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석, "평소 우울한 편..요즘엔 외출 잦아"

성진희 기자 2017. 8. 2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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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우 이종석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 변신에 대한 압박감으로 이번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남자배우라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잖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게다가 박훈정 감독님의 여러 작품을 보면, 중간이 없어요. 그게 절 매료시켰습니다, 하하!”

8월 23일 개봉하는 영화 <브이아이피>(박훈정 감독)의 ‘김광일’로 분한 배우 이종석이 희대의 악역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북한 최고 고위층인 아들 역으로, 생김새는 말랑말랑한 카라멜과 같은 달콤한 베이비 페이스인데, 표정하나하나 섬뜩하다. 물론, 영화 속 액션은 더욱 그러하다. “속이 시원했어요.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외국을 넘나드는 유학파였기에, 100% 북한말을 쓰는 것이 아니었거든요. 세련된 느낌이 가미된 어투라 그런지 영어 발음도 매우 많이 신경을 써야 했고..스스로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는 편인데, 이번 제 역할을 스스로 평가하자면 영어 빼고 만족스러웠습니다.(웃음)”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종석을 만났는데, “무섭다”고 인사했다. 그런 반응에 흡족했던지 낼 모레 개봉을 앞둔 그의 입가엔 방긋 미소가 보였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의 이종석의 기억은 “제가 하고 싶어서”였다. 당시, 중국드라마 촬영이 한창이던 그는 숙소에서 쉬면서 곁에 있던 매니저가 읽던 시나리오를 보고는 단번에 출연 결심을 내렸더라. “귀국 후 감독님을 직접 찾아 제가 하고 싶다고 했죠. 처음 제 느낌은 장동건 김명민 두 선배님이 투톱인데, 전 일종의 장치 역할로 알고 배울게 많이 있겠구나란 생각에 감독님께 출연 의지를 보였더니. 감독님 왈, ‘근데, 네가 맡을 역할이 타이틀롤이다.’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해보겠다고 했죠.”라고 이종석은 말했다.

영화 <브이아이피>를 보면 굉장히 쎈 느낌이 강한 장르영화. 그 때문에 “찍고 나서 걱정은 되었다”라고 말한 이종석은 “가을에 ‘당신이 잠든 사이에’란 멜로드라마를 앞두고 더욱 그랬죠. 제 대부분 팬들이 어린 층인데..얼마 전 제 SNS를 통해 한 소녀 팬이 쪽지를 보냈는데, ‘브이아이피’가 ‘청불’이라 볼 수가 없는데, 표를 구할 수는 있을 거 같다는 열의를 보여줘 잘 타일렀어요. 크면 그때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자며, 하하!"

그렇게 팬들의 우려를 딛고 이번 영화를 선택한 그가 원톱 주연이 아닌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등 충무로의 쟁쟁한 선배 배우들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란 궁금증도 커졌다. “일단 배울 수 있는 게 너무 좋았죠. 과거 ‘관상’에서 송강호 이정재 선배님과 연기할 때 제가 너무 신인이라 말 한마디 주고 받지 못했지만, ‘브이아이피’에선 김명민 장동건 선배님 덕에 든든했답니다. 김명민 선배님은 굉장히 디테일 하게, ‘입과 근육을 부르르 떨며 이렇게 미소 짓는 건 어때?”라고 해줄 정도였거든요. 장동건 선배님은 한 장면 찍을 때마다 ‘여기서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며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도록 안내를 해주셨죠. 박희순 선배님은 생각보다 작은 체구인데, 뿜어내는 아우라가 굉장히 컸어요. 그래서 그 분을 왜 충무로의 감독님들이 섭외를 해주시는지 톡톡히 알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쟁쟁한 선배들과 열정을 나누며 탄생한 김광일. 영화 속에서 굉장히 소년스럽고 맑은 느낌이 강렬했고, 그렇게 접근하면 오히려 더 캐릭터가 주는 느낌이 새로울 거 같다는 박훈정 감독을 믿고 용기 내어 촬영에 임한 이종석은 “주변에서 이 역할을 극구 만류했죠.(웃음) 주로 선한 역할을 맡았고, 배우로서 한참 성장기인데 조금은 더 그 이미지를 가지고 가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이죠. 한편으론, 제 나이에 이런 악역을 맡아 보는 것도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 제 감정을 극도로 뿜어내는 부분에선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종석은 앞으로도 장르영화 선택에 있어 굳이 피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극 중 채이도 역의 김명민 선배님과 스토리상 자주 만나는데, 점점 그 역할에 빠져드는 거예요. 물론 욕설이나 줄담배를 피우는 연기가 지금으로썬 쉽지는 않겠지만, 먼 훗날 가능하면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라고 연기 변신에 대한 노력도 끈임 없이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석은 요즘 “외출을 즐긴다”고 했다. “예전엔 집에 콕 박혀 드라마 보기 바빴는데, 어젠 강남의 가로수 길에서 커피도 마셨거든요.(웃음) 최근엔 초등학교 동창들 모임에, 수영장까지 가서 짧은 휴식을 취했죠. 드라마를 아예 안 보는 건 아니죠. 조승우 선배의 ‘비밀의 숲’을 보면서 극 중 ‘황시옥’ 검사의 대사를 줄줄 따라 할 정도로 푹 빠졌어요. 제 성격이 워낙 내성적인 데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너무 부끄럽거든요. 대체로 우울한 편이죠.(웃음) 그래서인지 요즘엔 마음이 바뀌었어요. 밖을 자주 나오려고 노력 중이고..연기활동 하면서 주변에서 늘 칭찬 소릴 들으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홀로 심한 압박감을 받으면 그걸 풀어줄 수 있는 일상 속 지인들을 만나는 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배우 이종석도 한 때 심한 자괴감에 빠질 정도의 남 모를 슬럼프가 있었다고 했다. “’닥터 이방인’ 당시 제 실제 자아와 극 중 캐릭터가 너무 상반돼서 5회까지 무척 힘들었거든요. 그때, ‘관상’을 찍었던 송강호 선배님이 ‘아주 잘하고 있다’고 문자로 응원해 주셔서 그 기운으로 버틸 수 있었던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 송강호가 열연한 <택시운전사>(장훈 감독)가 천만을 돌파해 그 기운을 이어 받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 “(웃으며) 상업영화니까. 제 역할도 만족 중이고, 무엇보다 이종석이 연기 욕심이 있구나, 이런 연기도 하는 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은 꼭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종석은 최근 화두가 된 군입대 관련해 짧게 언급했다. “원래 계획을 했었는데, 작품 스케줄과 겹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미뤄지게 되었어요. 공식적으로 정해지면 입장 발표할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사진 : 영화 '브이아이피'의 김광일 역을 맡은 이종석 캐릭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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