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TV세상>'돈꽃', 기다려지는 '명품 막장'

기자 2018. 1. 23. 14: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MBC 주말극 '돈꽃'(사진)이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그동안 MBC 주말극은 '막장의 온상'으로 지목받았었다.

반면에 똑같은 불륜, 악인, 복수, 재벌가 등을 다뤄도 극이 치밀하고 사회와 삶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으면 그 작품은 막장이 아니라 명작의 반열에 올라선다.

명품 막장이 아닌 그냥 명품인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BC 주말극 ‘돈꽃’(사진)이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그동안 MBC 주말극은 ‘막장의 온상’으로 지목받았었다. 배우 이유리를 국민 악녀로 등극시킨 ‘왔다 장보리’도 MBC 주말극으로, 방송 기간 내내 막장드라마 논란에 휩싸였다. ‘돈꽃’도 제목에서부터 돈을 내세우면서 재벌가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막장드라마일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극이 시작된 이후 시청자의 찬사가 이어지면서 단순히 막장드라마라고만 할 수는 없는 ‘명품 막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막장은 막장인데 잘 만든 막장, 뭔가 품격 있는 막장이라는 것이다. 소재를 기준으로 막장드라마를 분류하기 때문에 이런 평가가 나온다.

‘돈꽃’은 재벌가의 ‘개’ 노릇을 하는 변호사 강필주(장혁)의 이야기다. 강필주는 청아그룹 오너인 장국환(이순재)의 장손, 장부천(장승조)을 회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혼외자 정리 등 오너가(家)의 사적인 잡음 처리도 그의 몫이다. 그런데 정작 강필주 본인이 장 씨 집안의 혼외자였다. 그의 어머니와 동생을 장부천의 친어머니가 사주해 죽였다. 강필주는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기고 청아그룹의 개로 일하며 장부천을 회장으로 만든 후 일격을 가하려 한다. 장부천은 그의 어머니가 사통해 낳은 아들로, 강필주의 모친을 죽게 한 범인이 바로 장부천의 친아버지다. 진짜 장손은 장부천이 아닌 강필주였던 것이다. 한편 청아그룹 집안은 유력 정치인의 딸과 장부천을 정략결혼시키는데, 장부천의 아내와 강필주가 사랑에 빠진다.

이런 식으로 출생의 비밀과 불륜, 혼외자, 복수 등이 얽혀 있으니 전형적인 막장드라마로 오인된 것이다. 하지만 막장을 판별하는 기준은 소재가 아니다. 소재로만 막장극을 분류한다면 인류의 고전 중에서도 막장의 오명을 쓸 작품이 부지기수다. 저 유명한 ‘오이디푸스’부터가 출생의 비밀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막장과 명작을 가르는 것은 완성도다. 막장드라마는 극을 치밀하게 구성해 개연성 있게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극을 주기 위해서 설정한 극적인 장치들을 남발하면서 시청률을 올린다. 얼굴에 점찍고 다른 사람이 되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냥 속아 넘어간다는 황당한 설정이나, 멀쩡하던 인물들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극의 무게중심이 순식간에 이동한다든가, 악인이 전지전능에 가깝도록 모든 일을 손쉽게 처리해 주인공을 압박하는 설정 등이 그렇다. 이렇게 전개가 ‘막 나가기’ 때문에 막장드라마라고 하는 것이다. 또, 막장드라마는 단지 자극을 위한 자극, 재미를 위한 자극을 나열할 뿐 그 속에 사회적 의미나 삶의 의미를 담아내지 않는다.

반면에 똑같은 불륜, 악인, 복수, 재벌가 등을 다뤄도 극이 치밀하고 사회와 삶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으면 그 작품은 막장이 아니라 명작의 반열에 올라선다. JTBC ‘밀회’와 ‘품위있는 그녀’, SBS ‘풍문으로 들었소’ 등이 바로 그런 작품들이다. ‘돈꽃’도 이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작품성을 보여준다. 긴장을 풀 수 없는 전개와 배우들의 진중한 열연, 재벌가 경영권 다툼의 개연성 있는 묘사가 ‘돈꽃’을 명품으로 만들었다. 명품 막장이 아닌 그냥 명품인 것이다. 지난주 정체를 드러낸 강필주가 과연 청아가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모처럼 방영일이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문화평론가

[문화닷컴 바로가기|소설 서유기|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