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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화장 다 지워진 내 얼굴.. 토닥여주고 싶었다"

유지영 입력 2017.08.12 19:04 공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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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일의 왕비>서 단경왕후 신씨 연기 "죽을 힘 다했다"

[오마이뉴스유지영 기자]

"3일의 인터뷰의 끝이네요."

취재진과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라운드 인터뷰의 마지막 시간, 박민영은 드라마 <7일의 왕비>를 빗대 "3일의 인터뷰"라는 말로 기자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KBS 2TV <7일의 왕비>에서 단경왕후 신씨 역할을 맡은 배우 박민영.
ⓒ 문화창고
그는 지난 몇 개월을 조선 11대 왕인 중종의 비 단경왕후 신씨로 살았다. 단경왕후 신씨는 부친이 중종반정에 반대했고 연산군의 편에 서면서 살해당했고, 덩달아 폐위된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렇기에 단경왕후 신씨에 대한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많은 부분을 상상력으로 메워야 했다. 어떻게 해야 역사적 사실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드라마적인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그것이 배우 박민영에게 떨어진 숙제였다.

그는 "죽을 힘을 다했다"는 말 한 마디로 <7일의 왕비>의 단경왕후를 연기한 소감을 털어놓았다. 그는 "그래서인지 단경왕후 역할에 대한 말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실제로 단경왕후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박민영은 끝날 줄 모르는 답변을 쏟아냈다. <7일의 왕비> 촬영이 끝난 지 일주일째 되던 날인 지난 9일 배우 박민영을 서울 신사동 근처에서 만났다.

"어려운 문제를 푼 기분"

박민영은 한숨을 푹 쉬며 "차라리 <성균관 스캔들> 때 겪었던 소녀의 사랑은 행복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순간 머릿속에 씩씩하던 김윤희(<성균관 스캔들> 속 박민영의 배역)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7일의 왕비>에서 연산군과 중종 사이에서 '말 그대로' "생사를 건 사랑"을 한다.

"단적으로 비교를 하자면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소녀의 연기를 했다. 소녀가 여러 사소한 벽에 부딪혀 겪는 아픔이나 남자와의 사랑을 연기했다면 <7일의 왕비>의 신채경은 부모님은 다 죽고 생사를 걸고 사랑을 하는 여인이었던 거다. '아 정말 <성스>의 연인은 행복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웃음)"

ⓒ 문화창고
ⓒ 문화창고
그는 "어려울 게 뻔했다"며 "잘 해낸다면 칭찬을 받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질타가 쏟아질 것 같았다"고 했다. 박민영은 <7일의 왕비>를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리고 "이번에는 욕심을 내보자는 생각"에서 택했다고 말했다.그가 택한 방법은 스스로를 혹독하게 트레이닝하는 것이었다. <7일의 왕비>를 촬영하는 내내 쓰러져 잠들 때까지 제대로 자지 않았고 매일매일 "채경이만 생각하면서" 지냈다.

"소녀의 눈물(<성균관 스캔들>)과 한 서린 여인(<7일의 왕비>)의 눈물은 농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스스로도 진짜 치열하게 하는구나 생각이 들더라. 마지막회 방송을 보는데 관자놀이 핏줄이 터질 것처럼 울고 있는 거다. (웃음) 화장은 눈물 때문에 다 지워져 있고 눈물이 떨어져 옷은 다 젖었고 얼굴은 시뻘개지고. 핏줄이 각자 개성을 뽐내고 있는 거다. 결코 예쁜 모습은 아닌데 치열하게 연기했구나 생각이 들면서 잠깐 토닥여주고 싶었다."

 KBS <7일의 왕비> 속의 배우 박민영
ⓒ KBS
"이런 사랑도 있구나"

"그거 아나? 단경왕후 신채경은 정식으로 책봉을 받진 않았지만 조선시대 중전이 됐던 분들 중에 가장 '다이아몬드 수저'였다고 한다. 실제 권세를 쥐고 있는 좌상의 금지옥엽 딸이고 모든 집안 친척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실세. 그러니 정권이 바뀌면서 피바람이 불었던 거겠지. 내가 (캐릭터를) 잡으면서 생각한 건 '아 그래 이렇게 좋은 집안에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어려움 없이 자랐으니 마음이 풍요롭겠구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아있는 유일한 상처는 어릴 때 만났다가 실수로 인연이 안 맞아 죽게 된 나의 첫사랑 대군마마 밖에 없었던 거'다. 그런 식으로 단경왕후의 처음부터 재등장까지 배경을 만들고 하나하나 살을 붙여가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는 비록 신채경이라는 인물이 역사적으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으나 엄연히 실존 인물이고 훼손을 시켜선 안 되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료가 많이 없으니 다른 배우들보다 수월하게 연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드라마 속 연산군과 중종 사이의 삼각관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위치에 놓이기도 했다. 그는 "이역(훗날 중종)과 이융(연산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캐릭터 자체가 흔들리고 이 관계 또한 아름답지 않게 보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명확하게 잡고 가고자 했다"며 "이역은 내가 오랫동안 기다린 내 첫사랑이고 이융은 고모부니까 가족으로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민영은 이융을 향한 신채경의 마음은 "연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하로서 도리를 다한 다음 그를 구해줄 때의 마음은 연민이었다."

ⓒ 문화창고
그는 <7일의 왕비>를 통해 "숭고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민영은 "이융과 이역 두 남자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사랑을 하지 않나"라 말하며 웃었다.

"'너를 위해 모든 걸 버릴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역은 결국 왕이 돼 꿈을 이루었고 채경이 보내는 사랑에 비해서는 이기적이지 않나. 물론 이융은 대놓고 이기적인 사랑이었고. 정신적으로 너무 괴롭혔다. 내가 실제로 채경을 만나면 둘 다 만나지 말라고, 네 인생이 피곤해진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웃음) 하지만 동시에 이역과 채경의 사랑을 보면서 '이런 사랑을 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박민영에게 동력은? "여행"

딱 10년차를 돌아 배우를 시작한지 11년차가 됐다. 그는 데뷔작인 <거침없이 하이킥> 속 '유미'를 보면 아직도 귀엽다며 웃는다. 그는 11년 전에 비해 달라진 점으로 "시야가 넓어졌다"고 했다. 이전에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데 급급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촬영장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박민영은 1년에 꾸준히 한 작품씩 하는 배우로 유명하지만,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주로 여행을 간다. 그는 "여행으로 동력을 찾는다"며 자주 들르는 곳으로는 국내에서는 남해, 해외에서는 서유럽을 꼽았다. 서유럽을 갈 때도 나라 별로 쭉 도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갈 때 한 국가씩 정해 다녀온다고 한다. 그는 여행에서 "예술적인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 문화창고
ⓒ 문화창고
박민영은 자신이 다녔던 여행지를 취재진에게 하나씩 소개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잘츠부르크 공원에 앉아 클래식을 들었던 일, 르네상스 미술을 좋아해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을 자주 찾아가 '자신의 놀이터'로 삼았다는 이야기, 스페인 플라멩고 공연을 찾아보러 다닌다는 말을 했다. 스페인 플라멩고 공연을 보면서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절로 눈물이 나더라는 말을 했다.

"그렇게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연기할 때 더 많은 힘을 받는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또 열심히 작품에 집중을 해서 연기를 하고. 나는 묘한 성취감을 느끼면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이다. 재밌는 작품을 만나 어려운 문제를 풀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그러면 다음 작품도 잘할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