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음악

에이프릴 노래교실에 바둑골 '웃음꽃'..농촌재능나눔 현장

김은구 2017. 8.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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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에이프릴 채경, 채원, 예나 세 멤버가 22일 충남 청원군 남천리 바둑골마을에서 재능나눔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농정원)
[청양(충남)=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나를 사랑으로 채워줘요~. 사랑의 배터리가 다됐나봐요~.”

지난 22일 오후 충남 청양군 정산면 남천리 바둑골마을 마을회관에서 흥겨운 트로트 가락이 흘러나왔다.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였다. 홍진영 못지 않게 간드러지면서 맑은 목소리에 트로트 특유의 비음이 섞인 창법은 ‘프로’의 노래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이어 같은 소절을 따라부르는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는 게 쉽지 않은 듯 손사래를 치는 할머니도 있었고 노래를 부르는 틈틈이 화이트보드에 적힌 가사를 공책에 옮겨 적는 할머니도 있었다. 하나 같이 행복한 웃음이 입가에 가시지 않았다.

“저희는 가수잖아요. 저희가 잘 하는 것으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도 재능나눔이라고 생각해서 첫 순서로 노래교실을 준비했어요.”

할머니들 앞에 노래 강사로 나선 것은 걸그룹 에이프릴의 채경·채원·예나 세 멤버였다. 이들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이하 농림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원장 박철수·이하 농정원)이 진행하는 ‘2017 농촌재능나눔 범국민 캠페인-다함께 농런(農-Run)’의 8~9월 홍보대사로 이날 직접 농촌재능나눔에 나섰다. 전체 마을 주민 120여명 가운데 65세 인구가 60%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된 바둑골마을은 오랜만에 흥겨움이 넘쳤다. 20여명의 할머니들과 마을 주민들, 자원봉사자들까지 50명 넘는 인원들이 마을회관 내 어르신들의 한글교실로 이용되는 방 한칸에 빼곡히 들어찼다.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에이프릴이 온다는 소식에 참여를 지원한 팬들도 있었다.

할머니들 앞에 처음 나올 때만 해도 멋쩍어 하는 모습을 보였던 에이프릴은 노래교실 시작과 함께 ‘사랑의 배터리’를 부르며 금세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줄지어 놓인 상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마을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노래를 한소절씩 따라부르며 박수를 쳤다. 할머니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에이프릴 멤버들은 자신감이 생긴 듯 “‘채워줘요’라는 부분에서는 콧소리를 이용하면 좀 더 맛깔나게 부를 수 있다”고 주문을 했다. 할머니들은 간드러진 콧소리에 손을 내저으면서도 웃음꽃을 피웠다. 마을 주민인 송귀근(82) 할머니는 “(에이프릴이) 노래를 잘 부르고 춤도 예쁘게 춘다”며 “노래를 듣는 것만 좋아했는데 이렇게 가르쳐주는 걸 따라부르며 배우니 오랜만에 신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복감을 만끽한 것은 에이프릴도 마찬가지였다. 밀알복지재단 홍보대사도 겸해 얼마 전 경기도 성남의 사회공헌 스토어 ‘더드림스토어’에서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나눔에 적극적인 에이프릴이지만 이번 농촌재능나눔은 또 달랐다. 세 멤버 모두 “이곳 할머니들이 실제 우리 할머니들과 연령대가 비슷하시다. 데뷔 이후 활동과 연습 시간에 쫓겨 할머니를 잘 찾아뵙지 못했는데 생각이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에이프릴 멤버들은 노래교실에 이어 윤성원 청담미소밝은치과 원장이 진행한 올바른 치아관리법 강의 때는 어르신들 옆에 앉아 설명을 도왔다. 한글교실에서 마련한 그림치료 시간에는 교사가 나눠준 그림에 할머니들과 함께 색칠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 에이프릴 예나는 “휴대전화로 폭염주의보 문자메시지가 와서 할머니들에게 ‘많이 돌아다니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색칠을 할 때는 ‘어떤 색깔이 좋겠느냐’고 물어보셔서 ‘알록달록한 게 좋을 것 같다’고 했고 함께 색칠을 했다. 할머니들도 우리를 친손녀처럼 반겨주셨다”며 웃었다.

표승하(50) 남천리 이장은 “젊은이들의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은 농촌 마을에 활력이 된다. 이런 행사를 계기로 마을 주민들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연세 드신 어르신들은 행복감을 느낀다”며 에이프릴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젊은이들의 봉사활동으로 마을이 알려지면 농작물의 판매는 물론 산촌생태체험마을 등의 관광객도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기대감도 드러냈다.

에이프릴은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RCY 등 봉사자들과 마을에 벽화를 그리는 재능나눔활동도 했다. 멤버들은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다”면서도 이내 페인트 붓을 들었다. 가장 잘 그린 그림을 선정해 주인공에게는 사인 티셔츠도 선물했다. 에이프릴은 “재능기부가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가 조금 아는 것들이라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드리면 된다”며 “그런 활동을 통해 얻는 뿌듯함은 자신에게 힐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구 (cowbo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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