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낭랑 18세' 한서경 "전 재산 잃고 신용불량자, 악몽같았다"

이우인 2018. 1. 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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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이우인 기자] '낭랑 18세' '소양강처녀'를 부르며 1990년대 초부터 인기를 끈 가수 한서경이 사업 실패와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은 사실이 21일 TV리포트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한서경은 4년 전 지인의 권유로 빙수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큰 빚을 지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산 일산의 아파트 가격까지 반 토막이 돼 이중고를 겪었다.

가수 생활 25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바쁘게 살아온 아내이자 엄마 한서경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악재. 노래처럼 밝고 건강할 것만 같았던 한서경의 뒤늦은 고백에 많은 사람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전 재산 잃은 후 부친상 '불행' 

한서경은 4년 전 지인의 권유로 빙수 사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정확히는 돈만 건넨 상태였다. 시작도 못 해보고 실패해서 빚더미에 앉았다"고 토로했다. 한서경이 빙수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5억 원. 설상가상으로 비슷한 시기에 산 일산의 아파트 가격은 반 토막이 났다. 18억 원에 해당하는 빚으로 불었다. 

"이자가 어마어마했어요. 그나마 행사 뛰며 버는 돈으로 2년 정도는 버틸 수 있었죠. 그런데 금융위기로 불어닥친 불황여파로 트로트 행사가 반이나 줄어든 거예요. 수입도 줄었고, 이자를 내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어요. 신용불량자가 되니 모든 신용카드가 정지됐죠. 이런 경우가 처음이나 보니 두려웠어요.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죠." 

한서경은 빚을 갚기 위해 집과 차 등 돈이 되는 물건이면 가리지 않고 처분했다. 개인회생을 신청했고, 돈 3000만 원을 들고 남편, 아들과 경기도 광주로 이사했다. 월세집을 얻어 생활하기 시작한 한서경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방송은 해야 하고, 무대에서는 웃어야 했다. 아들이 알까 봐 보는 데선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왔다. 제주도에 계신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것. 이 사고는 당시 뉴스에도 실렸다. 함께 살던 어머니 또한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에 장녀인 한서경도 공황장애와 성대결절, 두드러기에 시달렸다.  

◆ 자존심 누르고 뒤늦은 고백의 계기 

모든 상황은 한서경을 궁지로 내몰았다. 친하다고 생각한 연예인 선·후배들한테 힘겹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돈을 빌려 봤지만, 전부 거절당했을 때 받은 한서경의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한서경은 "단돈 10만 원이 수중에 없어도 빌릴 수가 없었다. 백 번은 생각하고 부탁했는데 거절을 당했을 때는 다음에 어떻게 봐야하지,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다. 도둑질도 아니고, 사람이 실패를 할 수도 있는데,라며 내가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얼른 다시 일어나는 것만이 답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때 문득, 한서경에게 떠오른 생각은 가수로 활동하며 간간이 했던 강의였다. 한서경은 "5년 전 '내 인생에 박수를'이라는 강의를 했는데, 강의가 끝난 후 50대의 한 아주머니가 내 손을 꼬옥 잡으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내 강의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며 고마워했다.

"한서경 하면 힘차고 밝은 이미지가 있고, TV 속 내 모습은 너무나 강해 보이고 해결사일 것 같거든요. 그것이 아닌 반전의 이야기를 오늘 꺼내야 해서 굉장히 고민이 많이 됐고, 용기가 많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5년 전 그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절 이끌었습니다." 

◆ 희망 나누는 '공감 강의'로 새로운 출발 

자신의 강연에 삶의 위로를 받은 아주머니의 일은 한서경을 강의의 세계로 인도했다. 한서경은 스타강사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권영찬닷컴을 찾아갔다. 그녀는 "권영찬 대표와는 라디오를 오래 진행하며 친분이 있었다"라며 "권 대표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누나 왜 이제 왔어요' 하더라. 그 말 한 마디에 그간 힘들었던 마음이 위로받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새 출발을 앞둔 한서경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빚을 포함한 모든 불행에 대해서도 "이 모든 게 강의 주제가 되는구나, 감사하단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하는 그녀. "'너도 그랬니?' '당신도 그랬어?' 말 하나도 다른 사람에겐 희망이 된다. 이젠 지식이 아니라 체험한 일로 자신 있게 강단에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서경의 강의에는 어려운 용어는 없다. 공통된 주제는 '마음'이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 한 마디로 시작해 마음을 치유하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는 강연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강연 중간에는 25년 가수 생활의 특기를 살려 즉석에서 주제에 맞는 노래도 한서경이 직접 부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니 행복하다.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려니 설렌다"는 한서경이다. 

그런 가운데, 한서경을 지탱해준 고마운 사람이 있다. 이유도 묻지 않고 큰 돈을 몇 년째 빌려주고 있는 제주도 친구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색하지 않고 웃어주는 하나뿐인 아들이다. 한서경은 "제주도 친구에겐 돈보다 더 큰 보답을 하겠다 다짐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들에겐 "알아서 잘해줘서 엄마가 힘이 된다"며 애정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끝냈다. 

한편 한서경은 1992년 '낭랑 18세'로 데뷔, 그해 MBC 10대 가수 가요제 신인상을 수상했다. 흘러간 노래를 젊은 감각에 맞게 부른 이른바 '랩 트롯'의 선두주자다. 라디오 프로그램 DJ,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활약해 왔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KBS, 한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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