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노무현, 문재인 감동 연설.. 마무리가 필요했다"

하성태 2017. 9. 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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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무현 양력 생일 즈음 개봉한 <무현:파이널컷> 의 전인환 감독

[오마이뉴스 글:하성태, 편집:김미선]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컷>의 포스터.
ⓒ 인디스토리
지난 9월 1일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양력 생일이었다. 이에 맞춰 지난달 26일엔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생 71주년 기념 봉하음악회가 열렸다. 그날, 3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컷>(이하 <파이널컷>) 역시 상영됐다. 이 작품은 지난해 10월 말 개봉해 19만 3천 명을 동원하며 2016년 다큐멘터리 흥행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이하 <무현>)의 감독판이다.

작년과 올해 연이어 '노무현 다큐'로 관객들과 만나는 전인환 감독은 "타이밍이 절묘했다"고 말한다. (관련 기사 : 10만 돌파한 '노무현 다큐',"박근혜·이정현·최순실을 초대합니다) <무현>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한창이던 시기 개봉해 관객들에게 '노무현 향수' 그 이상의 진한 감동과 여운을 전해준 바 있다. 불과 31개 스크린으로 출발해 20만에 가까운 관객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향하게 만든 힘 역시 박근혜 정권의 폭압과 대비되는 어떤 정치적인 '정수'가 '노무현 효과'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측면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인환 감독(과 조은성 PD)은 편집 등 전체적인 완성도에 아쉬움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미 개봉 때부터 "감독판을 만들어 보자"던 감독과 제작자는 개봉 직후부터 전국적으로 타오른 촛불집회 장면을 간간이 촬영하기 시작했고, 지난 4월부터 3개월 넘는 후반작업을 거쳐 <파이널컷>이란 결과물을 완성했다.

30여 분 늘어난 상영시간과 함께 전반적인 편집은 물론 색 보정과 믹싱, 음악까지 고루 손 본 <파이널컷>은 작년과 올해 이미 <무현>을 본 이들에게 "확 달라졌다"는 평을 들을 만큼 부족함 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VIP 시사가 열린 지난달 29일 만난 전인환 감독 역시 "확장판은 다른 영화"라며 "또 다른 노무현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전인환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컷>을 연출한 전인환 감독.
ⓒ 포토그래퍼 윤용기
-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왜, 지금 <파이널컷>인가.
"<무현>이 참 바쁘게 제작됐다. 박근혜 정권 때 만들었는데, 극장 개봉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 배급위원회 분들이나 현직 의원님들이 힘이 많이 돼 주셨다. 사실 여러 생각이 많았다. 크라우드 펀딩을 했으니 가을 개봉은 지켜야 했고, 또 해를 넘기면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었다. 여러 불리한 상황이 있으니 개봉을 빨리 앞당긴 셈이다. 하지만 조은성 PD와 처음부터 약속을 했던 것 하나가 감독판 개봉이었다.

<무현> 처음 편집본이 사실 세 시간 넘는 분량이 나왔고, 여러 이유로 삭제한 부분이 굉장히 많다. 문재인 대통령 분량도 정권교체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뺐고, 백무현 후보 부분에서 영남패권주의 언급하는 장면 역시 말이 많아질 것 같아 순화시키고 뺐다. 박근혜 정권에 대해선 뺀 부분이 없었지만 내부적으로 야권에 도움이 안 되겠다 싶은 부분은 뺀 거다. 전체적으로 아귀가 안 맞고 삐거덕 거리는 부분이 있어도 감수하고 간 거다." 

- 개봉 이후 관객과의 대화도 많이 다녔다. 관객들을 만나면서 바뀐 생각들도 반영됐을 것 같은데.
"관객 분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하셨다. 왜 승리가 없느냐, (노무현, 백무현) 둘 다 패배 하냐고. 종국적인 승리는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시민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그것이 노무현이 얘기했던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아닌가.

노 대통령 서거 후 국민장 당시 광화문에서 직접 카메라를 들었는데, 그때 너무 슬프고 가슴 아팠다. 촛불시위 때 같은 장소여서 만감이 교차하더라. 승리라고 하면 승리일 수 있지만, 다른 분위기, 즉 노무현 정신이 발현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걸 붙여서 감독판으로 완성해야겠다, 이게 결말이다 싶었다. 그래서 관객과의 대화를 다니면서 스태프들과 촛불시위 장면을 중간 중간 찍고 그랬다."

- 또 추가로 보강된 장면이 있다면.
"촛불시위 장면을 추가하고, 노무현 후보의 부산 북강서 선거 장면도 더 추가 했다. <무현> 때는  시간도 없고, 겨를도 없어서 후보 노무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캠프 구성원들의 모습이 아기자기하고 참 좋다. 돈도 없고, 바쁘다 보니 김밥 먹고, 빵 먹고…. 그 안에 서갑원씨, 안희정 지사, 이호철 비서관 다 나온다.

