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박지아 "박근혜 모티브..올림머리 신경썼죠"[인터뷰]

김수정 2018. 4. 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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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곤지암'(정범식 감독)의 흥행과 함께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담' 엄마 귀신. 한국영화 최고(?)의 귀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장면을 탄생시킨 박지아는 '곤지암'을 통해 정범식 감독과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곤지암' 촬영할 때가 '기담' 개봉 10주년이었어요. 일부러 시기를 맞춰서 만든 건 아니지만, 감독님의 '다시 같이 해요'라는 말이 주는 울림이 남다르긴 했어요."

'기담' 시나리오에 적힌 문구는 '알 수 없는 말을 빠르게 중얼거린다' 한 줄이었다. 고민에 빠진 박지아는 공연 때 했던 방언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롭게 대사를 만들었다. 

"공연할 때 방언 연기를 준비하면서 대형교회를 찾아가 봤는데, 정말 놀라웠거든요. 그때 제가 했던 대사를 앞으로, 뒤로 섞으며 새롭게 대사를 만든 거예요. 그렇게 만든 대사, 그러니까 '알 수 없는 말'을 빠르게 중얼거린 거죠. 현장에서 반응이 정말 뜨거웠죠. 공포영화를 즐겨 보거나 무서워하는 편이 아닌데, 저도 그 장면을 보고 무섭더라고요.(웃음)"

'곤지암'에는 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상징으로 가득하다. 물이 가득한 402호에 등장한 여고생 귀신, 닭 시체, 유튜브 조회수 503명, 세월호 노란 리본은 아예 대놓고 등장한다. 정신병원이 마치 박근혜 정권의 부조리, 추악함을 담아낸 축소판인 것처럼. '기담'에서 박정희의 일본 이름인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 사망일인 10월 26일을 암시한 정범식 감독이기에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곤지암'의 원장은 박근혜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원장 역시 박근혜의 유일한 취미인 탁구를 즐기고, 특유의 올림머리 역시 쏙 닮았다. 박지아는 '기담' 엄마 귀신이 안긴 부담감과 별개로 영화의 정서와 메시지를 관통하는 인물이라는 막중한 미션을 책임져야 했다.

"'기담' 때 귀신이 너무 존재감이 크다 보니까 엄마와 딸의 슬픈 사연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 아쉬웠어요. 캐릭터만 소비되는 느낌이랄까. '곤지암'에서는 원장과 환자들의 단체 사진에 나름의 사연이 담겨 있어요. 사진 자체가 참 기괴하잖아요?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겠는데 감독님께 캐스팅 전화를 받았을 때 광화문에 있었거든요. '곤지암'은 삶과 죽음의 미묘한 경계를 잘 담아낸 것 같아요. 세상은 달라지고 있는데 여전히 독재 시대를 반복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요."

실제로 박지아는 올림머리와 탁구 장면에 적잖은 신경을 썼다. 곱게 차려입고 올림머리를 한 채 탁구를 치는 원장의 자료 화면은 TV에서 보던 박근혜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킨다.

"머리를 더 높게 올리고 싶었어요. 머리 안에 많은 걸 넣고 싶었죠. 너무 과한 것 아니야 싶을 정도로 부풀려서 올리고 싶었죠. 그 머리 안이 텅 비어있더라고, 높고, 넓고, 권위적으로 만들고 싶었죠. 탁구도 공주처럼 치고 싶었어요."

김기덕 감독의 영화 '해안선'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박지아는 이후 '빈집', '숨', '비몽'까지 김기덕 감독과 다수의 작품을 해왔다. 최근 김기덕 감독이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 묻자 "적어도 제가 참여한 작품, 저한테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적어도 제가 있었던 현장, 제가 겪은 현장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라…. 제가 어떤 말을 한다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감독님이든 다른 이에게든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 감독님께 어찌 된 일이냐고 연락을 드려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어요. 저에게만큼은 감사한 감독님이거든요." 

'기담', '곤지암'처럼 박지아는 짧은 분량에도 오랜 잔상을 남기는 힘이 있다. 영화 전체를 이끄는 캐릭터가 아니더래도 박지아가 연기하는 순간 캐릭터 너머의 사연이 궁금해지는 묘한 신비로움이 뿜어져 나온다. 

"한동안은 강한 이미지를 희석시키려고 노력했어요. 미친 여자, 귀신, 트랜스젠더도 좋지만 옆에 있는 사람, 현실에 발붙인 사람 같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닦아내고 물들여가는 중이었거든요. 예전 같으면 또다시 '기담', '곤지암'으로 주목받는 게 부담스러웠을 텐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다 제가 잘해서 좋아해 주시는 거겠지, 내가 더 잘하는 게 있는 거겠지. 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오겠지.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영화 '기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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