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서 못 보겠다".. 무슬림에게 <죽사남> 보여주니
[오마이뉴스 글:김동문, 편집:유지영]
▲ '죽어야 사는 남자' MBC 화면 갈무리) |
ⓒ MBC |
그래서 드라마를 직접 보았다. 드라마 속 아랍어 대사에 맞춰 나오는 아랍어와 한글 자막도 짚어보았다. 지난 22일 한 트위터리안은 MBC 새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와 관련해 장문의 비판 글을 올렸다. 그의 주장 또한 살펴보았다.
한국 미디어에 비친 이슬람
▲ <죽어야 사는 남자> 속 한 장면. |
ⓒ MBC |
▲ <죽어야 사는 남자> 속 한 장면. |
ⓒ MBC |
수년 전부터 한국 영화 속에서도 아랍인(또는 아랍인으로 설정한 배역)이 나오고 배우들이 (짧지만) 아랍어를 구사하는 장면도 나오기 시작했다.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 영화 <베를린>(2013), <해적 : 바다로 간 산적>(2014), <협녀 ? 칼의 기억>(2015) 등에서도 아랍인, 혹은 아랍인 역할을 한 배역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베를린>에서 아랍인은 테러리스트로 등장했고, 다른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주로 상인으로 출연한다.
<죽어야 사는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 최민수의 아랍어 발음은 너무 엉망이다. 띄어 읽기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았겠다. 내가 사는 미국에서 멀지 않은 아랍 커뮤니티를 찾아가 <죽어야 사는 남자>를 틀어주고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쿠웨이트인 압달라는 최민수씨의 발음을 보고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억양은 물론이고 한 단어로 말해야 할 것을 몇 개 단어로 나누는 모습까지 보였다.
▲ 주인공 이름을 표기한 아랍어 철자가 완전히 깨져버렸다. (드라마 화면 갈무리) |
ⓒ MBC |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랍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단순하다는 것이다. 한국 미디어가 바라보는 아랍·무슬림의 모습은 획일적이고 종교적이다. 그러나 이슬람 문화권에도 계층이 있고 소위 높은 계층에서는 아랍어 이상으로 영어를 자신의 언어로 사용한다. 또 외국인 가사 도우미와 외국인 운전기사와 집사들을 두고 살아간다. 내국인을 하인으로 쓰지는 않는다. 치타나 사자, 아주 특별한 낙타 같은 애완동물을 키우고 산다. 취미 활동을 위해 매 몇 마리 소유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드라마 속의 주인공의 저택은 온통 아랍인들로만 가득 찬 것으로 묘사한다.
일부 잘못된 주장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져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 인터넷 상에서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죽어야 사는 남자>의 논란이 모두 맞는 건 아니다. 특히 이번 논란을 형성하는 것에 큰 몫을 한 영문 트윗글 작성자 글에는 사실 왜곡이 있다. '공주 한 명을 사고 나머지 두 명을 무료로 가져가'라는 대사라든지 '공주에게 결혼을 명령하는 장면'은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 트위터 사용자의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이다.
▲ 이슬람의 경전 꾸란을 가볍게 취급하였다는 비난을 받은 드라마 포스터.(드라마 화면 갈무리) |
ⓒ 트위터 갈무리 |
또 논란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 가운데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적잖다. 가령 '무슬림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주인공이 포도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무슬림을 희화화한 것이다'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기독교인은 성경이 말하는 대로 행하지 않는다. 각 종교인들이 종교적 가르침 그대로 사는 것도 아니다. 드라마는 일단 허구이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현실에는 술 마시는 무슬림도 존재한다.
▲ 드라마가 가상의 이야기이니 오해하지 말라는 식의 드라마 안내문이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은 희화화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드라마 화면 갈무리) |
ⓒ MBC |
아랍, 이슬람 사회에 대한 무지와 편견, 기본적인 정보와 이해, 문화적 감수성조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 한국 방송과 영화의 현실이다. 이런 바닥난 무지와 여과 없이 드러낸 무례함으로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더욱 알려지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끼리 보고 웃고 말았을 텐데, 지금은 쉽게 인터넷에 퍼지고 국제적으로 이슈가 된다. 그래서 코미디 하나를 만들어도 조심히 만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국제망신 당할 수 있다." 중동에서 20여년을 살고 있는 한인 A씨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드라마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구어체 아랍어를 음역하여 아랍어로 표기하는 것은 큰 수고가 필요한 일이다. 일부 결정적인 철자 오기도 드러났지만, 감사할 일이다. 종교의 시선이 아니라 생활인의 시선으로 아랍 사회를 볼 수 있는 화면 구성을 해준 것도 고맙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입체적이다. 다양한 영역이 공존한다. 보이는 것, 아니 우리들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모습과 어떤 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른 현실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펼쳐지고 있다. 우리 곁의 아랍인, 무슬림으로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누렸으면 좋겠다. 맹목적 반대도 비호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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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주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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