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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까칠남녀' 제작진이 밝힌 '성소수자 특집' 방송 이유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17. 12. 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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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의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어떻게 존중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EBS1 '까칠남녀-성소수자 특집' 1부 (사진='까칠남녀' 캡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폭력이 사회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들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까칠남녀는 '교실'을 콘셉트로 성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배워가는 시간을 가진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성 소수자 인권 및 성적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본다."

지난 25일, EBS1 '까칠남녀'는 성소수자 특집 2부작 중 1부를 방송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결국은 그들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물음으로 시작된 방송은, 예고 안내가 나간 후부터 곤혹을 치렀다.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이들의 공격 때문이었다.

보도자료와 예고편이 공개된 23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까칠남녀' 담당 PD는 협박 문자와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또,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에서부터 아예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담긴 글이 1천 건 이상 올라왔다.

동성애는 성경에 나온 가르침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논리와, 동성애자는 문란하며 에이즈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아닌 주장을 뒤섞은 글이 다수였다. '까칠남녀'는 성소수자들을 옹호할 것이 분명하므로, 방송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였다. 불만을 제기한 이들은 '성소수자 특집'이 주님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에 편성된 것조차 문제 삼았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는 방송 당일 성명을 내어 "대한민국은 지금껏 동성애자를 박해한 역사가 없는 나라다. 그런데 어떻게 국민동의 없이 국민세금으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이 이런 논쟁거리인 내용을 성탄절에 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단 말인가"라며 EBS에 방송 취소를 촉구했다. 오는 28일에는 EBS 사옥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 계획도 밝혔다.

반동성애 세력의 비난 속에서도 EBS1' 까칠남녀-모르는 형님 성소수자 특집' 1부는 무사히 방송됐다. 이날 방송은 JTBC 예능 '아는 형님'을 패러디한 '모르는 형님'으로 꾸며졌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LGBT라고 통칭) 전학생이 한 명씩 나와 성소수자를 만나본 적 없거나 모르는 것이 많은 '형님'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콘셉트였다.

지난 2015년 87%의 찬성률로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김보미, '퀴어문화축제'를 8년 동안 이끈 조직위원장 강명진, '까칠남녀'의 고정 패널이자 '이기적 섹스'를 쓴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 국내 1호 커밍아웃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가 각각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로서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는 LGBT라는 용어 설명은 물론, 세간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 채 방송에 나오게 된 이유와 네 사람이 각자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된 계기 등이 고루 담겼다.

김보미 씨는 "(사람들은 우리 보고) 조용히 하라고 해. 조용히 살고 나오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하는데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싶은 우리의 권리가 있다. 그래서 더 떠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한희 씨는 연민 어린 시각으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았음에도 거절하고 '까칠남녀'에 나온 이유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오해를 풀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지난 25일 방송된 EBS1 '까칠남녀-성소수자 특집' 1부 (사진='까칠남녀' 캡처)
많은 이들이 헷갈려 하는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의 차이를 LGBT 전학생들이 직접 알려주기도 했다. 강명진 씨는 성별 정체성이 '나는 누구인가'를 뜻하고, 성적 지향은 '나는 누구를 바라보는가'를 뜻한다고 설명해 MC 박미선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성별 정체성이 "자신의 성별을 어떻게 인지하고 인식하고 인정하는가의 문제"라면, 성적 지향은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 끌리는가"에 초점을 맞춘다고 부연했다.

◇ "우리 사회는 '다름'을 얼마나 용인할 수 있을까"

'까칠남녀' 제작진은 2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성소수자 특집'이 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무조건적인 미화나 옹호가 아니라 젠더 교육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저희 프로그램은 성별에서 오는 차별을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남녀로 구분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문화와 폭력이 발생해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상황인 만큼, '까칠남녀'를 통해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어떻게 존중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는 의미다.

성소수자 혐오는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부분도 있다고 봤다. 그래서 정말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을 ABC에서부터 풀어보자는 의도로 '아는 형님' 패러디를 해서 예능적인 포맷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동성애를 무조건적으로 미화, 옹호하는 입장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젠더 교육이다.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제대로 이해시킬 필요를 느꼈고, '다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용인할 수 있는지, 우리가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얼마나 존중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고자 했다."

제작진은 "방송 내용에 오류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걸 다루는 것 자체를 문제시해서 방송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도 덧붙였다.

크리스마스에 편성된 것에 대해서도 "녹화하고 나서 방송 날짜를 정하다 보니 크리스마스였던 것이다. 교인들이 이 부분을 언짢아한다는 걸 알지만, 의도를 가진 편성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반동성애 진영에서 방송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고, 사옥 앞 집회까지 준비하고 있는 만큼 '까칠남녀' 출연진-제작진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다들 너무 열심히 참여하고 즐겁게 녹화했다. 2부작이 온전히 잘 나갈 수 있을지를 패널 모두들 궁금해 하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방송과 제작진을 공격하는) 연락이 오고 있긴 하지만, 종합편집을 거친 뒤 방송은 예정대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BS1 '까칠남녀-성소수자 특집' 2부는 내년 1월 1일 오후 11시 35분에 방송된다. 2부에서는 'LGBT 나를 맞혀봐'라는 퀴즈 코너를 중심으로 전학생들이 직접 말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다룰 예정이다.

EBS1 '까칠남녀-성소수자 특집' 2부 예고편 (사진='까칠남녀' 예고편 캡처)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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