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시동②] 송강호 "건강한 의식들이 역사를 지탱합니다" (인터뷰)

2017. 8.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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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송강호는 판타스틱하고 유연한 배우다."

2일 개봉하는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를 통해 송강호는 다시 한 번 한국인의 얼굴이 된다. 일제 강점기에는 밀정이었고, 1980년대 초 부산에서는 인권변호사가 됐다. 이번에는 평범한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다.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어린 딸을 낡은 택시를 몰며 키운다. 친구집에 세들어 사는 처지에 월세가 잔뜩 밀려있다. 통금 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거금을 준다는 외국인을 그가 택시에 태워야 했던 이유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향한 광주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변호인'을 통해 故노무현 대통령이 모티브가 된 인물을 연기하기도 했었던 그가 5.18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 택시운전사라니. 지난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었던 송강호에게는 망설일 수밖에 없는 작품일 터. 

하지만 그가 망설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송강호는 "마음에 준비가 안됐었다"고 토로했다. 이야기가 주는 여운이 마음 속에서 커지고 자리잡아가면서 그는 결국 고사 끝에 수락하게 됐다. 자신이 이러한 이야기를 감당할 수있을까에 대한 의문이었지만 그러한 의문은 '택시운전사' 속 열연으로 고스란히 씻어낸다. 

그는 "예전부터 '공동경비구역JSA'도 어떻게 보면 대학로에 우익단체에서 명필름 사무실로 난입한 사건도 있었다"며 "'내가 좌파다', '빨갱이 배우다' 이런 개념으로 연기를 했던 것은 아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몰랐던 사실, 알고는 있지만 작품으로서의 완성을 통해 또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보고 인물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면 그 것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정치적 상황이 그의 작품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온전히 작품이라는 것. 

물론 그 또한 스스로 자신에게 '자가검열'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토로한다. 송강호는 "사회적인 시선, 이런 것들이 조금 왜곡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자기 검열은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거절을 하고도 점점 주변에 의견을 물어보는 사람이 거절에 합당한 힘을 실어줄 때 점점 화가 난다. 반대를 해주고 용기를 해주길 바라는데 잘 생각했다고 하면 화가 나고 그 논리에 대해 언성이 높아지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검열이라는 것은 정말 이야기하는 검열이 아닌 소신인데, 그 소신을 더욱 더 확고하게 하는 자기검열이라고 해야할까.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자가검열'의 의미를 설명했다. 물론 이런 이유로 작품을 거절하지는 않는다. 


'택시운전사'에서 그의 기억속에 가장 강하게 박힌 장면은 단연 금남로에서 마주한 군중들이다. 그는 "실화를 직간접적으로 목도하고 연기할 때 무겁고 울컥했고 그랬던 것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울컥했던 순간은 택시가 처음 광주역으로 가 주먹밥을 받게 되는 장면이다. 그는 "촬영할 때는 못느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그랬다. 그 때 시민들의 모습은 밝고 서로를 위한다.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그때부터가 슬펐다"고 고백했다. 

송강호는 이제 성숙한 시선으로 1980년 광주를 바라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는 "성숙했다고 본다"며 "금남로를 다루다보니 그건 가짜로 다룰 수가 없다. 영화보고 세게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있더라. 짧지만 강렬하게 대신. 실제 모습은 잘 아시겠지만 너무나 잔혹하고 잔인했는데 그걸 영상으로 담을 순 없다.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고 너무나 처참한 실상이 사진에 담겨있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그가 오랜시간을 보냈던 택시는 굉장히 작고 좁았다. 일본에서 공수해온 이 택시 안에서 다수의 장면이 연출됐다. 그는 "신체구조가 잘 안맞더라. 스틱이다. 그래도 귀엽지 않나 .예쁘고. 외형은 참 예쁘고 좋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만약 실제 당시의 택시운전사였다면? 송강호는 "그런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도망갔을 것 같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에 대해 "정말 택시기사같은 김만섭처럼 아주 평범한, 정말 자신이 이 사회에 맡은 바 충실히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 비극도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며 "그런 사람들을 가지고 있는 건강한 의식들이 역사를 지탱하고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만족하지도 않고 국민배우라 불리우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감을 느낀다. 매 영화마다 "다 못했고 다 아쉽다"라고 단번에 대답하는 송강호는 이번에도 자신의 진심을 묵직하게 담았다. 토마스 크레취만은 송강호와의 호흡을 묻자 가장 먼저 "판타스틱하고 위대한 배우"라고 힘줘 말하며 그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온전히 직구만을 날린다. 그의 직구는 믿을만하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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