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TV세상>'화유기'사태, 한국 제작시스템의 한계

기자 입력 2018. 1. 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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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화유기'(사진) 사태로 한국 드라마 제작 풍토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사에서 제작사, 하청사로 이어지는 층층시하 '갑을병정' 구조라든가, 제작진의 저임금 철야 작업 관행 등을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문제는 제작진이 시청자 반응을 보면서 만들기 위해 선제작을 꺼린다는 점인데, 정 그렇게 방영과 함께 제작하려면 일주일에 한 편만 방영해야 한다.

상식적이고 안전한 시스템으로 제작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확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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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화유기’(사진) 사태로 한국 드라마 제작 풍토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화유기’는 ‘서유기’를 모티브로 해서 손오공과 우마왕 등이 현대 서울에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환상의 커플’ ‘미남이시네요’ ‘최고의 사랑’ 등을 쓴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신작이며 전역한 배우 이승기의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주목받았다.

방송 2회 만에 초유의 사고가 터졌다. 컴퓨터그래픽 후반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촬영원본이 방송되더니 급기야는 방송 도중에 중단돼 버렸다. 과거에도 드라마 후반부에 사고가 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초반에 터진 적은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초유의 사태인데, 더 충격적인 일이 알려졌다. 드라마가 시작되던 날 새벽에 제작진이 추락해 하반신 마비에 이른 대형사고가 있었는데도 방송을 강행했다는 것이 뒤늦게 공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언론노조 등에서 반발하며 큰 파문이 일었다. 방송사 측은 제작인력 보강 및 제작진의 주 1일 이상 휴식을 보장하겠다는 개선책을 내놨다. 그래도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다.

파문이 큰 이유는 이것이 ‘화유기’ 한 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일주일에 두 편을 촬영과 동시에 방송하기 때문이다. 흔히 ‘생방송 드라마’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휴식 시간이 보장될 수 없다. 드라마 한 편 찍을 때마다 수명이 줄어든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연기하다 ‘컷’이 안 떨어져 연출자를 돌아보니 그새 잠들어버렸다든가, 촬영감독이 졸면서 촬영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드라마로 뜬 스타급 배우들이 영화로 넘어가서 드라마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도 이런 제작환경 문제가 크다.

단순히 제작진의 고생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한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촉박하게 만들다 보니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컴퓨터그래픽은 필연적으로 조잡해진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업계는 생방송 드라마의 관행을 유지해왔다. ‘설마 무슨 일 생기랴’하는 안전불감증이다. 하지만 ‘화유기’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이승기가 지난해 11월 전역했는데 12월에 방송을 시작했다. 기함할 정도로 촉박한 일정이다. 사고가 안 터지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일정인데도 방송사는 밀어붙였다.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이대로라면 사고는 언제든 또 터질 것이다.

방송사에서 제작사, 하청사로 이어지는 층층시하 ‘갑을병정’ 구조라든가, 제작진의 저임금 철야 작업 관행 등을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기본적으로 일주일 두 편 제작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초치기로 밀어붙이다 보면 사고는 필연이다. ‘하면 된다’ 속도전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미리 상당 부분 선제작해야 한다. 문제는 제작진이 시청자 반응을 보면서 만들기 위해 선제작을 꺼린다는 점인데, 정 그렇게 방영과 함께 제작하려면 일주일에 한 편만 방영해야 한다. ‘화유기’는 두 편 방영일 뿐만 아니라 편당 분량도 90분 가까이 될 정도였다. 애초에 무모한 도전이었다. 근본적으로 사람 귀한 줄 알아야 한다. 상식적이고 안전한 시스템으로 제작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확립돼야 한다. 지금까진 촉박한 시간, 빠듯한 예산으로 태연히 사람을 쥐어짜 왔다. 그것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화유기’ 사태가 말해준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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