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남한산성' 황동혁 감독 "'무조건 망한다' 반응 태반, 후회없다"

조연경 2017. 10. 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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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조연경]
설마했던 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마저 무너졌다. 20일까지 누적관객수는 약 370만 명. 우려대로 손익분기점 500만 돌파에는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남한산성'이 그려낸 스토리와 꼭 닮은 흥행 레이스다. 패배의 역사, 굴욕의 역사를 담았지만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선조들의 노고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영화 '남한산성' 역시 마찬가지다. 흥행에 실패했다고 해서 영화 자체를 폄하하기에는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라는 호평이 더 많다. 원작·연출·스케일·연기력까지 뭐 하나 빈틈이 없다. 다만 지금의 관객들과 더 많이 소통하지 못했을 뿐이다.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는 따로 있었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연타석 흥행 홈런으로 스타감독 반열에 오른 황동혁 감독 역시 "'남한산성'은 오히려 흥행을 생각하지 않은 작품이다"고 잘라 말했다. 상업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역사가 남긴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0순위로 생각한 황동혁 감독에게 '남한산성'은 스스로를 하얗게 불태우게 만든 작품이자,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후회가 남지 않은 작품이다. 개인의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남한산성'에 감동한 일부 관객들은 "흥행 실패라는 결과로 인해 '남한산성'과 같은 작품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까봐, 못할까봐 아쉽고 불안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몇 백만이라는 기록은 잊혀지겠지만 작품성이라는 의미있는 내용으로 기억될 '남한산성'. 황동혁 감독은 이번에도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 공들인 작품이 드디어 공개됐다. "최후까지 작업을 했다. 사운드도 고치고 미세한 프레임도 바꾸고 시사회 직전에 작은 것 하나하나 다시 체크했다. 오랫동안 시달려서 그런지 마음은 후련하다."

- 당초 겨울 개봉을 예정했다. "연말 이야기도 나오긴 했는데 추석에 가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 한 겨울에 눈보라 치는 영화를 보면 더 춥지 않았을까.(웃음)"

- 촉박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나. "'하얗게 불태웠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그런지 오히려 후반작업이 길었던 느낌이다. 일을 한 날짜로는 굉장히 적을 수 있는데 기간 동안의 노동 강도를 따지면 다른 작품보다 몇 배는 높았다. 어느 정도 하면 놔버리기도 하는데 이번엔 진짜 끝까지 매달렸던 것 같다." - 작품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상업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다. "고민은 있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이 영화에 뛰어들기 전까지 했던 고민이다. '이걸 돈 주고 누가 봐. 결국 지는 게임인데'라면서 '무조건 망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살아나든 망하든 공론화 시키자'는 목표만 갖고 만들었다. 많은 분들이 그 뜻을 잘 이해해 주시고 공감해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 결국 관객의 평가가 답이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만들기 시작했으면, 그 목표에 충실했다면 관객에게 맡기는 것이 정답 아닐까. 한국 관객들이 엄청나게 때리고 울리거나, 깡패·경찰이 나와 싸우거나, 농담 하면서 웃기는 영화만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난 우리 관객들의 수준이 그보다 높다고 생각한다. 촛불로 대통령까지 바꾼 수준 아닌가. 그렇다면 '남한산성'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대단한 서사에 대단한 원작, 완벽한 캐스팅까지 '잘 만들면 대박 아니면'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조언도 들었는데 도전해 보고 싶더라. 내 이름 걸고 만드는 영화가 네 편 째다. 첫 영화였던 '마이 파더' 이후 딱 10년이 되기도 했다. 영화 감독을 시작하고 내 인생에서 어떤 다른 목표 없이 오직 완성도 높은 좋은 영화, 후회가 한 점도 남지 않는,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여졌다 생각했다. 투자한 분들 입장에서는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죄송하게도 난 흥행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작품의 완성도만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 가장 후회없는 작품이다."
- 원작자 김훈 작가도 만족스러워 했다던데. "안심이다. 그리고 내가 바랐던 가장 큰 칭찬이기도 하다. '도가니' 때 공지영 작가님이 '소설보다 영화가 더 좋은 것 같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큰 위안이 됐고 용기가 됐다. 그 때 마음과 같다."

- '남한산성'은 배우도 배우지만 '감독을 믿고 보겠다'는 신뢰도 상당했다. 부담감은 없었나. "영화를 만들 때마다 '흥행 감독' 꼬리표를 붙여 주면서 "다음 영화도 무조건 흥행 해야지'라는 압박의 시선을 보낸다. 반대로 누군가는 '맨날 성공할 수 있겠어? 언제 꼬꾸라지나 보자'라는 질시의 시선을 보낸다. 나는 이 영화를 시작할 때 '여지껏 쌓아 온 마일리지를 이 영화에 다 쏟아붓겠다, 다 잃고 바닥으로 떨어져 빈털털이가 돼도 상관없다'는 마음이었다. 개인적으로 실망하지 않았고 한계 내에서 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배우 분들도 믿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 챕터가 무려 11개로 나뉜다. "원작 소설을 보면 단락별로 돼 있다. 연대기적인 시간 흐름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소재에 대한 이야기 에피소드가 잘개 쪼개져 있다. 그걸 다시 영화적으로 바꾸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47일의 이야기로 구성하려고 하다 보니 쉽게 바뀌지 않더라. 그 과정에서 난관에 많이 무딪쳤다."

- 캐스팅이 어렵지는 않았나. "어려웠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정해놓은 배우를 무조건 캐스팅 해야만 하는 영화였다. 그 외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캐스팅 진영을 꾸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인조를 연기한 박해일 씨는 엄청 오래 매달리고 구애한 끝에 승낙을 얻어낼 수 있었다. 피를 말렸다.(웃음)"

- 촬영 자체보다 준비가 더 힘들었던 것인가. "촬영은 오히려 즐겁게 했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라 어느 순간 나는 그들의 연극을 구경하고 있더라. 다만 날씨라는 변수가 있기는 했다. 기본적인 추위에 시달리기도 했고, 전투신 같은 경우는 5~6일에 걸쳐 찍는데 어제 날씨와 오늘 날씨가 다르며 장면을 붙일 수 없는 것이다. 고통스러웠다." - 후반 작업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다른 무엇보다 음악 작업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류이치 사카모토 씨는 뉴욕에 있고, 나는 한국에 있다 보니 영상 통화와 이메일로만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같은 현장에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다 보니 당연히 오해도 생기고 정확한 전달이 어려웠다. 그래도 잘 마무리 돼 기쁘다. 나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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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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