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음악

[칼럼]'피 땀 눈물'로 이룬 쾌거, 방탄의 빌보드 수상에 관하여

2017. 5. 2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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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방탄’)이 지난 5월21일(현지시각) 열린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케이팝계 최초로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지난 1년 동안 판매한 음원과 음반량, 스트리밍 재생과 라디오 방송 횟수, 그리고 공연 및 소셜 참여 지수라는 데이터에 5월1일부터 시작한 글로벌 팬 투표를 합산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방탄은 해당 상이 만들어진 2011년부터 줄곧 이 상을 독식한 저스틴 비버를 비롯, 션 멘데스,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를 모두 제치고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언급할 가치도 없는 인종 차별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방탄의 이번 수상이 한국인과 비슷한 정서를 가졌다는 히스패닉계 인구가 미국에서 급증한 결과라는 분석 만큼은 부분적으로 사실인 듯 보인다. 그들은 한국 팬덤 만큼 방탄을 지켜봐왔고 또 지지해주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잘 나가던 팀이 빌보드 상까지 받은 지금은 그야말로 ‘진격의 방탄’인 셈이다.

그런데 혹 이 쾌거를 단순한 운이나 기적, 아니면 이변으로만 본다면 나는 그것을 경계하고 싶다. 아무 준비도 노력도 없이 방탄이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방시혁은 자신의 작곡가/프로듀서로서 네임벨류나 다른 잘 나가는 작곡가들에게서 받은 결과물이 아닌, 랩몬스터를 중심으로 한 방탄 자체의 역량과 재량에 자신들의 미래를 걸 것을 처음부터 주문했다. 그리고 방탄의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음악과 무대를 사랑하는 아티스트여야 했다. 음악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하고, 하고 싶은 사람은 계속 남고 하기 싫은 사람은 미련 없이 떠나라는 게 방 대표의 방침이었던 것이다. 물론 방탄은 독하게 스스로를 갈고 닦아 결국 빌보드 어워드 시상대에까지 올랐다.

자발성과 친근함. 방탄의 인기 또는 성공 비결의 핵심은 아마도 저것일 게다. 그들은 “싱글임에도 27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강조하며 신에 데뷔했다. 믹스테잎을 만드는 아이돌을 자처하며 방탄은 작곡과 작사는 기본, 무대 연출과 프로듀싱까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회사의 목표를 자신들의 목표로 삼았다. 그들은 음반으로 말하려 했고 실제 음반으로 말했다. 무엇보다 방탄은 솔직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직접 가사를 썼으며, 그 가사에 “스웩보다는 진심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연작 기획을 통해 또래 팬들의 폐부를 깊숙이 찔렀던 스토리텔링과 ‘Outro : Circle Room Cypher’에서 들려준 프리스타일 랩,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SNS, ‘팔도강산’으로 멤버들의 출신지를 가감없이 밝히며 쏟아낸 사투리 랩은 결국 다 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전무했던 힙합 남자 아이돌 그룹을 성공시키기 위해 방 대표가 고민한 부분 즉, ‘어떻게 타깃 층을 공략하느냐?’의 해답은 그렇게 방탄의 자발적인 제스처, 거기에서 파생된 팬들과 소통에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이다. 방 대표는 방탄이 연예인이 아닌 뮤지션이 되고픈 친구들이길 바랐다. 인기나 유명세 보단 음악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우선시 해야 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방탄 멤버들은 하나 같이 힙합/블랙뮤직 팬이었고 그것도 지독한 팬이었다. 흔히 아이돌은 음악이 아닌 다른 데 더 관심을 둘 거라 지레 짐작들을 하곤 하는데 적어도 방탄은 거기서 예외다. 그들은 나스와 제이지, 켄드릭 라마와 DMX, 다이나믹 듀오를 놓고 얼마든지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레게톤(Raggaeton)과 하우스 뮤직을 뒤섞은 뭄바톤(Moombahton)을 ‘피 땀 눈물’ 같은 곡에 응용해 대박을 터트릴 줄도 안다. 개개인 음악적 취향과 팀 차원 음악 지향점이 분명하다는 말이다. 아이돌은 그저 시키는대로 하는, 만들어진 상품일 뿐이라는 용감한 편견은 아직도 박찬욱과 이창동의 영화를 '방화'로 폄훼하는 것과 진배없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방시혁 대표는 언젠가 방탄 안에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이 녹아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연 시장, 바로 콘서트이다. 음원과 음반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방탄은 얼마전 남북미 투어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티켓 10만 여장이 동이 났고 그 중에는 러셀 크로우가 할리우드 아역 스타인 카일리 로저스에게 선물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칠레에서는 아예 방탄 콘서트의 티켓 매진이 사상 가장 빠른 매진이었다고 한다. 음악평론가 신현준의 말처럼 케이팝은 “한국이 아닌 나라들을 위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made in Korea for non-Korea)” 즉, 그 “물질적 배경은 수출지향적 문화경제”(‘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 돌베개, P.31)인 만큼 방탄과 방 대표는 이 가치를 아주 잘 활용해 훌륭한 성공 사례로 남겼다. 혹자의 말처럼 빌보드의 역사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싸이 이후 케이팝의 역사를 다시 쓴 것은 분명하다.

기적이나 운이 아니었다. 방탄은 누구보다 노력했고 빌보드 어워드 수상은 노력하는 그들을 팬들이 실컷 사랑해준 결과였다. 그들은 방시혁의 말마따나 정말 “피를 짜내듯” 열심히 했다. 방탄의 성공을 둘러싼 모든 논의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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