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마더' 이보영 "모성애 강요되는 사회, 엄마는 나도 처음인데 지성만 칭찬" [인터뷰]

문수연 2018. 3. 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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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 인터뷰 / 사진=tvN 제공
이보영 인터뷰 / 사진=tvN 제공
이보영 인터뷰 / 사진=tvN 제공

[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는 어린 영혼을 만나며 자기 안에 잠재해 있던 모성애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tvN 드라마 '마더'. 극의 중심에서 열연을 펼치며 엄마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보영은 매주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며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시청자들이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데는 이보영이 진심을 담아 연기했기 때문이 아닐까. 인터뷰에서 만난 이보영은 온종일 눈물을 몇 번이나 쏟았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가 시작된 지 몇 분 되지 않아 또다시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진심을 전했다.

"'마더'를 하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눈물이 진짜 많이 났고 감사했어요. 캐릭터, 배우, 스태프가 좋았던 경우는 많았는데 이번처럼 잠 잘 자고, 대본 충분히 나와 있고, 현장 따뜻하고, 연기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준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좋은 컨디션에서 연기할 수 있게 배려받은 현장은 처음이어서 행복해요. '이런 작품이 언제 또 올까'라는 아쉬운 마음도 들어요. 제가 초고를 받았을 때가 1년 반 전인데 그때 이미 9회까지 나왔었거든요. 방송됐을 때는 14회까지 틀이 잡혀 있는 상태였어요. 저희 대본이 솔직히 어려웠는데, 급하게 읽고 가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신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어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에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이보영은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였다. 특히 이보영은 제작발표회에서 첫 질문부터 눈물을 흘리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제가 이 작품을 왜 하게 됐는지 생각하다 눈물이 났어요. 제가 아이 낳고 나서 유난히 학대 기사가 많았는데 보면서 맨날 통곡했어요. 저는 연기자다 보니까 활자를 보면 영상이 떠오르잖아요. 그래서 되게 힘들었어요. '원영이 사건' 때는 울다가 거의 기절을 했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면하고 싶은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학대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드라마를 보기 싫고 힘들 수도 있겠지만, 보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가 아동 학대 문제를 그린 만큼 이보영의 많은 감정 연기가 요구됐다. 이에 연기를 하며 정신적으로 힘들 듯 싶었지만 이보영은 "힘들지 않았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으며 스태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감정선을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 작품은 현장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몰입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마더'에서 저는 딸 윤복이(허율)를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어요. 저는 제가 그렇게 콧구멍이 커지면서 울 줄 몰랐거든요.(웃음) 너무 심하게 운 것 같아서 중간에 끊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찍으면서 감사했던 게 모든 스태프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연기할 수 있게 지켜봐 줬어요. 그래서 정말 고마웠어요. 스태프들도 드라마에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 감독님은 찍다가 우시기도 했어요. 한 신도 대충 찍는 거 없이 쌓아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런 게 공동 작업이구나' 싶고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이보영이 '마더'의 강수진을 더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었던 데는 그가 실제로도 엄마가 됐기 때문이었을 터. 실제로 이보영은 출산 후 '엄마'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마더'를 선택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모성이 강요되는 사회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출연을 결정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아이를 낳고 나서는 예쁘지 않았어요. 100일까지는 '내가 나쁜 엄마인가' 싶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관계가 쌓이면서 아이가 예뻐졌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아이를 낳으면 바로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주변에서 '모유수유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등 다들 자꾸 저를 혼내는 거예요. 그러다가 남편(지성)이 안고 있으면 '대단해' '착해' '결혼 잘 했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엄마는 똑같이 처음인데, 엄마에 대한 요구가 많은 것 같아서 사회적인 시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요. '왜 엄마는 나와서 커피 마시면 안 돼?' '엄마는 왜 예쁘게 하고 미니스커트 입으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보영은 "사회가 너무 강압적인 것 같다"며 또 다른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단유를 하러 갈 때도 울면서 갔어요. 애한테 못 할 짓을 하는 건가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남편이랑 같이 육아를 하는데, 팔 힘도 그렇고 아기는 아빠가 안는 게 더 편해요. 어느 날은 제가 남편이랑 아이 옆에서 대본을 보고 있었거든요. 어떤 할머니가 남편한테 ‘고생이 많아'라고 하시더라고요. 말없이 남편 등을 두드리고 가시는 분들도 많고요. 처음에는 의식 안 했는데 나중에는 제가 나쁜 엄마가 된 기분이 너무 싫었어요. 남자가 아기 띠 하면 '역시 대단하다'고 하고 제가 하면 '뭐 힘들다고 하냐'고 그러고. 드라마를 통해 이런 강압적인 모성애를 요구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또 낳았다고 다 엄마가 아니라는 것도요. 그런 이야기들이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어요."

실제로도, 극 중에서도 엄마가 된 이보영은 '엄마'라는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된 듯 했다. 그리고 이보영은 "저는 아기를 낳으라고 권유하고 싶지 않다"며 사회적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는 환경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해도 대기가 300번이 넘고, 일을 관둬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사회의 도움 없이는 키울 수가 없어요. 저는 아기를 낳고 어른이 된 것 같긴 해요. 그런데 누구나 해야 될 경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경험해도 나쁘지는 않지만요. 그리고 저는 진짜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직업 특성상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잖아요. 남편이 쉴 때는 애를 봐줄 수도 있고요.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해도 월급의 3분의 1일 때가 많잖아요. 그런 걸 보면 이 사회는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포기해야 할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권유할 수는 없죠. 사회적으로 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육아휴직을 남녀 다 쓸 수 있고, '칼퇴'해도 눈치 안 주는 등 제도와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진심으로 작품에 다가간 만큼 이보영은 진심이 담긴 연기로 극을 완성해냈다. 또 이보영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 스태프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노력하면서 '마더'는 호평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성과를 내기도 했다. 바로 '제1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이다.

"사실 저는 '마더'가 칸에 간다는 걸 2주 전쯤에 들었어요. 저랑 감독님만 알고 있었는데 그때는 너무 좋았거든요? 그런데 2주 지나니까 감흥이 좀 떨어진 것 같아요.(웃음) 솔직히 방송 기간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겹쳐서인지 반응에 비해 시청률이 좋지는 않았어요. 시청률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누군가 작품을 알아봐 줬다는 게 뿌듯했어요. 사실 칸에 안 가봐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많은 호평과 성과를 이룬 만큼 웰메이드였던 '마더'. 그만큼 이보영에게 '마더'는 더욱 큰 의미로 남았다. "원래 겨울 촬영이 되게 힘들거든요. 그런데 이번 겨울은 춥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마음이 따뜻했어요. 이런 작품을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마더'가 시청자분들이 가슴 한편에 뒀다가 가끔 꺼내보실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마더'로 모성애 연기를 보여준 이보영은 배우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갔고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보영은 늘 작품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도 그의 열정이 묻어 나왔다.

"'이보영 나오면 한번 봐볼까?' '이보영 나오면 재밌겠지?'라며 한 번은 채널을 돌려 봐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다 재밌어서 2회, 3회 계속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시나리오 폭이 줄어들겠죠? 그 와중에도 좋은 작품 만나서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그래도 요즘은 예전보다 역할이 늘어난 것 같아 행복해요. 앞으로도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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