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사랑한다', 도대체 이 드라마의 목적어는 무엇인가

정덕현 입력 2017. 7. 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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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라는 제목에는 그 목적어가 빠져 있다.

그리고 그런 은산을 사랑하게 된 왕원이 세자의 권위보다는 백성들의 세상에 뛰어 들어가 그들과 호흡하려는 모습이 더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인물이 가진 남다른 애민의식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왕원이 백성들을 사랑하게 되는 어떤 계기와 각성을 더욱 기대하게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드라마는 그것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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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 개인적 사랑인가 백성에 대한 사랑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라는 제목에는 그 목적어가 빠져 있다. 왕은 도대체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일까. 지금까지 그 목적어는 은산(윤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직 세자이지만 왕원(임시완)과 은산의 어린 시절부터 얽히고설킨 관계와 그래서 조금씩 서로에게 움직이는 마음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니.

왕원과 은산은 각각 기구한 운명이다. 왕원은 세자이긴 하지만 원나라 공주의 소생으로 충렬왕(정보석)으로부터 견제를 받는 천덕꾸러기다. 그래서 짐짓 왕의 자리에 대한 아무런 욕망이 없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 무능한 모습을 연기한다. 술에 취해 여색이나 밝히는 인물로 치부되어 왕이 더 이상 그를 견제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은산은 어린 시절 왕전(윤종훈)과 그의 책사인 송인(오민석)의 계교로 인해 어머니를 잃고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집을 떠나 살아온 인물. 어머니를 죽인 이들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와신상담해온 인물이다. 그러니 왕원과 은산은 저마다 정상적인 가족을 경험하지 못한 인물들이다. 그들을 둘러싼 권력을 탐하는 이들에 의한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왕은 사랑한다>는 그래서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왕원과 은산 그리고 그 사이에 세자의 친구이자 충신으로 서 있는 왕린(홍종현)의 운명적인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행보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제목에 목적어를 지우고 있는 것처럼, 언제든 왕이 사랑하는 대상이 특정 개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백성으로 확장될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초반에 다소 길게 다루는 것이 과연 좋은 선택이었을까. 지금의 시청자들이 그것이 제 아무리 운명적이라고 해도 사적인 멜로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졌다는 걸 생각해보면 초반의 이런 선택은 드라마가 어떤 구심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세자가 갖게 되는 어떤 공적인 목표의식이나 소명의식 같은 것들이 아직까지도 잘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저들끼리의 사적인 멜로가 몰입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시절 은산이 살수들의 기습공격으로 어머니는 물론이고 그를 호위하던 무사와 수행하던 하인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한 것에 대해 그들의 무고한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풍등을 올려 극락왕생을 기도하는 모습에서 이 인물의 백성에 대한 생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는 있다. 그리고 그런 은산을 사랑하게 된 왕원이 세자의 권위보다는 백성들의 세상에 뛰어 들어가 그들과 호흡하려는 모습이 더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인물이 가진 남다른 애민의식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왕원이 백성들을 사랑하게 되는 어떤 계기와 각성을 더욱 기대하게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드라마는 그것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게다가 기획의도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문구는 드라마가 보여줄 사랑의 성격을 사적인 영역으로 국한시키는 느낌이다. 물론 후반을 위한 포석이라고 해도 주인공의 목표의식을 애초에 시청자들에게 공유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지금 현재 이 드라마가 힘을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사적인 사랑의 설렘과 절절함은 그 공적인 목표의식을 공유하는 걸 전제로 했을 때에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왕은 사랑한다>가 추구하는, 운명이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는 그래서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마음에 잘 다가오지 않는다. 사극에 담아내는 운명적 사랑 이야기가 힘을 발휘하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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