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공감] 연예인 2세, '금수저'로 첫 술은 뜰 수 있을지 모르나

신상민 기자 입력 2017. 7. 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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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실은 알고 있다. 아무리 출발선이 앞서 있어도, 진정성과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이들이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생각해보라. 현재 우리가 배우라고, 가수라고, 이 사람은 진짜 예술인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대부분 진정성에서 나오는 겸손과 성실함, 열정이 버무려진 얼굴을 하고 있기 마련이다.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누나 아님 언니, 형 아님 오빠가, 혹은 동생이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유명인이란 조건은, 만약 당사자가 동일한 대열에 들어서고 싶다면, 어느 대형 기획사 못지않은 탁월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물론 과거에는 이미 알려진 가족의 후광이 염려스러워, 온전한 자신을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아서 숨기곤 했다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얼굴이 알려지면 쉽게 배우도 가수도 될 수 있는 요즘 세상엔 철 지난, 낭만 어린 사고방식일 따름이다.

연예계의 금수저들, 다른 수저들은 그저 열심히 땅을 메우고 메워 건널 길을 마련할 때 가족의 후광에 힘입어 살짝 몸을 띄웠을 뿐인데 순식간에 일차 관문을 통과한다. 특히 ‘육아’에서 ‘가족’ 중심으로 변화한 예능의 흐름은. 비록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게 단단히 한 몫 했다. 많은 유명인의 자제들이 예능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얻을 특혜 아닌 특혜를 누렸으니까. 어째 보통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연예인 지망생은 서러워서 살겠나 싶다.

좋은 기획사를 뒤에 두고 오디션프로그램에 나오는 이들보다 더 막강한 금수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을 비유로 말하자면 금수저는 수저의 원 용도로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 희귀하고 특별할 수 있으나 정작 우리가 실제로 밥을 먹을 때 옆에 두는 것은 쥐기 편할뿐더러 제 구실을 다하는 보통의 수저다. 즉, 얼굴 알리고 배역 따내고, 이것이 첫 관문이라 치자. 당연 첫 인상이 여러모로 매력적인 금수저가 따낼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다음 관문. 사정은 확연히 달라진다. 금이고 은이고 동이고, 사람들은 용도에 맞는 기능을 갖추길 요구하며 그것을 탁월하게 따르는 이들에게 슬슬 마음을 옮겨 가기 시작한다. 배우면 배우다운 연기력과 진정성을, 가수면 가수다운 노래실력과 감성을. 여기서부터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로 남느냐, 아니면 본인의 이름으로 남느냐 또한 슬슬 결정되기 시작하며 그 ‘누구’의 인지도가 높을수록 앞으로의 여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이 예상되어 있다 하겠다.

연예인이든 누구든, 보이지 않는 계층이 존재하는 현 사회에서 소위 부모 잘 만나 출발선을 앞세우는 건 많은 가능성과 기회가 주어진다는 면에선 명확한 축복이지만, ‘나’가 주체가 되어야 할 ‘나의 삶’이란 면에선 축복이라 말하기 뭐한 부분이 있다. 왜냐면 좀 더딜지라도 본인의 힘으로 걷는 이들은 첫 관문부터 하나하나가 오롯이 자신의 능력이고 성과이기에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능히 버티고 견디는 것은 물론 뛰어넘을 줄 안다. 이들의 저력은 모든 과정을 제 발로 걸어왔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배우 혹은 가수 등으로서의 자존감이다.

반면, 출발선이 앞서 있던 이들은 그 전의 과정들을 겪어보지 못했다. 뒷걸음칠 일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도 없어서, 그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버티고 견디고 이겨내기는커녕 쉽게 좌절하고 주저앉아버릴 가능성이 높다. 진정성을 말하지만 아직 절박해 보지 않은, 오롯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한 이들의 진정성은 모조에 불과하다. 심한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만 현실이 그러하다.

연예인2세들의 대거 등장이 거슬리긴 하지만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이유다. 결국 남을 사람은 남고 사라질 사람은 사라진다. 금수저로 첫 술을 쉽게 떠냈다 해도 지속적인 열정과 성실함을 보이지 않으면, 연예계 내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찾고 세우지 않으면, 대중의 시야에서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추게 될 테니까. 그저, 다른 보통의 연예인 지망생의 첫 관문을 금수저들이 앗아가는 것만 같아, 그들에게 하지 않아도 될 돌고 도는 고생을 더 얹어주는 것 같아 못마땅할 따름이다. 금으로 만들었다 하는 것들 중 제일 볼품없고 멋있지 않은 게 금수저다. 진지하게 유명인을 꿈꾸는 금수저라면, 얼른 금수저부터 내려놓을 궁리를 하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송선미 조혜인 기자,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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