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니엘 벗은 몸, 병풍 된 여성들.. SBS 예능이 미쳤다

이은솔 2017. 11. 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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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SBS 예능 <마스터키> 가 매회 욕을 먹는 이유

[오마이뉴스 글:이은솔, 편집:김준수]

SBS가 새 예능 <마스터키>를 선보였다. 출연진들이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어 마스터키를 가진 캐릭터를 찾아내는 추리 게임 방식으로, 10월 14일 시작했다. KBS와 MBC의 파업으로, 타사 예능이 결방된 가운데 야심 차게 내놓은 신작이다. 토요일 저녁 6시 황금시간대에 방송되고, 엑소, 워너원, 슈퍼주니어, 위너 등 인기 아이돌이 총집합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3~4%에 머물고 있다. 시청자들의 평가도 박하다. 밑도 끝도 없이 '너 악마지?', '저는 천사예요'와 같이 근거 없는 의심과 영혼 없는 부인을 반복하는 지루한 전개도 문제다. 하지만, 비판에 한몫하는 건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불편한' 장면들이다.

1. 탈의실에 카메라를 왜 설치하나요?

 <마스터키>에서는 남성 출연자들이 탈의하는 과정을 방송에 내보냈다.
ⓒ SBS방송화면갈무리
마스터키 1화에서는 정장을 입고 있던 남성 출연자들이 팀별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등장했다. 탈의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들이 윗옷을 벗고 맨몸이 되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 장면에서 개그맨 이수근이 워너원 강다니엘의 몸을 칭찬했고, 탈의실 옷장 쪽에 설치된 카메라는 강다니엘의 복근을 클로즈업했다. 출연진 모두가 윗옷을 벗은 장면이 한참 노출된 이후 화면은 까맣게 전환되며 '마스터키는 심의규정을 준수합니다'라는 자막이 흘렀다.

성적 대상화는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몸도 자본이 되고, 외모는 상품 가치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상파 방송에서조차 이런 장면을 봐야 할까? 모두가 옷을 갈아입다 말고 잘 가꾸어진 타인의 몸을 살펴보고, 만지기까지 하는 모습은 너무나 노골적이다.

심지어 이 장면의 배경은 탈의실이다. 아무리 연출된 장면이라지만 탈의실은 사적인 공간이다. 외모지상주의와 관음증이 뒤섞인 괴상한 장면이다. 이미 성적 대상화를 잔뜩 한 후 익살스러운 척 '심의규정'을 언급하는 자막도, 센스 있다기보다는 기만적으로 느껴진다.

2. '냉수 샤워', '생크림 범벅' 벌칙, 재밌나요?

 추운데 '냉수 샤워' 벌칙 내리는 장면들, 정말 재미있나요?
ⓒ SBS방송화면갈무리
<마스터키>는 신개념 심리게임을 표방하며 다양한 게임과 벌칙을 내세운다. 그렇지만 게임들의 룰은 10여 년 전 < X맨>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나 발전이 없는 것은 가학적인 벌칙이다.

1회에서 엑소 백현은 춤을 추는 동안 100초를 정확히 세야 하는 미션에서 실패했고, 양동이로 찬물을 붓는 '냉수샤워' 벌칙을 받았다. 갑자기 물을 뒤집어 쓴 백현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박장대소'라는 자막과 함께 다른 출연자들이 박수를 치고 웃는 모습이 등장했다. 2회에서는 은혁이 미션에 실패해 얼굴에 케이크를 던지는 벌칙을 받았다. '생크림 범벅'이라는 자막과 함께 역시나 모두가 웃는 장면이 나왔다.

출연자들을 괴롭히는 벌칙을 보며 시청자들은 왜 '박장대소' 해야 할까? 심지어 2회에서 물벼락을 뒤집어 쓴 구구단 세정은 웃음을 잃지 않고 머리를 휘날리는 장난을 쳤는데, 이를 두고 제작진은 '물벼락도 웃음으로 승화하는 극강의 털털함'이라는 자막을 붙였다.

이유도 없이 과도하게 출연자를 괴롭게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벌칙이 불편하다는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 1박2일>이 '입수는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며 한겨울 계곡에 맨몸의 출연자들을 떠밀 때부터 이런 과도한 벌칙이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개연성도 없이 가학적이기까지 한 벌칙들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이제 시청자들의 수준도 올라갔다.

3. 여성 출연자는 '꽃'인가요?

 <우산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여성출연자가 남성출연자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 SBS방송화면갈무리
<마스터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불균형한 성비다. 출연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대결을 펼치는데, 각 팀에는 남성 출연자가 10여 명, 여성 출연자가 1명씩 배치된다. 매 회마다 바뀌는 여성 출연자들은 각 팀의 홍일점 역할을 하고, '공주님'으로 불린다.

1회에서는 '우산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게임이 등장했는데, 남성 출연자들이 달려와 앞에 선 여성 출연자를 '공주님 안기' 방식으로 먼저 안아 들면 이기는 방식이었다. 게임에서 여성은 '트로피'처럼 서서 남성을 기다리는 존재로, 남성들은 경쟁해 여성을 쟁취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5회에서는 각 팀의 남자 멤버들의 벌칙을 레드벨벳 웬디와 여자친구 예린이 대신 받는 장면이 등장해 SNS에서 논란이 됐다. 웬디는 닭털이 쌓여 있는 침대에 엎어지는 벌칙을 당했고, 이 역시 웃음으로 소비됐다. 팬들은 적극적으로 게임을 하는 역할은 남성에게 맡기면서 왜 벌칙은 여성이 받냐고 비판했다.

여성을 '공주님'이라고 부르며 숭배하는 것과 게임에서 역할을 맡기지 않는 방식으로 배제하는 것은 언뜻 반대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현상이다. 여성들은 실제로 이러한 숭배와 배제를 경험한다. '여자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이유로 중요한 역할은 남성이 맡고, 여성들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만을 부여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남성 중심적 사회를 유지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마스터키>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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