그래서 '우리들'의 일원으로 캠프 구성원들 활동 장면도 부각시켰고, 북강서에서 패배하는 장면을 좀 더 편집해서 탄탄하게 구성을 가져갔다. 또 백무현 후보도 잘 안 드러난다는 평가가 좀 있었는데, 노무현 후보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동시에 좀 더 드러날 수 있게 했다. 영남 출신 후보가 여수에서 지역패권주의 후보에게 패배하는 정치적 아이러니 말이다.

노무현을 더 보고 싶다는 바람이 많았는데, '우리들'을 덜어내고 노무현과 백무현을 중심으로 또 다른 '우리들'인 캠프 구성원들도 조명하고, 에필로그 식으로 촛불집회 장면도 추가했다고 보면 된다."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컷>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과 고 백무현 화백.
ⓒ 인디스토리
노무현의 운명과 <무현>과 '우리들'의 운명

- 공교롭게도, <무현> 이후 개봉한 <노무현입니다>의 흥행 성공을 바라보는 심정이 복잡했을 텐데.
"이미 만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시사회 때 이창재 감독님이 초대하기도 했고, 그 전에 <무현> 관객과의 대화 때도 선전 많이 해드렸다. 노무현의 승리는 왜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창재 감독님 영화에 경선 장면도 들어가고 승리하는 이야기니 많이 봐 달라고. 광고 정말 많이 했다(웃음).

사실 확장판을 편집하는 와중에 우리도 5월 개봉을 고민하기도 했다. 근데 괜히 겹치면 그렇지 않나. 경쟁하는 것 같고. 그래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님 생신도 있고 한 9월 전후로 개봉을 잡자고 했다."

- 그럼에도 <파이널컷> 개봉을 두고 여러 시선이 있을 수 있겠다.
"편집하면서 우리가 묻어가는 건가, 고민도 많이 했고, 주위 분들도 괜히 나쁜 얘기 듣는 거 아니냐는 분들도 없지 않았다. 촛불시위 때부터 찍고 이후로 계속 편집을 했는데, '너네 <노무현입니다> 잘 돼서 또 개봉하는 거냐'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힘이 빠지기도 했다. 또 편집하면서 영화음악 관련 논란이 불거져서 안타깝고 괴롭기도 했다. 감독입장으로서.

하지만 이것도 다 운명이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단지 타이밍이 달랐을 뿐이니까. 사실 비교당하는 것이 누가 좋겠는가. 돈 벌려고 또 나온 거냐는 말은 물론이고. 특히나 왜 이렇게 안 만들었느냐, 왜 노무현이 승리하는 이야기를 안 했느냐 하는 의견들은 동의하기 어렵다. 다큐는 기록의 매체고, 실패의 기록도 가치가 있는 거다."

- '또 노무현인가'라는 반응도 없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댓글도 봤다. '그만 좀 우려먹어라' 뭐 그런 종류. 물론 이번이 감독판의 개봉이기도 하고, 그에 앞서 <노무현입니다>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확장판은 다른 영화라고 생각한다. 결이 다르고, 이야기 하고자하는 바가 다르고. 하지만 분명 추모영화는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또 다른 무현, 두 사람이 지역주의 상황에서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야기고, 또 우리들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다."

- 정권 교체 이후라 마음 놓고 편집에 추가했던 장면이 있다면.   
"꼭 정권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장면을 편하게 넣을 순 있었다. 특히 백무현 후보 유세를 위해 여수에 내려와 연설하는 장면이 있다. 문재인과 노무현이 김대중 대통령을 따라 민주당을 도왔고, 또 부산에서 야당이었으면 빨갱이 얘기를 들었다는 발언들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했었다. 

노무현과 백무현의 접점을 잡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그런 장면들을 살렸다. 결국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유산과 못다 이룬 꿈이 있는 거고, 그런 것들을 지금 정부가 이어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강조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 유산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편집하고 싶었다. 그 유산이 이번 촛불집회로 살아난 가고. 그게 내 개인적인 소회구나 싶기도 했고.

또 박근혜 정권 하에 만들어진 영화인만큼 어느 정도 시대상이나 정권 상황도 들어가 있다.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의 미공개 영상들도 많이 들어가 있다. 캠프 구성원들의 영상들도. 그런 부분들이 재미를 줄 수 있다. 무거운 얘기지만 좀 더 재밌게 가보자 싶었다. 또 당시 부산 분위기가 굉장했더라. 그 안에서 밝고 힘차게 정치하는 사람들의 노고나 그런 거들을 볼 수 있다. 또 촛불시위 장면에서 조동희 음악감독이 음악을 새로 입혀줬고, 구성도 전체적으로 훨씬 타이트해졌다."

