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즈엔터]드라마하우스 박준서 대표, 'JTBC드라마' 날개 달고 "라이벌은 아디다스"

조성경 2017. 10. 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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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올들어 JTBC드라마 라인업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 뒤에는 드라마하우스가 있다. ‘힘쎈여자 도봉순’, ‘맨투맨’, ‘품위있는 그녀’, 그리고 최근 끝난 ‘청춘시대2’까지 모두 드라마하우스가 공동제작사로 나섰다. 한때는 ‘종편’이라는 수식어가 걸림돌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JTBC드라마’라는 타이틀이 훈장처럼 여겨지고 있다. 드라마하우스 박준서 대표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무후무한 경험, 결전의 노하우 되다
드라마하우스는 기존의 방송사 드라마국이나 드라마제작사들과는 조금 다르게 성장했다. JTBC와 함께 중앙미디어네트워크 내에 드라마프로덕션으로 JTBC 제작국과 함께 드라마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출발은 JTBC보다 빨랐고, SBS ‘바람의 화원’(2008년)을 첫 작품으로 시작했다.

스스로 “드라마하우스에서 가장 오래 된 사람”이라며 회사의 산 증인을 자처하는 박준서 대표는 “그동안 방송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겪는 문제점이나 시간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들을 압축적으로 경험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JTBC에 드라마 장비가 없어서 전부 만들어서 찍었다. 스튜디오 조명부터 방송 부조 등 다 만들었다. 그런 건 시장에서 파는 게 아니라서 만들어주는 업체들로부터 ‘이게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면서 일했다. 그래서 세련되지 못했고, 다 서툴 수밖에 없었다. 경험이 없어서 참 신기하고 의견충돌도 많고 아수라장 같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경험 부족이 아니라 환경적인 이유도 컸다. 그동안의 방송 전반에 지배적이던 지상파 공채 중심의 인력구조로 인한 어려움이었다. “SBS가 생기기까지 방송사(인력구조)는 굉장히 순혈주의였다. SBS 이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에 생긴 대규모 방송국은 (만들어본) 경험자가 없다. 게다가 인터넷이 활발한 멀티플랫폼으로서 방송국은 해외에서도 흔한게 아니었다. 남들이 겪는 시행착오는 물론 남들이 겪지 않은 문제도 집약적으로 겪으며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오면서 단련된 체력이 전투력이자 경쟁력이 됐다. “기존 방식으로 보면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지만, 외부에서 오는 많은 사람들과 협업해서 하는게 우리에게 불가피하다는 걸 알고 나서 오히려 그걸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그렇게 조금씩 시스템이 안정화 되면서 한 작품씩 내놓을 수 있게 쌓이는게 있었고, 그 중에서 반응이 좋은 드라마들이 나왔다. 얼마전 장미희 선생님이 ‘우와 이렇게 좋아졌어’ 하시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장미희 선생님이 예전에 한 번 출연하시고, 최근에 다시 나오신 적이 있다. 그런데 처음 오셨을 땐 본인이 ‘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드라마 촬영장 중 가장 좋은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남들이 NO 할때 밀어붙인 ‘밀회’로 도약
한 번 올라서는 게 어렵지 안정궤도에 들어선 드라마하우스는 현재 승승장구다. 다만 그 궤도에 진입한 순간이 언제였냐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박준서 대표는 2014년작 ‘밀회’가 그 기점이 됐다고 봤다. “방송전에는 내부적으로도 의문이 많았다. ‘클래식 음악? 안볼거야’ 했다. 게다가 그렇게 긴 연주 장면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라내라고 했다. 그래도 (연출자인) 안판석 감독과 내가 버텼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우와~’ 했다. 사실 그 당시에 기존 룰들을 다 따라서, 정답에 근접하려고 하면 할수록 잘 안 되더라. 게다가 그동안에도 JTBC라는 맨땅에서 드라마를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뭐가 되는 게 없었다. 캐스팅도 안됐다. 안 된다는 건 항상 발생하는 일이 됐다. 뭐가 되는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래서 ‘별로 잃을게 없잖아요’ 라며 그냥 (우리 뜻대로) 해보자 했던 거다. 지상파에서는 그렇게 안한다고 하면, ‘오, 그래? 그럼 우리가 해보자’ 했다. 그런데 결국 그게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부분들이 됐다.”

