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송중기, 손석희 입에서 그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김종성 입력 2017. 7. 28. 11:48 수정 2017. 7. 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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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JTBC <뉴스룸> 에 출연한 송중기, 손석희가 인터뷰이를 대하는 자세

[오마이뉴스 글:김종성, 편집:곽우신]

ⓒ JTBC
손석희 앵커와 배우 송중기가 만났다. 이번 주 JTBC <뉴스룸> 대중문화 초대석에는 영화 <군함도>로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송중기가 출연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인터뷰이(interviewee)였다. <군함도>와 관련해 쏟아지고 있는 여러 논란을 비롯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팬심'의 대상이었다는 '팩트'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중대사까지. 그야말로 인터뷰의 보고(寶庫)라고 할 만했다. 인터뷰어(interviewer)의 입장에선 참으로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없었다.

"'철부지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시니까 어떻습니까?"
"아직 되진 않은 거 같고요. 되어 가는 과정인 거 같고요. 올해 큰일을 두 개나 앞두고 있어서 저에게는 최고의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아는데, 나머지 하나는 뭡니까?"
"개봉을 했고요. 하나는 또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아, 그건 알겠습니다. 개봉을 말씀하신 거군요? 어제 개봉했잖아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손석희 앵커는 과거 송중기가 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가볍게 오고 간 질문과 대답, 어쩌면 간단한 '근황 토크'와도 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그런데 혹시 <뉴스룸>의 시청자들은 눈치챘을까? 저 짧은 대화가 사실상 이번 인터뷰의 '성격'과 '방향'을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인터뷰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터뷰이(송중기)와 인터뷰어(손석희)의 각기 '다른'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아무래도 송중기가 내심 바랐던 방향과 손석희가 이끌어나고자 했던 방향은 조금 달랐던 듯싶다.

손석희는 어디에 집중했나

ⓒ JTBC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송중기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터뷰를 '당해' 왔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선수' 급으로 능숙하게 대처하는 법을 익혀 왔으리라. 섣불리 달려드는 인터뷰어를 되치기로 넘어뜨려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오는 방법도 익혔을 게 뻔하다. 기능 면에서는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온갖 스킬들을 내면화하지 않았을까. 오해하지 마시라. 이건 진지한 칭찬이니까. 그런 송중기라 하더라도 손석희 앵커의 내공에 비하긴 어려우리라.

손석희가 누구인가. 수많은 산전수전을 겪어 왔고, 그 대상은 분야와 직종은 물론 나이와 국적마저 막론했다. 손석희를 두고 최고의 인터뷰어라고 말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인터뷰어로서 그가 쌓아 올린 내공을 어찌 가볍다 하겠는가.

다시 대중문화 초대석의 인터뷰로 돌아가자. 송중기는 묻기도 전에 '큰일을 두 개나 앞두고 있다'면서 자신의 결혼 소식을 언급한다. '떡밥'이었을까? 얼마 전 있었던 송중기와 송혜교의 결혼 발표는 연예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뉴스였기에 다수의 시청자가 관심을 기울일 소재가 분명했다. 송중기가 '결혼'이라는 말을 언급했을 때,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의 대부분이 귀를 쫑긋했을 게 분명하다. 보통의 인터뷰어라면 '이게 웬 떡이야?'라며 '결혼'에 대한 질문들을 나열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으리라.

"아, 그건 알겠습니다."

이게 웬일인가. 이토록 건조한 반응이라니! 손석희 앵커는 결혼을 언급하는 송중기의 대답을 애써 외면한다. 분명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회피로 보였다. 오히려 '결혼을 발표하셨죠?'라고 묻는 게 자연스럽다 여겨질 분위기였다. 그런데 손 앵커는 "개봉을 말씀하신 거군요? 어제 개봉했잖아요?"라면서 곧바로 <군함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버린다. 화제성과 시청률을 고려하면 송중기에게 '결혼' 혹은 그의 연인 '송혜교'에 대한 질문을 몇 개 던지는 편이 훨씬 유리했을 텐데, 손 앵커는 그런 쉬운 선택을 하지 않았다.

이상순 없는 이효리, 송혜교 없는 송중기

ⓒ JTBC
사실 예상했던 일이었다. 손석희 앵커가 결코 송중기에게 '송혜교'에 관해 묻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가 있다. 바로 6월 29일 대중문화 초대석을 찾았던 이효리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손 앵커는 이효리의 새 앨범 < BLACK >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인터뷰 대부분을 '음악 이야기'에 할애한 것이다. 4년 만에 컴백을 하면서 여러 예능에 출연하게 됐지만, 프로그램의 특성상 '톱스타 이효리(의 사생활)'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나 아쉬움은 남았을 것이다.

또, JTBC <효리네 민박>이 방송되면서 '남편 이상순'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라 이효리로서는 그 관심이 기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난감했으리라. 실제로 이효리는 "열심히 앨범도 만들었는데 사실 음악 이야기할 프로그램이 없더라.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프로에 나갔는데 앨범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다"며 헛헛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손 앵커가 '가수' 이효리와 '앨범'에만 집중해 인터뷰를 진행하니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 JTBC
손석희 앵커는 이효리와의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송중기와의 인터뷰에서도 그와 같은 기조를 철저히 유지했다. '영화 군함도'와 '배우 송중기'에 포커스 외에는 곁눈질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인터뷰어는 대중들이 하고 싶은 질문을 (대신) 던지는 존재'라는 주장에 따르자면, 손 앵커가 썩 좋은 인터뷰어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인터뷰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그 판단은 전적으로 인터뷰어가 하는 것이리라. 사적인 부분 혹은 가십거리를 배제하고, 오로지 '작품'과 '정체성'에 대한 탐구만을 하겠다는 손 앵커의 인터뷰는 낯설지만, 오히려 정도에 가깝다.

한편, 송중기는 어땠을까. 분명 그는 사려 깊고 진중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성실히 답변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웃음을 되찾으며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군함도>의 스크린 독과점(첫날 2027개, 둘째 날 1961개) 논란에 대해 도망치는 듯인 인상을 풍긴 점은 아쉬웠다. "전문가가 아니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고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평가해주실 것 같다"는 명쾌하지 않은 대답 때문에 손 앵커는 다시 질문해야 했고, 송중기는 동어반복에 그쳤다.

워낙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더욱 조심스러웠으리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아쉬운 수준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결혼' 이야기를 꺼내며 인터뷰의 방향을 조금 틀어보려고 했던 건, 앞으로 이어질 인터뷰의 무게가 워낙 무거울 거로 예측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런데도 송중기는 <군함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일본 정부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하는 등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제법 적극성을 띠었다. 손 앵커는 그런 송중기를 두고 "대답을 할수록 배우의 위상을 높이는 배우 같다"고 칭찬했다.

손석희 앵커는 애써 영화 <군함도>와 '배우' 송중기에 포커스를 맞추려 애썼다. 하지만 엔딩곡 '쉘부르의 우산'을 추천한 이유에 대해 송중기가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곡이라 장고가 필요했다"며 '사랑꾼' 면모를 보였다. 덕분에 당장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송중기, <뉴스룸> 엔딩곡 소개하며 '송혜교가 좋아하는 곡'"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떡하니 걸렸으니 이를 두고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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