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한샘 성폭행 사건, 꽃뱀 누명까지 '분노'(종합)

뉴스엔 2017. 12. 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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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한샘 성폭행 사건이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12월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한샘 성폭행 사건을 다뤘다.

밤 사이 그녀가 겪은 일은 지난 24년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김지영(가명)씨와 밤을 함께 보낸 남자는 선약이 있다며 먼저 떠났다. 이후 남자는 계속 연락을 해왔지만 차마 대답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지영씨. 하지만 무시할 자신은 없어 더더욱 없었다고 한다. 지영씨는 남자를 성폭행범으로 고소했다.

김지영 씨는 "점점 내가 당한게 맞구나. 혹시나 신고 안하면 앞으로 그날 일을 이용해 나를 또 불러내 그런 짓을 할 수 있겠구나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건 지난해 12월 대학과 기업간의 산학협력 일환으로 실시된 실습에서였다. 그 남자 강모 계장은 실습생을 담당하는 기업의 교육팀 계장이었다. 교육생들 사이에서는 무섭기로 유명했다. 특히 여자 교육생들에게 심할 정도로 무안을 주곤 했다는 강계장의 주요 타깃이 김지영 씨였다.

교육기간 내내 불편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180도 달라진건 한달간의 교육이 끝날 무렵 벌어진 한 사건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함께 교육받던 동기들과 술을 마시던 지영씨는 잠시 화장실에 갔다. 소리가 나서 위를 보니 남자 손이 쑥 들어왔다. 놀란 지영씨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고 동기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그때 유난히 화를 내며 범인을 잡겠다고 비상구로 뛰어간 남자 동기가 있었다. CCTV가 있다는 사실이 알게 되자 그 남자 동기는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했다.

김지영씨는 "남자애들끼리는 원래 그런 장난 친다고 남자인 줄 알고 따라들어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교육동기들은 "평소 괜찮은 형이었다. 장난인가보다", "바른 이미지였고 궂은 일 나서서 잘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남녀 화장실은 구분돼 있어 착각하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이런 일을 처음 한 것이 아니었다. 동일 범죄로 집행유예 중이었다. 결국 그는 구속됐고 징역 8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김지영씨를 누구보다 도와준 이가 강계장이었다. 그런 강계장의 모습에 지영씨는 물론 동기들도 그를 다시 보게 됐다고 한다. 김지영씨는 "교육할 때는 많은 애들을 교육해야 하니까 일부러 그랬나. 원래는 착한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강계장의 협조로 몰카 사건이 순조롭게 마무리 됐다. 하지만 김지영씨는 강계장을 성폭력 가해자로 신고했다. 몰래 카메라 사건 담당 수사관은 "새벽에 자기가 강간 피해를 입은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놀랐다. 자초지종은 모르지만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에 분노했었다"고 말했다.

강계장은 자신이 왜 성폭행범으로 고소당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강계장 측 변호인 김형민 변호사는 "신고 내용을 몰랐다. 다만 교육담당자는 여직원이 왜 이럴까. 아무 일도 없었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술을 둘이 마시게 됐고 자연스럽게 모텔에 갔고 감정에 이끌려 그런 관계가 이루어졌다. 두 사람의 관계는 썸을 탄 관계"라고 주장했다.

김지영 씨는 "좋아해도 그렇게 하는 게 말이 되나? 좋아하면 절대 그렇게 행동 안한다"고 말했고 김형민 변호사는 "모텔에서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강간인지 아닌지는 신만의 영역이다"고 말했다.

김지영 씨는 지난 10월 한 포털사이트에 장문의 글을 올려 지난 10달간 자신이 겪은 성폭행 사건을 폭로했다. 논란에 휩싸인 한샘 성폭행 사건이다. 일부에서는 한샘 불매운동도 벌어졌다. 그러나 김지영씨가 글을 올린지 6일 후 성폭행범으로 신고됐던 남성이 해명글을 올리며 사건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남성은 사건 전후 김지영씨와의 SNS 글을 함께 올렸다. 일상적이고 친근해 보이는 대화가 담겨 있었다.

성폭력 범죄는 특성상 CCTV나 목격자가 없어 진술과 정황증거로 범죄 여부를 판단한다.

