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이슈와치]'흑인 비하 논란' 개그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야

뉴스엔 2017. 4. 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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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웃찾사’ 캡처)
(사진=뉴스엔DB)
(사진=뉴스엔DB)

[뉴스엔 오수미 인턴기자]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개그를 개그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개그우먼 홍현희는 지난 4월 19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웃찾사-레전드매치'에서 피부를 검게 칠하고 흑인을 연상케 하는 분장을 한 채 무대에 등장했다. 머리 위에는 파를 달고 치마 대신 배추를 붙이는 등 흑인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해당 코너에서 홍현희는 개그우먼을 꿈꾸는 지망생 역을 맡았다. 딸의 꿈을 반대하는 아버지(장유환 분)도 홍현희의 흑인 분장을 보면 웃음을 참지 못하는 내용이다. 방송 말미에는 아프리카 밀림을 연상하는 배경음악이 흘러나왔고 홍현희는 온몸을 손바닥으로 치며 원주민 부족을 흉내내는 듯한 행동도 했다. 개그맨 김원효, 정찬우 등이 이를 보며 웃고 있는 모습도 그대로 방송됐다.

방송 직후부터 누리꾼들 사이에서 흑인 비하 표현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큰 논란 없이 지나가는듯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방송 활동 중인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이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20일 SNS를 통해 "이번 웃찾사에서 홍현희가 흑인 분장 하고 나왔는데 진짜 한심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인종차별적 분장을 문제 삼았다. 샘 해밍턴은 "도대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행동 언제까지 할거야? 인종을 놀리는게 그렇게 웃겨? 개그 방송하는 사람으로서 창피하다"고 강하게 불쾌감을 표현했다. 미국 외신 버즈피드에서도 "이 개그가 모든 인종을 불편하게 했다"고 혹평했다.

SBS '웃찾사' 제작진은 논란이 일파만파 퍼져 나가고 난 후인 21일에서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제작진은 "해당 코너 내용을 신중히 검토하지 못해 불편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 드린다.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이미 방송 후 이틀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게다가 홍현희의 동료 개그맨 황현희가 22일 샘 해밍턴에 반박하면서 다시 불을 지폈다. 황현희는 SNS에 "단순히 분장한 모습을 흑인 비하로 몰아가는 것은 영구 맹구는 자폐아들에 대한 비하로 해석될 수 있다. '시커먼스'도 흑인 비하냐"며 "한심하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80년대 인기 코미디 코너였던 '시커먼스'는 실제로 88올림픽을 앞두고 인종차별적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지적이 이어졌고 황현희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자신의 동료와 '웃찾사'를 두둔하려 나선 황현희는 이번 사안이 인종차별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방송인 샘 오취리는 24일 SNS를 통해 "방송에서 이런 모습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모든 인종에 대한 비하 없애야 한다"며 "피부색은 다르지만 피의 색은 같다"고 말했다. 이 당연한 사실을 국내에서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흑인이 직접 언급해야 했던 이번 사건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인종 비하 표현에 무신경했는지를 보여준다.

인종 차별뿐만 아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부적절한 비하 표현으로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개그맨 장동민이 tvN '코미디 빅 리그'에서 한부모 가정을 하는 개그를 선보여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충청도의 힘'이라는 코너에서 장동민은 장난감 선물을 받은 친구에게 "쟤네 아버지 양육비 보냈나 보네", "너는 선물을 양쪽에서 받아서 좋겠다"고 말하는 등 이혼 가정을 조롱하는 듯한 대사를 했다. 이에 여론의 뭇매가 이어졌고 제작진은 사과 후 해당 코너를 폐지했다. 또 '코미디 빅 리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으며 장동민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외에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일상적으로 외모 비하 표현이 등장한다. 방송에서 뚱뚱한 개그맨을 놀리고 못생긴 사람을 희화화하는 것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매번 지적이 이어지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모두가 편하게 보고 즐겁게 웃을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개그를 하면서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고 변명할 수 없다. 약자와 소수자를 대상화 해 웃음을 만드는 것에 대해 경계하지 않으면 시청자는 이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홍현희, 황현희를 비롯한 개그맨 개그우먼들이 더욱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사진=SBS 캡처/뉴스엔DB)

뉴스엔 오수미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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