드디어 출현한 문재인 대통령, 확 달라진 감독판 <무현>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컷>의 한 장면.
ⓒ 인디스토리


- <무현> 개봉 후 벌써 1년 가까이 흘렀다. 최순실 게이트와 국정 농단 사태,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시기를 돌파하며 20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면, 영화 안팎으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촛불시민들의 손으로 정권을 교체했다는 게 큰 사건이지 않나. 그 파워나 파급력들이 감동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후반부에 촛불 장면을 넣은 거고. 더불어 삭제했다가 살린 장면인데,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구여권이나 보수 진영에 대한 소회나 생각들을 좀 더 넣었다. '이이제이' 세작도 그렇고 그런 얘기를 하지 않나. 새누리당 지지하는 사람들 중 운전도 잘 하고, 교통법규도 잘 지키고, 그런 사람들이 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고. 

같은 맥락에서, 과연 선이란 무엇이고,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내레이션을 통해 보강했다. 결국엔 정권이 교체됐고,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또 다시 시민의 힘이 아닌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탄핵과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 더 깊게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론 유시민 작가의 말이 중요하게 와 닿았다. 훌륭한 지도자에게 모든 걸 거는 것, 그것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를 만드는 건 시민의 힘에 의해서라는 다소 원론적일 수 있는 이야기. 그러려면 사회 전 분야에서 이성이 훨씬 더 작동해야 할 것 같고…."

- 극영화를 오래 준비하다 <무현>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데뷔작으로 큰 경험을 했을 것 같은데. 
"감개무량하다. 이 정도 파급력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원래 다큐출신이 아니고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하다 <무현>을 만들면서 많은 것들을 고려했던 것 같다. 기존 한국다큐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어서 실험을 하고 싶었던 것은 있더라. 인터뷰와 인터뷰어가 들어가고 과거 회상장면이 들어가고…. 그런 부분에 흥미를 못 느꼈다. 그래서 엇박자로 간 거다. 다른 가능성을 탐색해 보고, 극영화적인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싶었다. 시간 교차도 실험이었고.

과연 통할까 싶었는데, 감독으로서 다큐라는 장르 안에서 하고 싶을 걸 해 보는 성취를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이번 확장판은 그래서 시간을 뛰어 넘는 그런 구성을 취해보고 싶었다. 노무현 사후에서 바로 촛불시위로 넘어가볼 수 있었고, 그 안에 참여정부를 뛰어 넘고 축약해서 촛불시위로 쭉 달려가는 구성. 연출적인 면에서 소기의 성취를 달성할 수 있었고, 한국 다큐로서도 또 다른 실험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작업을 해 볼 수 있었다.

사실 과거 준비하던 다큐가 지역주의에 관한 이야기였다. <무현>에도, 이번 확장판에도 그런 한국의 지역주의에 관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거다. 북강서에서 출마한 노무현도 그 지역주의를 타파하고자 했던 거고, 백무현 후보도 그렇고. 이 지역주의에 대해서 참 고민을 많이 했었다."

- 그럼 이제 극영화를 하는 건가? 
"다큐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또 다루면 안 될 것 같다. 조은성 PD가 10년 이후 '노무현 다큐'를 또 해 보자고 하긴 하는데(웃음). 정치시사 다큐를 또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일단은 포커스를 극영화에 두고 있다. 이미 조 PD와 기획 중인 작품이 두세 개 있는데, 빨리 해야죠(웃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건, 안타까워했던 사건을 다룬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우리의 비극, 한일 양국 간의 비극을 풀어내는 이야기라고 해 두자.

개인적으로 이안 감독을 존경한다. 그 감독만한 모험가도 없다. 보면 이런 저런 장르를 다 해 보고 싶은 거지. 욕심이 많기 보다는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 저 또한 어떤 시나리오든, 제가 선택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장르를 모두 해 보고 싶다. 액션이든 멜로든.  다큐도 다시 돌아올 거 같아요. 반대로 다큐적인 특성을 극영화로 살릴 수도 있고."

- <무현 : 파이널컷>을 볼 관객들에게, 또 <무현>을 보고 또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모두 작품을 소개한다면.
"<무현>을 보면서 아쉬움과 궁금증을 가지셨던 분들이 있다면, 확장편을 보면서 해소가 될 거라 생각한다. 새로 보실 관객들은 분명 완전히 새로운 영화로 받아들이실 수 있고, 마찬가지로 작년에 관람했던 관객들이라면 새로운 버전으로,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분명 <노무현입니다>와는 또 다른 결이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고, 좀 더 우리와 밀접한 이야기다. 인간 노무현을 놓고 봤을 때도, 전투적이고, 직설적이고, 파워풀한 노무현도 있겠지만, 상처받고, 아파하고, 울기도 하는 노무현, 또 다른 노무현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컷>의 조은성 PD와 전인환 감독.
ⓒ 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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