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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1명만 남았다".. 노무현 수사검사 3인의 위기

김태훈 입력 2017.12.1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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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를 담당한 검사 3인방 중 2명이 구속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서 대검 중수부의 칼날을 온몸으로 막은 이가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제 1명만 남았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15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검찰은 2차례 영장 기각의 아픔을 딛고 3번째 영장 청구 만에 박근혜정부 청와대 ‘왕수석’ 구속이란 월척을 낚았다. 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 손을 들어줬다.

우 전 수석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이자 노 전 대통령 사건 주임검사였다. 2009년 4월30일 대검 청사에 피의자로 출석한 노 전 대통령을 앞에 앉히고 신문한 이도 우 전 수석이다. 당시 조사에 입회했던 문 대통령은 훗날 회고록에서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검사들 태도가 오만하기 그지없었다”고 밝혔는데 우 전 수석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전 수석이 노 전 대통령에게 “당신은 이제 대통령이 아닌 피의자일 뿐입니다”라고 다그쳤다는 증언도 있다. 물론 우 전 수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8년 만에, 그리고 문재인정부 출범 7개월 만에 우 전 수석은 수의를 입고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당시 우 전 수석의 상사는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이었다. 그는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2011년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팀에서 홍 전 검사장의 역할은 언론 브리핑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피의사실 공표와 직결된 이른바 ‘논두렁 시계’ 논란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9년 4월22일 KBS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생일선물로 스위스제 명품시계 2개를 건넸다’는 취지의 특종 기사를 보도했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홍 전 검사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해 보도가 사실상 맞는 내용임을 시인했다.

이튿날 언론 브리핑에 나선 홍 전 검사장은 “우리(검찰) 안에 형편없는 ‘빨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 내부의 나쁜 빨대를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말했다. 빨대란 특정 기자에게 정보를 흘려주는 취재원을 뜻하는 은어다. 홍 전 검사장의 다짐과 달리 빨대 색출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변호사로 변신한 홍 전 검사장은 지난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관련 법조비리 사건으로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팀의 최고 책임자는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검사장)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논두렁 시계는 국정원 작품”이라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논두렁 시계 의혹 조사를 위해 그와 접촉을 시도했다. 이 전 검사장은 “지금 입을 열면 다칠 사람이 많다”며 조사받길 거부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아직 국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의뢰로 검찰이 논두렁 시계 보도를 둘러싼 경위 파악에 착수하자 이 전 검사장은 입장문을 내놓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만일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제가 잘못한 점이 있어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귀국하여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수사검사 3인 중 이제 유일하게 남은 이 전 검사장의 앞날이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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