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김성면 "파산하며 우울증..버팀목은 종교·가족·음악"

2017. 5. 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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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눈빛만 들려'로 13년 만에 컴백..6월 토크 콘서트
"'사랑과 우정 사이'·'슬프도록 아름다운' 고마운 인생곡"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 K2의 '슬프도록 아름다운'과 '잃어버린 너', '소유하지 않은 사랑'.

모두 4옥타브를 넘나드는 록 보컬 김성면(50)이 불러 크게 히트한 노래들이다. 애절한 미성과 고음의 절창이 매력적인 곡들로, 노래 좀 한다는 남자들의 노래방 도전 곡으로 불리곤 했다.

19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은 K2 김성면이 신곡 '눈빛만 들려'를 최근 발표했다. 2004년 K2 4집 이후 13년 만의 컴백이다.

최근 서울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긴 공백기에 대해 "사연이 많았다"며 심호흡을 했다.

"4집을 끝내고 파산하면서 힘들었어요. 음악 하는 사람인지 생각 못 할 정도로 이자를 메울 생각밖에 없었어요. 제가 음악, 공연 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힘들다 보니 오랜 시간 무기력하게 살았어요. 의욕이 없었죠."

그는 2008년 파산 신청을 하고 2009년 법원으로부터 면책 결정을 받았다.

그는 "이전 소속사와 악연이었다. 소속사를 나오면서 떠안은 음반유통사 빚이 컸다"며 "사람을 믿지 못해 동생과 사무실을 차리고 돈을 빌려 3.5집과 4집을 냈지만 결국 사채까지 썼다. 이자를 감당하려고 미사리 라이브클럽에서도 노래했지만, 생계조차 어려웠고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W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2007년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와 2010년 '비처럼 음악처럼'에 주연으로 출연하고 드라마 OST에도 참여했지만 신곡을 낼 형편은 못됐다. 자신의 활동을 돕던 동생은 사제가 되기 위해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밑바닥을 친 그는 2013년 청주 서원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초빙 교수로 나가면서 다시 음악을 할 힘을 얻었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해 10월에 공연을 했다"며 "신기한 것은 9년간 쉬었고 공연 홍보도 안 했는데 1주일 전에 매진이 됐다. 정말 힘이 났고 그때부터 용기를 얻었다. 2015년 MBC TV '복면가왕' 무대도 격려가 됐다"고 떠올렸다.

신곡 '눈빛만 들려'는 오랜 시간 헤어졌다가 만났지만, 눈빛만 봐도 어떻게 살아왔는지 들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옛 연인을 향한 이야기 같지만 흔들림 없이 옆을 지켜준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한다.

이 곡은 리듬감 있는 록 발라드로 지난 히트곡의 서정적인 감성과 드라마틱한 창법을 온전히 품고 있다.

"어느 날 이승철 씨의 '그 사람'을 작사한 김상익 씨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군악대 후배라면서요. 저와 어울릴 곡이 있어 가사를 쓴다고 해 데모곡을 보내보라고 했죠. 음악이 너무 좋아서 한번 듣고 마음에 들었어요."

그는 여의도 고등학교 시절 스쿨 밴드를 하면서 음악에 눈을 떴다. 고교에 진학한 뒤 축제 때 1년 선배들의 밴드 공연을 보고서 라이브 사운드와 객석의 열기에 매료됐다.

그는 "고2 때 친구가 아파트 옥상에서 노래를 해보라며 오디션을 했다"며 "마그마의 '해야'를 부르니 같이 하자고 해 '나르시스'라는 밴드로 활동했다. 공연 때 다른 밴드로 무대에 오른 동창들이 장제원(자유한국당 의원), 금태섭(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며 웃었다.

대학 진학과 함께 그는 가장이 됐다. 22살 때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동생 둘의 등록금을 책임지고 가정을 이끌어야 했다.

1987년 결성한 헤비메탈 밴드 철장미 보컬로 활동한 그는 대도레코드가 만든 한국 최초의 옴니버스 메탈 앨범인 '프라이데이 애프터눈 1'(1988)에 참여하면서부터 팬레터를 받기 시작했다. 피노키오의 객원 보컬 제안을 받았고 1992년 피노키오 1집의 '사랑과 우정 사이'를 불렀다.

"사실 록을 하던 제 스타일과 맞지 않아 피노키오에 들어가기 싫었어요. 노래를 부른 뒤 전 군대에 갔는데 2년 뒤에 라디오에서 입소문이 나고 전국 노래방 순위 1위를 하며 떴죠. 1집 타이틀곡도 아니고 홍보도 안 했는데 KBS '가요 톱 텐' 1위를 했으니 원조 '차트 역주행' 곡이죠. 하지만 이 노래를 불러 얻은 수입은 한 푼도 없어요."

음악 노선이 맞지 않았던 그는 기타리스트 이태섭과 함께 1994년 K2를 결성하고 1995년 '슬프도록 아름다운'과 '잃어버린 너'가 담긴 1집을 냈다.

그는 "당시 K2를 등반하는 한 외화의 대사에 마음이 꽂혔다"며 "남들이 못 따라오는 나만의 음악 봉우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태섭은 1집 활동 후 팀을 떠났고 그는 K2란 이름을 유지하며 2집의 '소유하지 않은 사랑'(1997), 3집의 '그녀의 연인에게'와 '유리의 성'(1999)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이 노래들 역시 발매 3~4개월 뒤 대학가 노래방을 중심으로 떴다고 한다.

"그땐 별명이 '대학가 H.O.T'였어요. 5월 한 달에 대학가를 서른 군데씩 돌았으니까요. 3~4곡씩 부르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대학축제에 가면 1시간씩 노래했어요."

거의 전곡을 작사·작곡한 2집에서 '소유하지 않은 사랑'을 만든 뒷얘기는 반전이다.

그는 "7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서 만든 곡이 '슬프도록 아름다운'이었다"며 "그런데 '소유하지 않은 사랑'은 키우던 강아지가 내 품에서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고 영감이 떠올랐다. '난 사랑스럽고 예뻐서 안았지만 필요한 건 편안한 공간이구나, 남녀 사랑도 그렇겠구나'라고 느껴서 썼다"고 웃었다.

그는 약 30년간 활동하며 지금껏 발표한 곡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은 훈장 같은 곡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제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은 건 '사랑과 우정 사이'죠. 그런데 두 곡을 같은 사람이 부른 줄 모르더라고요. 하하."

그는 '눈빛만 들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여름에 후배 가수의 피처링으로 '사랑과 우정 사이'를 리메이크하고, 가을에 3년간 가사를 수정하며 공들인 신곡 '외치다'를 내고, 겨울에 앨범을 낼 예정이다.

그는 "'외치다'는 내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곡"이라며 "마치 '거위의 꿈'처럼 나도 버텼으니 여러분도 힘든 순간을 버텨달라는 얘기"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버팀목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한때 우울증이 와서 힘들었어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내 인생이 끝이구나' 했으니까요. 견딜 수 있었던 건 제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니 첫째는 종교였고, 둘째는 부모님과 가족이에요. 그리고 아직 가정을 꾸리지 못한 제 인생을 묵묵히 끌어주는 음악이죠."

그는 6월 3일 서울 도봉구 창동 플랫폼창동61에서 신곡 발매 기념 'K2 김성면 뮤직 &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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