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씨네리뷰] '보통사람' 명작일까, 망작일까

이다원 기자·손민지 인턴기자 edaone@kyunghyang.com 2017. 3. 21. 07: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성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은 걸작일까, 망작일까. 1980년대 격동의 시대를 다룬 이 작품에 대해 시사에 참여한 두 명의 기자가 엇갈린 시각의 리뷰를 내놨다. <보통사람>은 제목처럼 평범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물론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명작파 “가슴을 울린다” (손민지 인턴기자) “좀 세련되게 해주지.”

극 중 추재진(김상호)은 안기부 실장 최규만(장혁)이 간첩이란 누명을 뒤집어씌우자 이처럼 응수한다. 거짓을 앞세워 진실을 왜곡하는 권력자에 대한 기자의 조롱이자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국민의 신념이 담긴 뼈 있는 한마디다. 관객들은 통쾌해서 피식하고 웃음을 흘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슴 속에 먹먹함이 꾸역꾸역 차오른다.

영화 ‘보통사람’에서 추재진 역을 맡은 김상호. 사진 오퍼스 픽쳐스.

<보통사람>은 관객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내민다. 하나는 불의에 저항하는 기자 추재진, 다른 하나는 불의에 동참하는 형사 강성진(손현주). 과연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가만히 이 작품을 보면 최승호 시인의 <북어>가 떠오른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에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고 고백한 화자는 극 중 성진과 묘하게 닮아있다. 그는 아들의 다리 수술비를 마련해주고픈 아버지의 마음과 무자비하게 행해지는 독재의 횡포 사이에서 고뇌하는 소시민이다. 보통사람이기에 성진은 권력의 힘에 휘둘리면서도 진실을 찾고, 진실을 알면서도 권력에 빌붙어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을 누리려 한다.

성진이 딱딱하게 말라버린 북어라면 재진은 팔딱거리는 생태다. 재진은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유혹을 떨쳐버리고 ‘시대의 상식’을 찾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보통사람’이라 칭한다. 이는 성진의 소시민적인 속성을 더 커 보이게 만든다.

영화 ‘보통사람’ 스틸. 상식이 통하는 시대에 살고 싶다는 신념으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자유일보 기자 추재진(사진 오른쪽). 사진 오퍼스 픽쳐스.

오는 23일 영화관에서 당시의 고민이 오늘과 진배없음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자신도 꼬챙이에 꿰여 몸을 옴짝달짝 할 수 없는 눈이 퀭한 북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망작파 “배우가 아까운 121분” (이다원 기자) <보통사람>은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 다수를 가공한 팩션이다. 팩션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팩트(fact)로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다. 국내 최초 연쇄살인,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 굵직굵직한 역사를 모티프로 해 암울한 시대를 살던 이들을 조명한다. 스크린을 수놓은 뼈아픈 얘기가 시국과 맞아떨어지면서 묘한 감성을 자극한다.

그러나 욕심이 과하면 체하는 법이다. 필름 곳곳이 감정 과잉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분통 터지는 얘기에 신파까지 섞어 놓으니 눈물을 강요받는 것 같아 불편하다. 생계형 형사 강성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는 당위성을 주기 위해 ‘다리를 저는 아들, 말 못하는 아내’라는 핸디캡을 준 것도 작위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출적인 ‘무리수’는 영화 후반에 갈 수록 더욱 심해진다. 자신의 과오를 후회하던 성진이 아내·아들과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운동회 장면이나, 억울한 누명을 쓴 성진과 불의를 범하면서도 오랫동안 권력을 누린 최규만이 시간을 돌고 돌아 법정에서 피의자와 법관으로 만나는 장면에선 실소마저 터져나온다.

감독의 이런 욕심은 손현주, 김상호, 오연아, 라미란 등 명품 배우들의 연기력마저도 무력하게 만든다. 자타공인 ‘연기 선수’들인 이들이 모든 영혼을 끌어올려 불꽃 튀는 연기력을 펼쳤지만, 삐걱거리는 연출 탓에 빛이 발해 버렸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눈물과 감동을 요구하는지 배우들의 노력이 안타까울 정도다.

어깨에 힘을 조금만 더 뺐다면 걸출한 명작으로 탄생하지 않았을까. 민주화를 담은 또 다른 형태의 ‘국뽕’ 영화란 느낌이 가시질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보통사람>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이다원 기자·손민지 인턴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