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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제천 참사, 소방관이 이길 수 없었던 싸움(종합)

뉴스엔 2018. 2. 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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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제천 화재참사, 애초에 이길 수 없는 불이었을까.

2월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제천 화재 참사에 대해 다뤘다.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건물 1층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있다. 필로티 구조로 1층이 주차장인 탓에 세워뒀던 차량으로 불길이 옮겨붙었다. 불은 맹렬한 기세로 9층 건물을 태웠다.

전쟁터 같았던 그곳에 제천소방서 지휘팀장 김종희 씨도 있었다.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여성의 전화 신고가 있었다. 고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사다리차가 왔지만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13분간 이어진 통화는 가늘어진 숨소리와 함께 끊겼다. 그날 모두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종희 씨는 "눈을 아무리 감아도 보인다"고 토로했다.

유가족 측은 이 여성의 음성을 공개했고 사망자들이 상당시간 생존했음이 밝혀지며 소방관의 구조실패가 논란이 됐다. 소방청 합동조사단 변수남 단장은 "상황수집과 전달에 소홀했다"고 말했고 경찰은 충청북도 소방본부를 압수수색했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소방관들을 조사했다. 정말 제천 참사의 비극이 소방관들 때문이었을까.

의혹을 제대로 풀고 싶은 건 유족들이고, 제대로 해명하고 싶은건 소방관이다. 가족을 잃은 아픔, 사명관을 의심받고 있는 고통. 한개의 사건으로 이들은 다른 아픔과 고통을 받고 있다.

화재 발생 한달째 되던 날 찾은 현장은 당시의 처참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29명의 사망자 중 19명이 2층에서 발견됐다. 화재 건물 인근 상인들은 소방관들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소방관이 피해를 키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사망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분향소에서 유족들을 만났다. 유족들은 2층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에 큰 의혹을 품고 있었다. 유족들도 처음엔 숨진 사람들이 탕 안에서 목욕을 하다 화재를 뒤늦게 인지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는 달랐다. 탕 안에서는 한명도 발견되지 않았다. 옷을 챙겨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엘리베이터 앞 공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층에는 또다른 비상구가 있었지만 비상구의 위치를 알리는 간판은 가려져 있었고 장으로 막혀있었다. 옷을 챙겨입은 사람들은 왜 건물을 탈출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날 2층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생존자에 따르면 1층과 2층 사이 계단 창문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창문이 열리면 차례대로 탈출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순간 1층에서 시꺼먼 연기가 올라왔고 생존자는 그때 열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탈출했다. 계단 창문 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창문으로 탈출을 기다리려 했지만 어느 순간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서 올라온 유독가스 때문이다.

소방관들에게는 2층에 있던 사람들을 구할 기회가 없었던 것일까. 소방관들은 1층 화재진압에 집중했다. 1층 상황은 그만큼 좋지 않았다. 인명구조를 할 수 있는 이들이 도착했고 건물 외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남자를 먼저 구조했다. 통화기록에 따르면 이 시각까지도 2층에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건물 내 진입은 쉽지 않았다. 주출입구는 불길에 휩싸였고 일부 사람들이 탈출한 1층과 2층 사이 계단 창문도 화염에 장악된 상태였다. 건물 측면 끝쪽에 위치한 비상계단이 있었다. 유족들은 이 비상구로 제시간에 진입했다면 구조가 가능했으리라며 아쉬워했다. 소방관 도착 후에도 이 비상계단으로 탈출한 사람들이 있다. 3층에서 이발소를 하던 김종수 씨가 비상구를 안내했다.

구조대는 오후 4시 16분 비상계단 진입을 시도했지만 연기 때문에 실패했다. 인근 상인은 "내가 배달다니니까 비상계단인 걸 안다. 소방관에게 가서 말했더니 갔다가 다시 오더라. 연장이 없어서 못 간다고 했다. 연장 가지러 간 줄 알았는데 안 오더라"고 말했다.

변수남 단장은 "2층 요구조자가 119로 3회 신고해 화재조사관에게 2회, 지휘조사팀장에게 1회 통보했다. 지휘관은 무전으로 현장 대원들에게 정보를 전파해야 함에도 이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날 소방관들의 구조활동을 끝까지 지켜봤다는 한 상인은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뭐라고 해야 할까. 밧줄 타고 내려온 분은 1시간인가 걸렸다"고 말했다. 당시 사다리차는 수차례 사다리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사람들은 2층 유리창을 깨달라고 요구했지만 골든타임은 끝났다. 유족은 "왜 유리창을 안 깼느냐. 비상구로 올라가 2층 문을 왜 안 깼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제천소방서장 등은 직위 해제됐다.

