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IS] 왜? '군함도 VS 택시운전사' 엇갈린 운명
영화계 최대 성수기 여름시장 최전방에서 당당하게 총대를 매고 흥행 레이스를 시작한 '군함도'는 일주일 만에 자멸의 길로 들어섰다. 후발주자로 나선 '택시운전사'는 그 빈틈을 모조리 채울 기세다. '택시운전사'는 기대치를 120% 충족시켰지만 '군함도'는 이변과 반전을 넘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5일까지 '군함도'는 580만 명을 누적, '택시운전사'는 6일 400만 돌파에 성공했다. 일일 관객수는 약 5배 차로 벌어졌다. '택시운전사'가 1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동원하는 사이, '군함도'는 약 20만 명에 그쳤다. 개봉 전 쌍끌이 흥행이 예고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택시운전사'의 독주다. 관객들은 '군함도'를 외면했고, '택시운전사'를 1000만 꽃길로 안내하고 있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물론 예매율, 좌석점유율 등 모든 면에서 '택시운전사'가 우세하다. 그 사이 제작비 230억원이 투자된 '군함도'는 손익분기점인 700~800만 명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서야 했지만 600만 돌파를 눈에 두고 흥행력이 뚝 떨어졌다. 1차 목표는 1000만 돌파가 아닌 손익분기점으로 낮춰졌다.
이번 '군함도' 사태와 '택시운전사'를 둘러싼 분위기는 역사적 소재를 어떻게 다뤄야 하고, 최소한 어떤 예의는 지켜줘야 하는지, 또 관객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비교하게 만드는 좋은 예가 될 전망이다. '군함도'는 관객을 안티로, '택시운전사'는 전국민을 팬덤화 시켰다. 영화의 힘이 만들어 낸 후폭풍이다.
'군함도'는 개봉 하자마자 역사왜곡·식민사관 등 자극적 논란에 휩싸였다. 류승완 감독의 해명은 오히려 설득이 아닌 독이 됐다. 의도가 무엇이건 관객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전달 실패다. '군함도'가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군함도' 팀은 왜 반쪽 지지밖에 얻지 못했는지 파악하는 시간을 가져야 마땅하다.
반등효과를 누린 '택시운전사'는 영화적 재미를 높이는 폭발적 한 방은 없지만 긴장감을 바탕으로 진실에 주목했다. 과장과 억지스러움이 없다는 점도 강점이 됐다. '택시운전사'가 1000만 돌파에 성공한다면 '변호인'과 '명량'에 이어 관객이 원한 1000만 지지율 톱3 작품이 되지 않을까. 관객을 등지는 상업영화는 결코 빛날 수 없다.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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