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김명민이 밝힌 '새옹지마' 인생사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17. 9. 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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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고난은 인간의 삶을 연단한다.

그 순간은 괴로울지라도,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얻는 바가 없지는 않다.

그 때마다 오는 것들이 나를 연단시키고 오기를 키웠다.

내려가는 순간은 너무 괴롭고 나처럼 힘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지만 그걸 지나고 나면또 어느 순간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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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②] "내 꿈은 경주마 되는 것..정상에 오르면 내려가야"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연쇄살인범 김광일을 쫓는 형사 채이도 역을 연기한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고통과 고난은 인간의 삶을 연단한다. 그 순간은 괴로울지라도,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얻는 바가 없지는 않다. 연기력으로 승부수를 띄웠던 배우 김명민 또한 그랬다. 아무도 자신을 응원하지 않던 시절, 홀로 배우의 꿈을 향해 달려가며 그는 수없이 깎여나가 지금의 김명민으로 태어났다.

유쾌한 입담의 소유자인 그는 예능프로그램을 어려워한다. 이유를 물어 보니, 작품에 영향을 미칠까봐 그렇단다. 배우 외에는 생각을 해본 적 없을 정도로 20년 동안 일편단심 외길만 걸어온 그다웠다.

사람도 등급으로 매겨지는 시대, 연예계는 그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말할 것도 없다. 까마득히 발치에 있었던 후배가 나보다 더 잘나가고, 순식간에 캐스팅 2순위로 밀려나는 건 한 순간이다.

마치 정글과도 같은 이 세계에서 김명민은 홀로 모든 것을 초월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가 어떤 작품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은 이어지는 김명민과의 일문일답.

▶ 까칠할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사실 굉장히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대중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없나.

-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뭔가 감춘 적도 없고, 이러기 위해 노력한 적도 없다.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벗겨지는 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예능프로그램 같은 건 내가 자신이 없다. 그냥 배우로서 내가 편한 게 좋다. 아마 나가면 나는 또 가식 없이 다 할 테니까 나에 대해 몰랐던 많은 부분을 알게 되는 건 좋겠지. 그렇지만 그게 작품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그런 힘든 분야인 것 같다.

▶ 상업 영화에서 흥행 배우라는 이미지는 아니지만 꾸준히 인상적인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조선명탐정'이라는 본인 시리즈를 가진 거의 유일무이한 배우이기도 한데.

- 그런가? 나를 많이 말아먹는 사람으로 보는 인식이 있는 거 같던데. (웃음) 옛날에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기대치가 높은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많이 꺾였다. 500만 명 이상, 천만까지도 기대를 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조선명탐정' 캐릭터에 대해서는 뿌듯함이 크다. 내가 원래 나 하고 싶은대로 하는 사람이다. 미래를 멀리 보고 따라가기에는 그만큼 영악스럽지가 않다. 안전한 길이 있다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감독님들이 있다면 그런 쪽으로 간다.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연쇄살인범 김광일을 쫓는 형사 채이도 역을 연기한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흥행은 장담할 수 없더라도, 하고 싶은 작품을 고집하는 편인가 보다. 마음에 가지 않는 작품은 그럼 아예 선택하지 않나.

- 스태프들을 아우르고, 내 공간에 있고,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잘 챙길 자신이 있다. 그런데 기회를 보면서 돈을 따라 가는 게 잘 안되는 것 같다. 쉽게 이야기하면 시나리오는 괜찮은데 흥행은 어려울 것 같은 감독님 입봉작이 있다면 나는 한다. 물론, 아예 따지지 않는 건 아닌데 그럴 때가 있다. 굶을지언정 하기 싫은 작품은 하지 않는다. 공백이 생기더라도 그렇다.

▶ 주변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그런 단단한 내면이 느껴진다. 배우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을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하다.

- 옛날부터 그런 게 좀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우의 꿈을 꿨지만 집에서의 무지막지한 반대로 야인생활을 했고, 내가 배우로 가는 길에서 수많은 평지풍파를 만났다. 그 때마다 오는 것들이 나를 연단시키고 오기를 키웠다. 그래서 웬만한 폭풍에는 흔들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 너무 기뻐도, 슬퍼도, 나는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런 중용이 생기다보니 일하는데는 좋은 것 같다. 이 꿈 하나만 보고 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옆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가는 경주마를 꿈꾼다. 옆을 보면 페이스가 흔들리거든. 그래서 내가 등산을 그렇게 좋아하는 거고.

▶ 등산을 즐긴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꿈꾸는 '정상'은 어떤 풍경인가.

- 여기가 정상인가보다 해도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또 다른 봉우리들이 많다. 여기보다 더 높은 봉우리가 있고, 또 그 너머 봉우리가 있다. 그게 삶의 연속이다. 길이 외길이라 여기를 내려가지 못하면 다음 봉우리를 가지 못한다. 내려가다가도 또 올라간다. 내려가는 걸 괴로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올라갈 수 있는 거니까. 내려가는 순간은 너무 괴롭고 나처럼 힘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지만 그걸 지나고 나면
또 어느 순간 올라가고 있다. 결국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소리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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