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내 안 늙었지예?"..키워드로 본 나훈아 '드림 어게인'콘서트

김향미 기자 2017. 11. 5. 11: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트로트의 황제’ 가수 나훈아(70·최홍기)가 11년간의 ‘여행’을 마치고 무대 위로 돌아왔다. 그는 2006년 데뷔 40주년 콘서트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훈아는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드림 어게인’ 콘서트로 컴백했다.

“하나, 둘, 셋, 나훈아!” 공연 오프닝을 앞두고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나훈아의 이름을 불렀다. 막이 열리고 드디어 나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 ‘홍시’ ‘너와 나의 고향’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몰라’ ‘당신아’ 등 9곡을 부를 때까지 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잊으라 했는데 잊어 달라 했는데”란 구절로 시작하는 ‘영영’을 부를 때 마침내 그의 얼굴이 메인무대 양옆 대형 스크린에 클로즈업됐다. 하얀 치아를 한껏 드러내고 ‘씨익’ 웃는 표정, 나훈아였다. 이날 나훈아 측은 공연사진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드림 어게인’ 콘서트 첫날 장면을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나훈아 ‘드림 어게인’ 콘서트 포스터. 예아라, 예소리 제공

■인사 = 노래 ‘영영’을 다 부른 그는 먼저 자막을 통해 “첫인사를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몰라서, 노래 한 곡을 준비했다”고 했다. ‘예끼 이 사람아’란 노래였다. 코러스단이 “어디 갔다 이제 왔나. 어디서 무얼 했나. 소문에는 아프다던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왜 그리 무심했나. 걱정했네 이 사람아”면서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가사로 노래했다. 나훈아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적지 않은 이 나이에 힘든 세월 겪으면서 혼자 울고 웃으면서 인생 또다시 배웠다”고 노래로 답했다. 객석에서는 “괜찮아요”라는 말이 여기 저기서 터져나왔다.

나훈아의 복귀 첫인사가 이어졌다. “얼굴 찡그리고 살기엔 인생이 짧습니다. 확실하게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미안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말로 못합니다. 여러분이 괜찮다 하면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것 저 구석에 처박아두고 얼굴 두껍게 해서 내 오늘 알아서 할 낀 게. 노래를 11년 굶었습니다. 계속하자면 밤새도록 할 낍니다.”

■눈물 = 나훈아는 ‘사나이 눈물’ 노래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했다. 남미에 가기 위해 미국에 들렀을 때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한국 라디오 방송에서 ‘사나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차를 세워두고 노래를 들으면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웃음이야 주고 받을 친구는 많지만/ 눈물로 마주 앉을 사람은 없더라/ 취한 김에 부르는 노래/ 박자 없는 인생의 노래/ 아 뜨거운 눈물 사나이 눈물.’(‘사나이 눈물’ 중)

나훈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몇 소절은 미처 부르지 못했다. 나훈아는 노래 맨 마지막 ‘사나이 눈물’ 구절을 ‘나훈아 눈물’로 개사해 불렀다. 그는 첫 공연을 하면서 몇 번 눈물을 보일 뻔했다. 그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이 화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복귀 소감이야 말로 다 못한다지만 눈물이 그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했다.

지난 3일 오후 나훈아 ‘드림 어게인’ 콘서트가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앞에 콘서트 포스터가 걸려 있다. 김향미 기자
지난 3일 오후 ‘나훈아 드림 어게인’ 콘서트가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앞에서 입장을 위해 관객들이 줄 서 있다. 김향미 기자

■카리스마 = 나훈아가 복귀한다고 했을 때 예전처럼 노래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왔다. 그는 첫 공연에서 120분 동안 20여곡을 라이브로 소화하면서 게스트를 부르지도, 영상을 틀지도 않았다. ‘몰라’처럼 신나는 리듬의 노래를 부를 때는 춤을 추기도 했다. ‘청춘을 돌려다오’를 부를 때 그는 민소매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다. 무대 장악력도 뛰어났다. 부리부리한 두 눈에 힘을 주면서 말을 하다가도, 이내 “이히히히~”하며 애교 섞인 웃음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직접 준비한 공연 답게 그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오케스트라와 밴드, 코러스를 이끌면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노래를 시작할 때 “가자!”라는 강렬한 한마디가 인상적이었다. 객석에서는 “오빠”라는 환호가 연신 흘러 나왔다.

■위로 = “마흔 안쪽 되신 분들이 잘 알아야 합니다. 먹고 사는 기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어무이 아버지들 좋아하는 노래 준비했습니다.” 그는 기타 두 대의 연주에 맞춰 ‘울어라 열풍아’ ‘추풍령’ ‘나그네 설움’ ‘옥경이’를 메들리로 불렀다. 아버지와 남편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남성들의 이야기를 노래한 신곡 ‘남자의 인생’을 부를 땐 “요즘은 남자들이 힘들다지요”라며 위로를 건넸다.

“내 안 늙었지예?” 나훈아는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재치 있는 입담으로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공연 중반 이후 한복으로 갈아입고 무대에 선 나훈아는 ‘공’이란 노래를 열창했다. 그는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살다보면 알게돼 버린다는 의미를”이란 가사를 곱씹으며 관객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보따리 메고 돌아다니면서 ‘행복이 어디있나’ 이렇게 보니까 행복은 욕심, 욕망 뒤에 오므리고 붙어서리 욕심이 없어지면 조금 내밀고 욕망이 없어지면 더 내밀고 하는 것”이라며 “행복하게 사는 게 최고”라고 했다.

■꿈 = 11년 전 떠날 때 나훈아는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인데 꿈이 고갈돼가는 것을 느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꿈을 찾아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서 (꿈을 찾아) 지구 5바퀴를 돌았다”고 했다. 여행지는 대개 빌딩이 없는 오지였다. 공기가 맑으니 별이나 달이 밝아 그 뒤에 숨은 꿈도 잘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는 웃음 섞인 말로 함께 나이든 관객들에게 “세월을 막을 순 없다”고 했지만 “(공연을 통해) 청춘을 돌려주겠다”고도 했다. 그는 공연 중 “드림 어게인!”을 연호했다. ‘드림 어게인’은 공연 이름이자 지난 7월 발표한 나훈아의 새 앨범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는 “일평생 노래밖에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다. 지구를 5바퀴 돌고 돌아 다시 무대다. 나훈아는 다시 꿈을 파는 가수로 돌아왔다.

나훈아의 ‘드림 어게인’ 콘서트는 3~5일 서울 공연에 이어 오는 24~26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다음달 15~17일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이어진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