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가 '착하게 살자'를 외치는 아이러니 [첫방기획]

조혜진 기자 2018. 1. 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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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각종 사건사고로 누리꾼들의 비난을 사고 있는 YG가 ‘착하게 살자’는 교훈을 주겠다며 교도소 소재 예능을 제작했다. 그것도 사건 사고 없이 활동 중인 소속 연예인 세 명을 데리고 말이다.

지난 19일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착하게 살자’가 첫 방송됐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서 제작했으며 죄를 짓고 처벌을 받는 실제 과정을 공개하는 국내 최초 사법 리얼리티를 표방한다.

단순 교도소 체험이 아닌 구속부터 재판, 수감까지 실제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또한 현실감 넘치는 연출을 위해 법무부 협조 아래 실제 경찰서, 법원, 구치소, 교도소에서 촬영했으며, 현직 교도관, 경찰관 및 법조인들도 직접 참여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배우 김보성, 박건형, 가수 김종민, 작곡가 돈스파이크, 방송인 유병재, 그룹 위너 김진우, JBJ 권현빈 등 7명의 출연자 중 김보성, 박건형, 유병재, 권현빈의 구치소 생활이 그려졌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을 교도소에 보내기 위해 시험 카메라를 통해 범죄 요건을 성립할만한 가상의 사건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친구가 뺑소니를 치고 도와달라고 할 경우’ 등 조심하지 않으면 누구나 연루될 수 있는 범죄에 대해 보여줘 경각심을 일깨웠고, 구속된 뒤의 과정을 담아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 교도소를 소재로 가져온 예능인만큼 방송 전부터 각종 논란과 우려를 낳았고, 그 우려는 그대로 화면에 담겼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교도소라는 소재가 예능을 통해 웃음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염려를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1회에서는 실제 수용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아 범죄 미화에 대한 가능성은 낮췄지만 희화화 극복에는 실패한 모습이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촬영이 진행됐다고는 하나 출연자들이 웃기려 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들과 여기에 등장하는 BGM 등을 통해 해당 공간에서의 행동이 웃음으로 소비됐다. 한복을 입고 잡혀온 유병재, 김보성의 흘러내린 바짓단 등에 웃음을 참는 출연진들, 그리고 구치소에서 생활하면서 나오는 말, 행동들에 따라 ‘미스터리남’ ‘바른생활남’ 등의 별명을 붙여주는 모습 역시 해당 공간에 대한 희화화 우려를 더욱 굳혔다.

또한 죄를 짓지도 않은 이들에게 억지로 죄를 부여하는 설정과 그들이 실제 감옥에서 고통스럽게 생활하는 모습이 썩 공감을 사지도 못했다. 속옷까지 전부 벗고 항문 검사를 받은 출연자들이 “수치스럽다” “온몸이 인수분해되는 느낌이었다”고 하는 등의 모습은 이들이 겪는 감정 노동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하기도 했다.

특히 프로그램을 제작한 YG에서는 소속 연예인들이 유독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경우가 잦았다. 앞서 박봄, 지드래곤, 탑, YG 산하 레이블 소속 쿠시 등이 마약 파문으로 물의를 빚고, 그에 대한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아 매번 논란이 되었던 것. 소속 연예인이 이례적 면죄부를 받아왔기에 누리꾼들의 비판을 사는 건 당연했다. 여기에 각종 불법행위 관련 이슈에 대해선 묵묵부답 행보를 내놓거나 늦장 대응을 해온 YG가 경사엔 빛의 속도로 공식 입장을 내놓는 등의 판이하게 다른 대응 방식으로도 누리꾼들의 화를 돋웠다.

그리고 해당 회사가 내놓은 프로그램은 준법정신을 고취시키는 최초의 교도소 소재 예능. 또한 사건 사고 없이 활발히 활동 중인 YG 소속 유병재, 위너 김진우, YG 산하 YG케이플러스 소속 권현빈이 출연해 교도소 생활을 한다. 이 같은 아이러니에 제작발표회 당시 유병재는 “‘왜 이렇게 교도소에 직접 가면서까지 촬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YG에서 연예인들을 감옥을 보내는 건데 왜 나랑 진우가 가야 하는 거지. 나 말고도 감옥 갈만한 사람들이 더 있는데 왜 제가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장 크게 들었다”고 일갈했다.

이처럼 ‘착하게 살자’는 ‘누구도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친절히 알려주기 위해 대중의 호감도가 낮은 장소에 가 민낯을 보여주고, 죄 없는 사람이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는 것을 관찰한다. ‘교도소는 이런 곳이니 착하게 사세요’를 생각해보게 해준다는 의도는 좋았으나 이날 1회는 해당 소재를 예능에서 다루면 안 된다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낼 뿐이었다.

‘그럴 의도가 없다’하더라도 시청자들이 해당 소재에 저도 모르게 익숙해진다는 건 심히 염려스러운 일이다. 끔찍한 곳이라는 인식과 교도소라는 공간에 대한 희화화가 동시에 이뤄지고, ‘착하게 살자’는 외침을 YG가 나서서 하겠다고 하니. 프로그램이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YG|착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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