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민' 최민식, 추악한 권력욕도 품격있게 [인터뷰]

황서연 기자 2017. 4. 2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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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 최민식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최민식이 표리부동한 정치인의 탈을 썼다. 최근 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 중 가장 '나쁜 놈'으로 기록될 변종구를 연기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연기에는 품격이 묻어 난다. 그가 진지한 태도로 빚어낸 변종구의 양면적인 모습 속에 배우 최민식으로서 전하고픈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는 탓이다.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그린 이야기다. 최민식은 주인공인 변종구 역을 맡았다.

'특별시민'은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선거전을 적나라하게 시간 순으로 담아낸 영화다.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의 무게도, 캐릭터들이 감내해야 할 무게도 상당한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인 변종구는 그간 최민식이 쌓아온 필모그래피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색채를 지닌 인물이다. 영화에서 최초로 정치인을 연기한 것도 특이하지만, 최근 그가 출연했던 '명량' 속 이순신 장군, '대호'의 포수 천만덕 등 소위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과도 결이 다르다. "배우도 사람인데, 매번 착한 나라, 착한 동네에서만 살면 재미가 없지 않으냐. 나는 착한 놈 쪽도, 나쁜 놈 쪽도 재밌다. 이순신 장군님, 천만독과는 대척점에 놓인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간 정치 드라마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인 그였다. 인간이 가진 욕망의 결집체가 바로 권력이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가 등장하고, 애증, 복수, 감동이 함께 있는 장르가 바로 정치 드라마이기에 마음이 끌렸다는 것. 그러던 찰나 찾아온 '특별시민'의 시나리오는 최민식에게 더욱 특별한 이야기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해외에는 '킹 메이커',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정치를 소재로 한 우수한 드라마가 있잖아요. 우리나라도 재료로만 보면 결코 뒤지지 않는데, 잘 만든 정치 영화를 보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죠.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무작정 뛰어들었어요."


최민식은 '특별시민' 촬영을 어려운 작업으로 회상했다. 하지만 외압이나 이로 인한 심적 부담 때문에 느낀 어려움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은 외적인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는 "두려워하기만 하면 무슨 영화를 어떻게 만들겠느냐.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어려웠던 게 아니다"라며 이야기를 어떻게 짜임새 있게 조합하고 배치해야 인물 간의 상관관계에 설득력이 생길지를 고민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는 회상도 덧붙였다.

이야기와 인물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변종구라는 캐릭터에 대한 정립이 필요했다고. 최민식은 변종구를 '말 잘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달변가이자 상대를 설득할 만큼의 화술이 정치인이 가져야 할 기술 중 가장 중요한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살면서 그간 봐왔던 정치인들에 대해 떠오르는 단상은 '수려한 말솜씨'에요.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들이면 세상이 참 행복하겠지만, 우리를 대신해 일해 주시는 분들이 말과 행동이 달라서 지금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죠. 변종구 역시 그들처럼 표리부동한 인물이어야만 했어요. 이면의 조악한 행동들이 더욱 돋보이게 하려면 그만큼 말을 잘하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의 양면성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죠."

종전과는 다른 신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최민식은 그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변종구를 빚어 나갔다고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내가 살아보고 싶은 캐릭터, 내가 살아보고 싶은 세상에 대해서만 철저하게 연구해도 될까 말까 한 것이 영화라는 장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면 안 된다. 이 작업을 스트레스로 생각하면 배우 못 한다"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그만의 연기관 덕이었다고 했다.


최민식은 '특별시민'을 "캐릭터 위주로 흘러가는 영화라 정의할 수 있을 정도로 인물들의 충돌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각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기 위한 배우들 간의 토론이 더욱 활발히 벌어졌고, 배우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수정된 장면이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 미리 토의를 거쳐 대사를 새롭게 짜는가 하면 아예 즉석에서 애드리브로 연기를 이어간 장면도 있다고.

최민식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기억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세 사람이 생방송 TV 토론회에서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라고 했다. 실제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회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디테일한 연출이 가미된 이 장면은 애드리브가 가장 많았던 신이기도 했다.

최민식은 "대본대로 연기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고, 실제 토론 도중 예기치 않은 공격을 받았을 때의 당황스런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려면 대본을 버려야 한다는 결론이 났고, 배우들과 분장실에서 즉석에서 회의를 거쳐 감독님의 동의를 얻었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주요 안건만 머리 속에 넣고 애드리브로 대사를 했다"고 말한 최민식은 "즉석에서 주고받는 대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방청객으로 출연해주신 보조 출연자 분들이 살아있는 반응을 보여주셔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며 만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현실적인 선거전을 그려낸 영화는 공교롭게도 '장미 대선'이라 불리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두고 개봉하게 됐다. 최민식은 이런 상황에 개봉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 영화를 둘러싼 말이 많아지겠다는 생각은 했단다. 그는 무엇보다도 영화보다도 더욱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 때문에 관객들이 이 영화를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배우들끼리도 '현실이 이렇게 지겨운데, 관객 분들이 영화관까지 오셔서 돈 주고 이걸 보시겠느냐'는 걱정을 했다"며 말문을 연 그는 이 영화를 "끝장을 보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지겨운 선거전 속에서 더욱 지겨운 곳으로 들어가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지겨움을 견뎌야 하는 영화지만, 결국 영화가 이야기하고 싶은 결론은 분명하다고. 우리를 대신해 진심으로 일해 줄 사람을 뽑자는 것, 누구를 뽑건 꼭 투표소에 가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자는 이야기 말이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고 나면 느끼는 포만감이 있어요. 한바탕 최선을 다해 열심히 싸운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피로함과 나른함 같은 거죠. 영화를 보시고, 극장에서 나오시면서 변종구 포스터에 침을 뱉고 가셔도 괜찮아요. 변종구라는 '나쁜 놈'을 보시고 관객 분들이 진짜 투표를 하러 가겠다는 마음을 먹으시면 우리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포만감이 완성되는 거예요. 이건 흥행 여부와는 관계없는 만족이고, 배우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죠."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쇼박스]

최민식|특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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