구조는 안한 것일까, 못한 것일까. 그 차이를 확인하는게 의혹을 푸는 과정이다. 소방관이 현장에서 미흡했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로 건물 오른쪽에서 현장을 본 사람들이다. 발화지점인 1층 주차장에서는 약간 거리가 있다. 하지만 건물 왼편에서 화재 현장을 본 사람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인근 상인들은 "우린 다 도망가는데 소방관들이 들어오더라. 대단하다 생각했다", "불을 꺼야지. 안에 사람이 있어도 불을 꺼야 들어가는데. 아무리 소방관들이 옷을 다 입었어도 불구덩이에 들어가는건데"라고 말했다.

건물 옆에는 2톤짜리 LPG 탱크가 있었다. 가스 탱크 근처에 도착한 소방차. 소방관들은 가스 탱크 폭발을 막기 위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그 와중에 지나가는 행인까지 보호했다. 이날 현장에 첫번째로 출동한 소방관은 13명이었다. 그중 진압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4명. 건물 진입보다 LPG 탱크 진화를 우선적으로 한 지휘팀장 김종희씨. 경험 때문이었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4분 여간 화염에 노출됐던 가스 탱크. 5분 이상 노출이 지속됐다면 폭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가스 탱크를 설치한 업체 쪽은 해당 가스 탱크에는 세이프티 밸브가 있기 때문에 폭발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이프티 밸브가 있어도 폭발 가능성은 있다. 만약 이 탱크가 폭발했다면 반경 89m 이내에 있던 사람 2명 중 1명이 2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건물 인근엔 마트와 학교, 아파트 등이 있었다. 폭발시 파편의 위력은 그 이상일 수 있다.

세이프티 밸브 마저 무력화 시킨 화염. 폭파하면서 인근 건물에 불이 옮겨 붙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들이 가스 탱크 진압에 우선적으로 나섰던 건 옳은 판단이었다고 말한다. 유가족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건물에 집입할 수 없었는지에 의문이 있다고 말한다.

구조대는 에어매트를 이용해 건물 벽면에 매달려 있던 남자 구조부터 시작했고 이 남성을 구하는데 9분이 걸렸다. 에어매트는 각 모퉁이마다 사람이 필요하다. 당시 구조대장은 "구조 후 비상계단을 알았다. 화염을 지나서 2층 계단 중간 조금 위까지 진입하는데 엄청난 열기가 느껴지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방화복 입었다고 뜨거운 걸 못 느끼는건 아니다. 방화복은 잠깐이다. 화염에 잠깐 노출됐을 때다. 열을 차단시키는 옷이 있는데 그런 옷은 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이 열약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당시 비상계단 상황에 대해 "화재 역학적으로 불이나면 기본적으로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 상황과 사진을 종합해 판단할 때 고온의 연기가 매우 빠르게 비상계단을 통해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은건 하나, 2층 통유리를 깰 순 없었을까. 건물의 천장 자재와 주차 차량이 동시에 불타면서 최소한 편의점 100개가 동시에 타는 것과 마찬가지의 열기가 있었다.

전문가는 "다른데는 아무 문제 없고 2층에 특히 많으니까 집중적으로 2층만 구조하기 위해 돌입하라. 건물을 포기하자. 이 정도로 지휘 방침이 설 수 있다면 그냥 사다리차로 충돌해서 깨도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런 상황이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김종희 팀장은 무전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현장 대원들과 정보교환이 수월하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제천 소방서 무전기는 대부분 아날로그 방식으로 디지털 무전기는 단 7개 뿐이다. 구형이고 노후화가 많이 됐을 것이다.

