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송강호 "블랙리스트 시련, 이젠 없을거란 확신"[인터뷰]

김수정 2017. 7. 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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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송강호는 출연 결정을 하루 이틀만에 내리기로 유명한 배우다. 그런 그가 장고 끝에 결정한 작품이 있다. 바로 영화 ‘변호인’(양우석 감독)과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두 작품 모두 근현대사에 유의미한 실화를 토대로 한다. 실존인물에 누가 되진 않을까, 송강호가 이를 연기해도 될 그릇의 인물인가. 여러 고민이 송강호의 머리와 가슴을 스쳐갔다. 

8월 2일 개봉을 앞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세계로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우연히 돕게 된 택시 기사 김사복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영화는 실화를 토대로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담아낸다.

'밀정', '효자동 이발사', '변호인'을 거쳐 '택시운전사'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얼굴이 된 송강호는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작품을 따뜻하게 채운다. 특히 후반부 잔뜩 부은 얼굴로 울먹이는 송강호의 얼굴은 절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지난 정권 '변호인'의 출연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그는 "당연한 얘기지만 정권이 바뀔 걸 기대하고 촬영한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메시지를 전하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나였다"라고 배우로서 소신을 드러냈다.

■ 송강호와 나눈 일문일답

- 송강호가 연기하는 소시민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기존 작품들 속 캐릭터와 차별점이 있다면?

만섭은 정말 평범한 소시민이다. 데모하는 학생들을 꾸짖는 것도 그저 공부 열심히 해야 할 나이에 거리에 나와 있으니 하는 얘기다. 그런 보편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평범한 인물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뛰어들 때에는 얼마나 큰 분노와 슬픔, 용기가 필요했을까. 후반부에서 이러한 무게감을 그렸다면, 영화 초반에서는 개구쟁이처럼 보여지길 바랐다. 

- 처음에는 출연을 거절했다고.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아시겠지만, 나는 출연을 하든, 안 하든 답변을 빨리 하는 성격이다. ‘택시운전사’는 거절하긴 했는데 마음에 얘기가 커져가더라. 

- 마음의 크기가 커진 이유는 뭘까

'변호인'하고 비슷한데. ‘변호인’ 때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 삶을 많은 분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단 말이다. ‘택시운전사’도 마찬가지다. 아픈 현대사를 얼마나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을까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마음에 들어온 시나리오가 하루 이틀 만에 없어지진 않더라. 뜨거움 같은 것이 점점 커지더라니까. ‘변호인’ 때도 그랬다. 

- ‘효자동 이발사’, ‘변호인’, ‘택시운전사’까지. 필모그래피에 유독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다룬 작품들이 많습니다.

연극 배우 시절에도 내게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어떻게 연기를 잘할 것인가’였다. 그 다음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였다. 그 지점이 평생 배우 송강호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메시지나 함의를 가진 작품, 이를 발언하는 작품만을 특별히 선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름 의미 있는 작품과 그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항상 충실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러한 제 선택이 최근 일련의 강력한 사회적 발언, 사건과 맞물렸을 뿐이다. 배우 송강호로서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참고로 제 다음 작품은 ‘마약왕’이다.(좌중폭소)

- 다시 ‘변호인’ 얘기를 좀 하자면, 이 작품 이후로 지난 정권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다. ‘택시운전사’ 선택하는 데 위축되진 않았나

우려하는 지점은 분명 있었죠.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받는 불이익이 드러나는 것들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이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제가 있다면 극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이슈가 결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의지나 소신을 꺾진 못한다. 꺾을 수도 없고, 꺾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정권이 바뀌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권이 바뀔 걸 기대하고 촬영한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메시지를 전하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나였다. 아무리 엄혹한 환경이라 할지라도 진심은 전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변호인’이 그걸 증명했고, 이상적인 환경으로 (정권이) 많이 바뀌었다. 

- 무엇보다 투자사나 제작사가 쓸데없는 실연을 당하지 않을 것은 확실해졌다.

그렇죠. 그렇죠. 그건 좀 마음이 편하다.

- ‘택시운전사’가 유해진과 송강호의 첫 만남이라는 것도 신선했다.

그러니까. 와, (유)해진이랑은 20년 넘는 인연인데 어떻게 한 작품도 못 했을까. 한 10년 전인가 영화 세트장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해진이가 ‘형 영화에 제가 출연 못하게 하는 것 아니에요?’라고 투덜거려서 엄청 웃었다. 서로 정말 좋아하는 사이다.(웃음) 그래서 ‘택시운전사’가 더 각별하고 특별한 것 같다.

- 류준열은 어땠나

류준열은 tvN ‘응답하라 1988’ 보고 팬이 됐다. 사실 눈매가 날카로워서 까칠할 것 같단 선입견이 있었는데 성격이 그렇게나 밝을지 몰랐다. 정말 잘한다.

- 엄태구가 등장할 땐 절로 ‘밀정’ 생각이 났다. 

‘밀정’ 개봉 즈음이었나, 장훈 감독과 대화 중에 엄태구 얘기가 나왔다. 연기 정말 잘한다고, 정말 좋다고. 한참 뒤에 장훈 감독이 중사 역에 수많은 배우 오디션을 봤는데 딱 맞는 배우를 못 찾았다고 했다. 때마침 내가 엄태구 칭찬한 게 생각나서 불러봤는데 중사 역에 제격이었던 거지. 추천이면 추천인데 반추천이다.(웃음) 정말 잘했죠 엄태구. 저희끼리 기술 시사를 했는데, 제가 제작자한테 ‘우리 영화 주인공은 엄태구다’라고 했을 정도니 뭐.(웃음)

- 연극을 89년에 시작했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배우로서 목표하는 지향점이 점점 구체화될 것 같다. 

오히려 지향점이 넓어지고 자유로워졌다. 왜냐하면 ‘변호인’이든 ‘택시운전사’든 나름대로 어떤 의미 있는 목표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다음 영화는 ‘마약왕’이다.(웃음)

- 1년에 받는 시나리오가 몇 편 정도 되나. 충무로 시나리오는 모두 송강호에게 간단 이야기도 있는데.

의외로 적게 받는다. 출연 결정을 하기도 전에 기사가 나오니까, 내가 스케줄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는 거다. 가령 지금도 ‘마약왕’을 찍고 있는데 ‘기생충’ 캐스팅 발표가 나서.(웃음) 다른 배우보다 적게 받지 않을까 싶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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