김지영 씨가 한샘 수습사원으로 정식 출근한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당시 교육받던 동기들과는 떨어져 홀로 본사에 발령받게 된 그녀에게 강계장은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지영씨는 팀 전체 회식을 했고 강계장은 그런 지영씨를 걱정하며 계속 문자를 보냈다. 자정이 되기전 회식이 끝났고 강계장과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고마움에 술 한잔을 사겠다고 제안했고 두 사람이 만나 맥주 몇잔을 마시고 일어나니 새벽 2시가 다된 시간. 강계장은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온 뒤 지영씨를 데리고 모텔로 향했다. 김지영 씨는 "'내가 너한테 뭐 하냐? 이야기 하게 들어와'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몰카 사건 때 누구보다 자신을 보호해준 사람이라 큰 의심 없이 들어갔다는 지영씨. 모텔에 들어가니 강계장은 "너 나 좋아하지 않냐. 난 너 좋아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영씨가 나가려고 하자 강계장은 지영씨를 침대로 던지고 옷을 벗긴 후 겁탈했다고 한다. 강계장은 180cm가 넘는 키에 건장한 체구를 가졌다. 힘으로 그를 이길 수 없었다고 한다.

김지영씨는 "성범죄 관련해 도움을 많이 줬던 사람이라 나한테 성범죄를 저지를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강계장은 술집에서 나와 편의점에서 맥주를 산 것은 맞지만 모텔에 간건 강계장의 독단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차 안에 가서 마시면서 평소 호감이었다고 고백하고 같이 이야기 하고 모텔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는 것. 모텔로 가서도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눈 것일뿐 강제성은 없었다고 한다. 김지영씨가 콘돔을 착용해달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형민 변호사는 "허락을 받고 하는게 아니라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진행되는거잖아요. 감정이 앞서고 의도치 않게 관계가 있었던 부분과 있어 혼란스럽게 했다면 미안하다. 하지만 이런건 강간은 아니지 않느냐는거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리 됐다. 담당 수사팀 계장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성폭행 증거로 병원 진료 기록과 손등의 상처를 증거로 제출했다. 수사관은 "그 내용이 강제적 성관계를 분명하게 입증한다 판단하기가 곤란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는 담당 조사관이 바뀌어 수사가 늦어졌고 모텔 CCTV는 지워져 있었다. 해당 모텔 직원은 "경찰이 온 적도 없다. 그 사건 때문에 CCTV를 보여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수사를 했다는 직원과 기억에 없다는 직원들. 경찰은 현장 수사보다 지영씨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불기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연락이 잘 안됐고 고소 취소장이 접수돼 종합적으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지영씨는 사건 한달후 고소를 취하했다. 김지영씨는 "계속 찾아왔다. 전화를 계속하고 고소 취하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징계를 받은 강계장은 계속 고소를 취하해달라며 찾아왔다는 것.

강계장 측은 강요나 협박은 없었으며 오히려 김지영씨 측이 고소취하를 먼저 약속했다고 한다. 변호인은 "강제하거나 재촉한 적은 없다. 1월 20일 내가 그 여직원에게 오해를 풀게 있으며 풀라고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화해의 의미로 서로의 약속을 녹음으로 남기기도 했다며 공개했다.

하지만 지영씨 지인들은 강계장의 주장이 허위라고 말했다. 지영씨의 변호사 선임 등을 도와준 교육동기 신민철(가명)씨는 강계장이 교통사고로 입원한 지영씨를 찾아온 것을 여러차례 목격했다. 그는 "협박 비슷한 것도 있었다. 지영이는 솔직히 힘이 없고 집에 알리지도 못해 혼자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지영 씨는 "몰카 찍은거 고소 취하해달라고 회사 다른 선배가 전화오고, 교통사고도 합의해달라고 연락오고..너무 벅찼다.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다. 자포자기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지영씨에게 고소 취하 전 연락을 취했다고 주장했지만 지영씨 휴대폰 복구 결과 경찰로부터 온 전화를 확인할 수 없었다.

당시 두 사람은 한샘에 다니고 있었고 강계장은 지영씨 상사였다. 이는 직장내 성폭력 범죄에 들어간다. 우리사회는 다양한 법적 제도를 통해 직장 내 성폭력 예방에 나섰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회사도 사건의 잘잘못을 가릴 의무가 있다.

