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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뮤직]방탄소년단 제이홉은 왜 음악을 무료로 공개했나

박건욱 2018. 3. 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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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제이홉이 믹스테이프를 공개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제이홉(j-hope)이 믹스테이프 형태로 자신의 첫 솔로 작품을 선보였다. 제이홉이 믹스테이프를 공개하는 것은 방탄소년단 멤버로 RM, 슈가에 이어 세 번째다. 1년에 걸쳐 공들여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제이홉의 음원은 총 7트랙에 달한다. 제이홉은 자신의 믹스테이프를 전곡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보이 밴드 멤버의 솔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의도를 철저히 배제한 것이다.

▲뮤지션의 겸양과 진정성

제이홉은 방탄소년단을 통해 데뷔 해 올해 6년차 가수로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에 끊임없이 오르는 중이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솔로 뮤지션으로서는 완벽하게 신인이라는 태도를 보여준다. 제이홉의 믹스테이프는 ‘아직 최종적으로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는 전제를 갖는다. 빌보드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 오르는 세계 최정상급 보이밴드 멤버지만 이번 믹스테이프는 낮은 자세와 겸손한 태도로 대중들의 냉정한 검증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실제 공개된 제이홉 음원의 퀄리티는 믹스테이프라고 부르기 과분하고 아까울 정도다. 기존에 잘 알려진 비트와 트랙을 사용하는 쉬운 길을 택하지도 않았고, 녹음과 사운드 역시 준수하다.

이 같이 공들인 음원의 무료 배포라는 방식은 음악에 대한 제이홉의 진정성을 방증한다. 믹스테이프 형태의 솔로 앨범 발표는 팀이 유명세를 얻은 뒤 팀의 인지도와 화제성을 발판으로 솔로 앨범을 기획하고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업계의 관행을 거스른다. 실제로 한 장의 앨범을 100만장 넘게 팔아치우는 방탄소년단의 스케일을 고려했을 때 무료 공개라는 방식은 비즈니스 상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비단 앨범 판매량뿐 아니라 정규 솔로 앨범을 발매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솔로 공연, 각종 MD 상품의 기획 등까지 고려하면 상업적인 목적을 배제하고자 하는 의지가 명확해 진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까지 있을까 싶은 기분이 들 정도다. 그만큼 철저하게 ‘돈 보다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제이홉이 믹스테이프를 공개해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뮤비캡처

▲찾아듣는 음악의 가치

제이홉은 믹스테이프를 사운드 클라우드 구글, 미디어파이어, 드롭박스, DatPiff 등을 통해 공개했다. 이런 무료 배포 방식은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역설적으로 무료 음원인 까닭에 ‘찾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음원과 스트리밍 시대에 접어들며 음악의 소비 방식은 과거에 비해 지극히 수동적으로 변했다. 각 음원 사이트의 추천 시스템과 차트 순위가 새로운 음악을 선택하는 방식이 된지 오래며 음반 가게 앞에서 줄을 서서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 구입을 기다리는 것은 진풍경이 되고 그저 상징적인 것이 돼 버렸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은 반대로 음악을 가볍게 소비하고 쉽게 잊게 만들었다. 디바이스 환경의 변화에 따른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음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르다. 과거나 현재나 똑같이 공들여 만든 작품이 어떤 태도로 소비되는가, 리스너들에게 어떤 가치로 인식되는가는 창작자 입장에서 천양지차다. 리스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기다리고 찾아 발견한 음악과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의 의미는 전혀 다르게 남는다. 듣는 즐거움, 음악이 주는 감동, 음악과 함께 기록된 추억은 말할 것도 없다.

▲소속사 빅히트의 신뢰

냉정하게 말해 소속 아티스트가 돈이 되지도 않는 음악을 만드는 걸 소속사가 반길 리 없다. 특히 국내외에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수익이 없는 개별 활동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은 팀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울수도 있다. 설령 본인이 곡 작업부터 녹음, 믹스 마스터링까지 모든 작업을 다 주도적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티스트의 성장은 더 큰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투자가 분명하다. 하지만 소속 아티스트의 잠재력이 제때에 발현되느냐, 혹은 언제 그 가치를 금전적으로 회수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느냐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제이홉의 믹스테이프에 대한 소속사의 용인이 합리적인 투자의 방편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히트는 제이홉뿐 아니라 멤버들의 믹스테이프 제작에 대해 정규 솔로 앨범에 못지않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빅히트는 믹스테이프 타이틀곡 ‘Daydream (백일몽)’의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V앱 라이브를 통한 믹스테이프 발매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소속 가수에 대한 애정과 전폭적인 신뢰가 없이는 진행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티스트의 성장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설령 금전적인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제이홉이 솔로 뮤지션으로서 당당히 세상에 설수 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대중문화가 단순히 금전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짜여진 알고리즘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증거며,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아티스트가 탄생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건욱 기자 kun11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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