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을 보러 간 미국 팬은 누구일까

아이즈 ize 글 김영대(음악평론가) 2017. 11. 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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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김영대(음악평론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의 무대에 방탄소년단의 ‘DNA’가 울려퍼졌다.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오른지 5년만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 뮤지션이 가까운 장래에는 다시 오를 수 없을거라 여겨졌던 곳이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측은 방탄소년단이 신인급 아티스트이고, 외국 뮤지션임을 우려해 미국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의 무대를 제안했지만 굳이 단독 공연을 관철시켰다. 시상식 장내를 울린환호는 그 선택을 정당화 했다. 미국 팝 아티스트들의 호의적인 태도, 주류 미디어의 집중적인 조명은 현재 방탄소년단이 가진 상업적 잠재력과 위상을 반영하는 부분일 것이다. 여전히 미국 대중들에게 낯선 K-POP ‘아이돌’ 이라는 카테고리가 홀로 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K-POP의 성공을 거론할 수 있다. 딱히 틀린말은 아니다. 실제로 K-POP은 지난 5년간 국내외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K-POP 앨범이 빌보드 탑200과 아이튠즈 차트에 오르는 것도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마지막처럼’이 등장했다. 브로드웨이에는 극작가 제이슨 김(Jason Kim)의 뮤지컬 ‘K-pop’이 초연되었다. 미국 문화의 메카인 맨하탄에서, 그것도 K-POP의 시스템과 연습생의 성공담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소재가 되고 초회 매진을 기록한 것은 이제 케이팝의 위상이 전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사건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K-POP이 해외에 얼마나 알려져있는지와 같은 문제로 갑론을박 하는 동안 더 큰 일들이 벌어지고 또 빠른 속도로 그 국면이 전환되고 있다.

K-POP 페스티벌 ‘케이콘’에는 올해 LA에만 유료관객 8만명이 몰렸다. 매년 새로운 라인업이 꾸려지지만 관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장에서 수년간 지켜본 바, 미국내 케이팝의 주력 팬들의 인종구성은 더이상 아시안 커뮤니티 중심이 아닌 유럽계 미국인, 라티노, 아프리카계 미국인등으로 눈에 띄게 재편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중산층 이상의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한인도 아닌 평범한 미국인들이 수백불에 달하는 경비를 지불하고 미국 전역에서 이 행사를 보기 위해 모여드는 모습은 분명 K-POP이 만든 ‘현상’적 인기의 단면이다. 하지만 이런 양적인 성장은 현재의 K-POP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단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그렇다. 현재 그들의 인기와 ‘현상’에 가까운 폭발력은 K-POP의 성장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는 어떤 독특한 지점에 대한 분석을 요구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의미있는 것은 이들이 전세계 음악시장, 특히 그간 K-POP의 마지막 도전과제처럼 여겨졌던 북미시장의 진출에 있어서 전형적인 상업적 책략을 활용하기 보다 음악이 가진 보편적 매력과 인간적 매력, 그리고 팬덤과의 소통을 무기로 밑바닥에서부터 대중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대형기획사, 프로모터, 방송국으로 대표되는 제도권 시스템의 전폭적인 지원을 거의 받지 않았던 방탄소년단의 미국 진출과 성공은 그 자체로 K-POP의 새로운 모델처럼 보인다. 이들은 영어로 녹음한 싱글 한 곡 없이 미국내에 강력한 지지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빌보드 및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이 같은 파급력을 놀라워하면서도 재빠르게 소화하고 있다. 한국이 아이돌 음악에 대한 편견을 채 버리기도 전, 정작 팝의 메카인 미국은 한국에서 출발해 글로벌 팝 스타로 새롭게 부상한 ‘BTS'를 마침 자국내 공석이 되어버린 아이돌의 새로운 얼굴로 받아들일 준비를 마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팬덤의 힘은 주목할 부분이다. 2014년 케이콘 이후 북미와 남미등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방탄소년단의 팬덤 A.R.M.Y는 강한 결속력과 유대감을 가졌다. 그들은 더 이상 국내팬덤, 혹은 미국내 한인 및 아시안 커뮤니티에 부속되지 않은 채 SNS를 매개로 다양한 인종과 민족, 도시로 확장하고 결합한다. 이것이 한국 대중음악의 세계화에 있어 태생적인 한계로 여겨진 언어적, 지역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AMAs가 방탄소년단의 미국 진출에 있어 정점이 아니라 시작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미국에서 A.R.M.Y를 중심으로 모인 국적과 인종을 넘은 팬덤은 지금 그들의 영향력에 눈을 뜨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방탄소년단을 홍보하며 열광하는 그들의 움직임은 미국 음악 시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팬덤이자 기존 미디어가 미처 알지 못한 매력적인 시장이다. K-POP이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팬덤까지 결합해 단지 ‘한류’가 아닌 개별 문화권을 중심으로 한 하위문화로의 이행, 그리고 그것을 넘은 새로운 모델의 등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사이, 케이팝은 우리 생각보다도 훨씬 더 크고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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