경찰에 신고한 뒤 김지영씨에게 한샘 인사팀장에게 연락이 왔다. 법무팀에게 제출했던 진술서가 법적으로 문제가 많으니 함께 수정하자고 했다고 한다. 직접 두가지 수정안을 써주며 하나를 써보라고 했다고. 1번은 강제로 성폭행 당했지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2번은 강제 수준은 아니었고 처벌과 회사상 징계를 원하지 않는다였다. 사내 연애로 치고 해프닝으로 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강계장의 징계는 해고에서 정직 3개월로 낮아졌다. 하지만 김지영씨는 풍기문란 행위로 10% 감봉 대상이 됐다. 김지영 씨는 회사를 계속 다니기 위해 문제 삼지 않았지만 사내에 소문이 퍼졌고 김지영씨는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았다. 소문이 없는 곳으로 부서를 옮기고 싶었다는 지영씨에게 연락온 인사팀장은 만나서 상담을 해자고 했다고 한다.

인사팀장은 김지영씨를 부산 횟집에 데려가 1인당 15만원짜리 코스를 사줬다고 한다. 회사 공금으로 비싼 회를 사주며 자신이 젊은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참을 자랑했다. 업무 얘기는 숙소에서 하자는 말에 회사에서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해보니 예약된 방이 하나였다.

갑자기 돌변한 인사팀장의 모습에 김지영씨는 동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시 바삐 빠져나오려 했지만 인사팀장이 지영씨를 못 가게 막았다고 한다. 김지영씨는 "갑자기 누우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지영씨는 동기에게 전화해달라고 문자했으나 답이 없자 또다른 동기에게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동기는 "다급하게 전화가 오더라. 내가 전화를 건 것처럼 '여보세요' 하더니 나보고 언니라고 하면서 당황하면서 말하더라. 도망가려고 그런 식으로 말했다"고 말했다. 리조트 앞에서 지영씨를 기다렸던 동기 김정석씨는 "무슨 일 있었는지는 말을 안하고 넋이 나가 있어 보였다. 나도 캐묻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인사팀장의 문자는 그가 지영씨를 추행하려 했던 정황을 보여준다. 한샘은 인사팀장을 해고했지만 공식적인 이유는 횡령이었다. 게다가 한샘 내부에서는 김지영씨가 꽃뱀이라는 소문이 들었고 김지영씨는 휴직했다. 회사는 여성 상대로 하는 회사라 입단속을 부탁하기도. 결국 김지영씨는 복직을 앞두고 포털사이트에 자신이 겪은 일을 폭로한 것이다.

김지영 씨 측 김상균 변호사는 "법무팀에서 일을 처리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거다. 인사팀장이 나서면서 이런 일이 생긴거다"고 말했다.

한샘 측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지영씨가 풍기문란 징계를 받은 이유에 대해 "풍기문란은 강계장의 징계 사유고 김지영 씨 징계사유는 허위보고였으며 표기를 잘못했다"고 말했다. 진술서를 바꾼건 인사팀장의 권유였는데 한샘은 왜 지영씨에게 허위보고라는 징계를 내린 것일까. 한샘 측은 인사팀장의 독단적인 행동이었기에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회사의 태도만큼 지영씨를 절망하게 한건 강계장이 지영씨와 나눈 대화를 공개한 뒤 김지영씨가 공개적으로 꽃뱀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태경 교수는 "객관적으로 둘이 그 정도로 친밀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윗사람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고 이걸 보고 호감이 있는 사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분은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해 왜곡되고 지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동기들 역시 그것은 김지영씨의 화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인들조차 납득하기 어려운건 사건 당일 지영씨의 문자다. 지영씨가 사건 당일 강계장에게 왜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일까. 김지영씨는 "당장 얼굴을 봐야돼서 답장을 한거다. 소문이 날까봐 무서웠다"고 말했다.

김태경 교수는 "피해자분이 반응을 꽤 오랫동안 안하다 2시간 있다 반응을 보였다. 무응답이었던거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대화가 된다. 문답, 문답한다. 사건 직후에는 초반에 제대로 된 답을 안한다. 피해자가 계속 동문서답한다. 사귀기로 한 뒤 연인이 첫 성관계를 하고 다음에 나눈 훈훈한 메시지로 보기 어렵다. 피해자가 둘 간의 성관계를 합의했다는 추측하게 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나영 교수는 "사람들은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적대적 관계이기를 원한다. 가해자는 뿔 달린 괴물이고 피해자는 아주 순수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그 이분법적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지 않다. 심각한 성폭력 범죄일수록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피해자라고 하는 상이 있다. 순결한 여성, 적극적으로 피해 상황에서 죽을 만큼 대응해야 하는 여성이라고 보는거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얼마나 죽을만큼 거부했느냐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에릭남, 타이거JK, 유병재, 표창원 의원 등은 성관계에 있어서 동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차 마시는 것'과 비교해 말하는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또 실제 성범죄 피해 사진을 공개하고 제보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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