 두진 못했을 것이다. 오마이걸 반하나의 목적은 큐티 발랄 콘셉트를 통한 인지도 확장이고, 귀여운 세 멤버와 앙증맞은 안무가 핵심이지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의도에 없었다고 한들 그 결과가 논란의 여지를 불러온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되려 무감각한 자세가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를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다름을 덮어놓고 숨기기보단 그 자체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프로 불편러'나 '일상생활 불가능한' 발상으로 치부하기엔 고운 시선으로 볼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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