소방관들은 각자 임무가 나눠지고 그에 맞춰 훈련을 한다. 방화복을 입은 이들이 진압대원, 헬맷을 썼지만 방화복을 갖춰입지 않은 이는 행정대원, 파란 헬멧은 지휘관이다. 영상 속 에어매트를 든 이는 행정요원이다. 빨간 헬멧은 구조대원이다. 현장에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적은 인력과 뜨거운 열기를 견디고 통유리를 깼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화재 뒤 감식을 해보니 각 내부 천장에 화염이 있었다. 화학적 반응과 산소, 가연물이 합쳐지면 백드래프트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오히려 불길을 못 잡아 건물이 전소하거나 폭발해 대원들까지 다칠 수 있는 상황. 불길을 잡는 것이 우선일 수 밖에 없었지만 7명의 진압 대원들에게 불길은 너무 거셌고 4명의 구조대원도 건물에 매달린 사람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을 살리지 못한 것이 죄송하다는 소방관들에게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당시 구조대장은 "유류가 산재해 있는 상태에서 불이 나 유류가 퍼져버렸다. 그랬을 때 아니면 순식간에 그렇게 불이 나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김종휘 지휘팀장도 "테러인 줄 알았다. 그 정도 불이면 골든타임이 지난거다"고 지적했다. 불이 처음부터 기이할 정도로 강력했다는 것이다.

미 방재 전문가 제임스 듀이는 "차에서 차로 불이 옮겨갈 땐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차량이 한번에 탔다. 그래서 불길이 컸다. 이 과정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건 예열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발화시점으로 알려진 시간보다 더 이른 시간 불이 발생했고 몸집을 키운 뒤 모습을 드러내 힘이 매우 컸다는 것이다. 건물 1층 천장 안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동안 드라이비트가 함께 불타며 화염이 거세진 것으로 추정됐지만 전문가들은 드라이비트를 태우기 전에 이미 화염 강도가 최성기를 이뤘다고 진단한다. 괴물처럼 태어나자마자 너무도 강력했던 화염. 그런데 이미 알려진 발화시점보다 이전에 천장 안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인근 상인은 "3시 20분 정도에 1차적으로 불이 나서 카운터 직원이랑 사장님이 1차로 불을 껐다더라"고 말했다. 그날 2층 목욕탕 안에는 중요한 인물이 있었다. 여탕 세신사다. 불이 나기 몇시간 전 건물주에게 해고됐다는 그는 불이 나자 탈출했다. 이 상인에게 1차 화재에 대해 이야기 한 이가 바로 이 세신사다. 세신사에게 이 말을 해준 이는 화재 직후 탈출한 카운터 직원이었다. 세신사는 "3시 20분 쯤 불이 났다. 1차로 불이 난걸 자기들이 잡았고 껐다"고 말했다.

1차 화재 목격자는 "내가 카운터에 나왔을 때 출입문을 열고 나오니까 매캐한 냄새가 나서 주위에서 뭘 태우나 했다"고 말했다. 화재 당일 오후 3시 25분께 건물을 나섰다는 이 목격자는 "천장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건물 관계자 2명이 소화기로 불을 껐다고. 목격자는 "불이 끝난 줄 알았는데 자꾸 불이 내 차 쪽으로 번져 와서 차를 뺐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려진 발화시점보다 20여분 전에 연소가 시작된 듯한 모습이 보이는 CCTV를 확인했다. 또 천장에는 EPS라는 단열재가 붙어있었다. 저렴하지만 가연성으로 불에 잘 타는 재질이다.

비슷한 환경을 만들고 실험을 해봤다. 스포츠센터는 동파를 막기 위해 천장 배관에 전기 열선을 감아놨고 여기서 누전이 발생하며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순식간에 커졌지만 외장재가 그릇처럼 불길을 담고 있다 일정 시간 후에 밖으로 불길이 나왔다. 물로 진화 작업을 해 보이는 부분의 불을 껐지만 불은 다시 발생했다. 1차 화재를 진압한 것으로 믿었던 건물 관리인들은 2차 화재 후에도 초반엔 119에 연락하지 않고 직접 불을 끄려고 했다고 알려져있다. 불이 성장기를 막기 전에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데 불은 이미 천장에서 20분 넘게 몸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는 "천장 부분에 가연성 재료가 있다는건 치명적이다. 스크링쿨러가 있다고 해도 손댈 수 없다. 또 수평방향으로 확산속도가 매우 빨라진다"고 말했다.

건물의 방화구획이 제대로 돼 있었다면 피해를 줄였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모로 이 건물은 안에 있던 사람들, 밖에 있던 소방관들에게는 불리하고 오로지 불에만 유리한 상태였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천장 단열재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대한민국의 수없이 많은 건물들이 가연성 물질로 가득 차있다.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보고. 주된 내용은 사실상 소방관계자들에 대한 질책이었다. 정작 중요한 국토교통부는 불참했다. 건축 구조와 소방의 융합적 부분이 생기지 않으면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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