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지각 결혼식' 3년 만에.. "여보, 잘 가오" 아내 떠나보낸 송해
"여러분 나 따라서 노래 하나만 해요.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
22일 오전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방송인 송해(90)가 찬송가를 불렀다. 아내석옥이(83)씨를 떠나보내며 부른 마지막 노래. 손으로는 아내의 관을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석씨는 송씨와 함께 감기로 지난 8일 병원에 입원한 뒤 급성 폐렴과 패혈증으로 병세가 악화되면서 지난 20일 세상을 떠났다. 입원 전까지 특별한 지병은 없었다.
석씨는 이날 대구 달성군 옥포면 '옥연지송해공원'에 안치됐다. 이곳은 고인(故人)의 고향이자 통신병으로 군 생활을 하던 송씨가 석씨를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하다. 송씨는 1951년 1·4 후퇴 당시 고향인 황해도 재령에서 혼자 남한으로 피란해 내려왔다.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갔던 길이 임시훈련소로 향하는 길이었고 군에 입대해 통신병으로 복무했다. 송씨는 휴가증을 받아도 가족이 없어 갈 데가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상관이 송씨를 집에 데려가곤 했는데 그곳에서 상관의 여동생이었던 석씨를 만나 1952년 가정을 꾸렸다. 월남한 처지라 친척이 없던 송씨는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다.
2015년 말 이들은 한 방송에서 못다 올린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63년 만의 일이다. '전국노래자랑' 악단의 연주에 맞춰 석씨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입장했다. 신부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송씨는 직접 쓴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송씨는 편지에서 "'얘야 조심해라' 어머니 마지막 말씀을 뒤로하고 혈혈단신 떠나온 나에게 옥이 당신은 너무나 크고, 삶에 의지를 준 여자였다"고 고백했다.
65년이 넘는 결혼 생활 동안 1남 2녀를 두었지만 슬픔도 있었다. 1974년 대학생 아들을 오토바이 사고로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결혼식 편지에서 송씨는 "다 키운 자식을 잃고 마음을 가다듬지 못하고 벽을 향해 한없이 울고 앉아 있자 '여보 그만 하오' 하고 달래던 당신에게 시끄럽다고 소리를 친 게 무진 후회스럽구려…. 가는 세월에 다 묻어버리고 자식들 희망 삼아 옥이 당신과 함께 왕성하게 살아갈 거요"라고 약속했다.
송씨의 약속은 3년도 채 되지 않아 무색해졌다. 남한의 첫 가족이었던 석씨가 떠나면서 송씨는 66년 만에 다시 혼자 남았다. 송씨는 아내에게 띄우는 마지막 노래가 끝나자 고인의 관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잘 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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