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채무 갈등에 멤버 불화.. 재결합 시동 꺼진 '소방차'

이복진 2018. 3. 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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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지난해 교통사고로 앨범 활동 중단 / 김태형 "투자금 5000만원 돌려달라" 요구에 "생활고로 변제 불가능" 파산 신청.. 탕감 받아 / 해체 이후 다시 마찰.. "재결성 물 건너가"
원조 아이돌 그룹 ‘소방차’ 출신의 이상원이 생활고 끝에 개인 채무를 갚지 못하고 최근 파산했다. 특히 채권자 중에는 같은 소방차 멤버였던 김태형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4월 이상원의 신곡 발표회때 한 자리에 모인 정원관, 이상원, 김태형(왼쪽부터).
원조 아이돌 그룹 ‘소방차’의 이상원이 파산했다. 생활고 끝에 1억원가량 되는 빚을 갚지 못하고 소액 파산을 한 것이다. 특히 채권자 중에는 같은 소방차 멤버였던 김태형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두 사람은 30년 우정이 무색하게 채권자와 채무자 신분으로 법원에서 만났다. 이에 가요계 일각에서는 ‘소방차 재결합’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원조 아이돌 그룹 ‘소방차’의 이상원, 생활고에 파산·면책

이상원은 지난 2월 20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면책 결정을 받았다. 9885만7397원의 빚 전액을 탕감받았다.

이상원이 개인 파산과 면책을 신청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22일 파산선고를 했고, 올해 2월 20일 면책결정을 공고한 뒤 지난 7일 확정했다.

이상원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이일에서는 “이상원이 지난해 5월 신곡을 발표했지만 교통사고로 가수 활동을 하지 못해 수입이 전무한 상태”라며 “이런 가운데 김태형 측에서 채무 변제를 요구해 결국 파산·면책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탕감받은 채무 9885만여원은 같은 소방차 출신의 김태형(4885만7397원)과 음반투자가 강모씨(5000만원)의 투자금이다.

앞서 이상원은 지난해 5월 말 솔로 싱글앨범 ‘파티’(PARTY)를 발표하면서 10년 만에 가수 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교통사고로 중족골 골절상 6주 진단을 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개인 채무 관련 지급명령결정문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진행된 신곡 발표 쇼케이스에 참석해 정원관과 함께 축하해 줬던 김태형이 채권자로 명시돼 있는 지급명령결정문이었다.

◆채무자와 채권자로 만난 30년 지기, 이상원과 김태형

이상원은 1987년 ‘어젯밤이야기’로 데뷔한 댄스 그룹 ‘소방차’ 출신이다.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당시 ‘원조 아이돌 그룹’으로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던지고 받는 퍼포먼스와 화려한 댄스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젯밤이야기’ ‘그녀에게 전해주오’ 등의 히트곡으로, KBS와 MBC 10대 가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중이 좋아할 만한 쉬운 멜로디와 사랑에 대한 현실적이면서 솔직한 노랫말, 아크로바틱을 기반으로 한 큰 동작의 안무는 훗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R.ef 같은 후배들의 롤모델이 됐다.

데뷔 당시 소방차의 멤버는 이상원과 김태형, 정원관 3명이었으나 이상원이 돌연 이듬해 탈퇴한다. 김태형과 정원관은 도건우를 영입해 활동하지만 1990년 3집을 끝으로 해체한다. 이후 1995년 다시 이상원이 합류해 4집 활동을 시작하지만 이듬해 다시 완전 해체를 선언하며 활동을 중단한다. 10년 뒤인 2005년 계약 문제로 합류를 거부한 정원관을 제외한 김태형과 이상원이 소방차를 재결성, 6집 앨범 ‘맨스 라이프’(Man’s Life)를 발표했다. 이후 2012년 정원관이 돌아왔고, 2015년에는 ‘Again 1988’ 토크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이상원이 이번에 탕감받은 채무는 6집 활동을 하면서 투자받았던 금액이다. 당시 투자금이 없었던 이상원 대신 엔알지(NRG) 등이 소속된 뮤직팩토리의 대표를 맡고 있던 김태형과 음반투자가 강모씨가 앨범제작비와 활동비를 마련했다. 이상원은 추후 방송활동 수입금으로 갚기로 했다.

하지만 이상원 측은 당시 방송 출연료 및 행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모든 수입금은 김태형이 가져갔으며, 이상원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김태형으로부터 받아 썼다는 것이다. 그러다 김태형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사업차 중국으로 갔으며 소방차는 또다시 해체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김태형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방차로 활동할 당시에 쓴 돈과 개인적으로 빌려준 돈”이라며 “더 이상 이상원에게 돈을 갚으라고 할 이유도 없고 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원과 김태형 불화…“소방차 재결합 영영 불가”

이상원과 김태형의 불화는 이미 연예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소방차’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이상원이 활동 1년 만인 1988년에 소방차를 돌연 탈퇴한 것도 김태형과 불화 때문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소방차 결성 당시 김태형의 합류를 이상원이 반대했다는 주장도 있다. 정원관과 이상원은 KBS ‘젊음의 행진’ 댄스팀 ‘짝꿍’ 1기와 3기 출신으로, 둘은 댄스그룹을 결성할 계획이었다. 이때 정원관이 김태형을 이상원에게 추천했는데, 김태형의 합류를 이상원이 반대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이상원의 파산·면책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로써 최근 ‘젝스키스’와 ‘H.O.T.’의 재결합에 이어 제기되던 ‘소방차’의 재결합은 영영 물건너 갔다는 말이 나온다.

가요계 관계자는 “온갖 소문이 돌 정도로 이상원과 김태형의 사이가 틀어졌는데, 이번 파산·면책으로 돌이킬 수 없게 된 만큼 이상원·김태형·정원관이 모인 ‘소방차’ 완전체 재결성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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