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희갑 "'킬리만자로의 표범' 조용필과 힘들게 완성했죠"

2018. 4. 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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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인 작사가 양인자와 조용필 명곡 탄생시켜…"조용필, 작곡가로도 대단"

작곡가 김희갑-작사가 양인자 부부 [KBS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조용필 씨가 (부르기 싫어) 피하려 했던 노래예요. 새로운 스타일의 곡이고 내레이션까지 무척 생소했으니까요. 기피하려는 것을 강요해서 완성한 기억이 나네요."

'가왕' 조용필(68)과 콤비를 이뤘던 작곡가 김희갑(82)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노래하는 가수도, 곡 만들고 가사 쓰는 사람도 힘든 과정에서 탄생한 노래"라며 웃음 지었다.

전설적인 명곡인 이 노래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란 파격적인 도입부 내레이션으로 기존 음악 문법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부인인 작사가 양인자(73)가 쓴 이 노랫말에 대해 "양인자 씨가 자신의 일기장에 죽 적어둔 인생관을 빗대어 표현한 가사"라고 소개했다.

김희갑은 9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데뷔 50주년을 맞은 조용필과 작업하던 시절의 기억을 꺼내놓으며 "정말 '가왕', '국민 가수'란 말이 제대로 불리고 있는 뮤지션"이라고 말했다.

김희갑은 1980년 조용필의 1집 수록곡 '잊혀진 사랑'을 작업하면서 본격적으로 그와 작곡가-가수로 인연을 맺었다. 이어 1985년 조용필의 8집에서 소설가이던 작사가 양인자와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바람이 전하는 말' 등 5곡을 함께 작업하면서 1987년 결혼했고, 부부가 콤비를 이뤄 '큐'(1989),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1989) 등 조용필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김희갑은 "나도 연주자(기타리스트)였으니 조용필 씨와 작곡가로 만나기 이전부터 잘 알았다"며 "가요계 등단 때부터 알았으니 조용필 씨의 자작곡 '창밖의 여자'가 담긴 1집에 '잊혀진 사랑'을 수록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애창곡이자, 지난 1일 평양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의 공연에서 조용필이 부른 '그 겨울의 찻집'도 김희갑의 손에서 태어났다.

그는 "1991년 중국 연변에 갔을 때 이미 북한 가수가 그 노래를 부른 것을 들었다"며 "그 후에 김정일 위원장이 '그 겨울의 찻집'을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기억했다.

양인자가 경복궁의 한 찻집에서 가사를 썼다는 '그 겨울의 찻집'은 양인자가 집필한 라디오 드라마의 주제가로, 김희갑이 조용필을 위해 만든 노래였지만 이 드라마 주인공이던 왕영은이 먼저 불렀다고 한다.

"조용필 씨를 겨냥해 만든 곡이었죠. 그런데 일본에 가 있어 한국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먼저 왕영은 씨가 불렀고, 조용필 씨가 8집을 만들 때 녹음하면서 원주인에게 찾아준 거죠."

데뷔 50주년 맞은 조용필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김희갑은 조용필과 음악적인 실험을 거듭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함께 파격적인 곡으로 꼽히는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도 그중 하나다. 이 곡에도 내레이션이 담겼으며, 노래 길이는 무려 19분56초에 달한다.

그는 "대중가요에 없는 장르"라며 "조용필 씨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고 노력한 곡"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희갑은 조용필이 보컬리스트이면서 작곡가로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조용필이 작곡하고 양인자가 작사한 '서울 서울 서울'은 당초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주제가가 되려 했다가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로 결정되면서 조용필의 앨범에 수록됐다고 기억했다.

그는 "녹음할 때 정말 집중력이 대단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전 집중력을 다잡는 모습은 정말 특이했다"며 "록에 기반을 뒀지만, 명창에게 창까지 배우며 민요를 부른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장르를 부른 가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창밖의 여자', '고추잠자리', '꿈', '간양록' 등 조용필의 자작곡을 거론하면서 "그 자신도 정말 많은 곡을 썼다"며 "작곡가로도 정말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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