또한, ‘밀회’의 성과가 새로운 원동력이 됐다. “(남자주인공인) 유아인을 캐스팅하려고 내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을 동원했다. 그때 유아인이 소속사를 옮기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대본을 주려니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부탁을 하게 됐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얘기가 유아인이 ‘JTBC 진짜 독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밀회’로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더라. 그렇게 노력하면 캐스팅도 할 수 있고, 좋아지는구나 여러 측면에서 경험하게 됐다. 어쩌다 얻어걸린게 아니라, 하면 할 수 있겠다 한게 ‘밀회’였다. 그때부터 ‘종편은 안된다’가 아니라 잘 기획해서 잘 만들면 되겠다 하게 됐다.”
◇자기복제 아닌 성장DNA 만든 2017년
경험치를 쌓은 드라마하우스는 당분간 다양한 드라마를 계속 시도해볼 작정이다. 또, 과감한 실험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올해의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다. ‘힘쎈여자 도봉순’과 ‘품위 있는 그녀’로 연거푸 JTBC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청춘시대2’는 첫 시즌제 드라마라는 도전이었는데 방영 내내 화제성 1위에 오르는 성과도 있었다. 박 대표는 “이 다음에는 해외로케이션 드라마(‘더 패키지’)를 하고, 그 다음은 장르물 ‘언터처블’이다. 자기복제를 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걸 계속 만들어나가면서 그 안에서 우리 것을 찾아가는 걸 해봐야지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절반 이상 나쁘지 않게 해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올해의 재탕이 아니라 올해를 베이스로 또 새로운 걸 해보려 한다. 이렇게 새롭게 뭔가 시도할 수 있는 DNA가 드라마하우스의 DNA가 돼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들어 채널 브랜드 파워가 달라지면서 드라마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 면도 없지는 않다. 박 대표도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 “정말 수월해졌다. 예전에는 장소섭외도 쉽지 않았다. 배우나 감독들이 드라마하우스, JTBC와 같이 일하는데 있어서도 마음을 더 많이 열게 됐다. 결과물에 있어서도 흥행을 떠나서 ‘좋았다’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얘기를 해준다”고 말했다.
◇산업적 가능성, 아디다스가 미래 라이벌
드라마 성패의 지표였던 시청률이 요즘은 그 기준이 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TV로만 시청하는게 아니어서 시청률 집계에 맹점이 생겼다. 평가의 기준이 모호해진 만큼 지향점도 중구난방이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드라마하우스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공감을 일으키고,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한 개의 드라마만 놓고 봤을 때엔 시청률 등 당장의 인기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한데, 여러 개를 만들다 보니 진정성 있고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드는게 더 중요한게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건 나하고 좀 관련이 있구나’ 하고 공감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재미나 분노를 느낄 수도 있다. 그렇게 드라마가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거나 아니거나로 나뉘는 것 같다.”

그런 박 대표는 드라마를 새로운 가능성으로도 바라봤다. “드라마는 아직 계발이 덜된 비즈니스 모델인 것 같다. 어떤 측면에서 작품이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엄청난 광고판이자 플랫폼이다. 당장 음악을 넣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또, (한국)드라마가 해외에서는 (한국)영화보다 훨씬 많이 소비된다. 아시아 시장만 놓고 봐도 성장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해외에서도 그렇고, 사람들이 드라마를 소비하고 엔터테인할 수 있는 방법들이 더 많이 계발될 수 있을 것 같다. 유기적으로 사람들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노력들이 나와야할 것이다. 그러면 산업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드라마하우스의 라이벌을 “아디다스”라고 꼽으며 귀를 솔깃하게 했다. “단기적으로는 드라마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나 영화사 NEW가 경쟁자라고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무인양품이나 아디다스처럼 드라마제작사가 아닌 회사들이 경쟁자가 될 것 같다. 문화라고 하는 지점에 있어서는 어떤 걸 소비하고 놀거냐, 어떤걸 가지고 살거냐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엔 문화전반에 있는 게 다 경쟁 대상이 될 수 있다. 나이키도 신발을 판다기보다는 문화를 파는거다. ”

cho@sportsseoul.com

사진|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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