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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씨의 #그래도_연애]우리의 사랑을 막은 그 이름, '종교'

미래를알수없는 기자 입력 2017.03.03 09:3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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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매번 한두 달밖에 못 가는 짧은 연애를 반복했지만 이 사람은 달랐다. 잦은 출장에도 항상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에게 신뢰를 심어줬다. ‘이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그 사람도 같은 마음이었다. 너는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는 정말 다르다고 말하며 사랑을 키워갔다. 3년 가까운 시간을 사귀면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컸던 만큼 결혼적령기가 다가오면서 우리는 진지하게 결혼을 이야기하게 됐다.

“오빠, 나는 결혼식은 소박하게 했으면 좋겠어. 우리 축복해줄 가까운 분들만 모셔서 맛있는 거 대접하고 인사드리고 싶어~”

“서경아, 나도 항상 그런 생각 해왔는데 마음이 맞았네. 큰 결혼식 해봤자 다 소용없는 거 같더라고. 나도 찬성!”

“정말? 크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오빠 신혼여행은 어디가 좋아? 나는 몰디브 가고 싶어. ㅎㅎ”

“나도 휴양지로 가고 싶어~. 몰디브 좋다. 어디든 너랑 같이 가면 천국일거야”

우리는 평생 같은 곳을 바라보며 잘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았다.

다만... 예상치 못했던 장애물을 만난 그때까지만.

“서경아. 그런데 우리 결혼하면 당연히 교회 같이 나갈 거지?”

#우리 사랑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어

엄마는 독실한 불교 신자다. 일주일에 한 번은 절을 찾으신다. 나는 그 정도 열혈 신자는 아니지만 엄마를 따라 절에 가 108배를 하거나 불경을 외우는 일이 익숙하다. 그렇지만 교회는 아니다. 어릴 때 친구 때문에 교회를 몇 번 찾은 적은 있지만 찬송가, 목사님의 설교??? 나에게 너무도 낯설다. 그런데 갑자기 일요일마다 교회를 나가라니? 말도 안된다. 종교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게 둘 수는 없었다.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오빠, 우리 그냥 결혼하고 나는 그냥 절에 가고 오빠는 교회 다니면 안 될까?”

하지만 남자친구의 단호한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실은 나는 원래 교회 다니는 여자 아니면 아예 안 만났어. 너는 예외였지만... 주일마다 같이 교회 가고 기도드리는 게 나한테는 정말 중요한 일인데 내 배우자라면 당연히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교회를 다니면 좋은 점도 굉장히 많은데 그건...”

그렇게 그는 한참을 교회를 왜 다녀야 하는 지, 교회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한참 동안 설명했다. 3년간 보지 못했던 단호한 그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배우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앞에서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나도 불교 신자인데. 오빠만큼 종교 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않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는 나는 불교 신자라는 신념이 있었는데 갑자기 교회라니? 그것도 매주 나가야 한다니?

“그럼 오빠가 나랑 같이 절에 다니면 안돼?”라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 더 큰 싸움이 될 거 같았다. 교회는 남자친구에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다. 사랑보다 더...!

차라리 우리가 무교였다면... 종교가 같았다면... 연애할 때는 일요일 오전마다 오빠를 만나지 못하는 게 아쉬운 정도였지만 막상 결혼이 다가오니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장애물이 우리를 아주 멀리 갈라놓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결혼까지 할 수 있을까? 얘기를 하면 할수록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늘어갔다.

#사랑은 종교를 뛰어넘을 수 있어! 하지만...

물론 종교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골인하며 해피엔딩을 맞은 친구도 있다. 친구는 성당을 다녔고 친구의 남자친구는 불교 신자였지만 여러 차례의 고비를 넘기고 결국 결혼했다.

친구는 성당에서 결혼하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꿈이자 로망이었다. 하지만 성당에서 결혼하기 위해서는 둘 다 가톨릭 신자여야 했고 만약 한쪽이 비신자라면 교육이 필수였다. 남자친구는 찬성했지만 문제는 부모님이었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개종과 성당 결혼식을 반대하면서 결국 둘은 헤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 커플에게는 사랑의 힘이 종교보다 더 컸다. 친구의 남자친구는 6개월 간 힘들어하다가 다시 만나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성당 결혼식은 포기하고 일반 예식장에서 결혼하기로.

“솔직히 나는 경건하게 성당 결혼식 하는 게 옛날부터 내 꿈이었거든. 내가 세례받았던 성당에서 결혼하는 게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ㅠㅠ 결국 남편이랑 타협했지만 그래도 많이 속상하긴 해... 결혼식은 인생에서 한 번이잖아”

신부가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 날이었지만 친구는 신부대기실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해피엔딩이지만 ‘진정한’ 해피엔딩은 아니었던가. 친구 부부는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고는 있지만 매주 일요일마다 다른 곳을 향한다. 한 명은 절로, 한 명은 성당으로. 그래도 그 둘은 괜찮단다. 서로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각자를 존중하기로 했단다.

잠깐, 그런데 저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일요일마다 어느 곳으로 가게 되는 거지?

#지금은 행복하지만 우리의 미래도 괜찮을까?

남자친구와는 그 후 종교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됐다. 남자친구도 나에게 교회를 다니라고 강요해도 변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았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도 사그라졌다.

그래, 일단 지금 행복하면 됐지. 하지만 뭔가 미묘하게 우리의 관계가 달라졌다. 평생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이 갈 수 있을 거 같은 사람이 이제는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사이에 금이 가고 조금씩 멀어지는 거 같은 이 기분은 대체 뭘까?

“서경아 우리 나중에 결혼하면... 아 아니다. 우리 오늘 태국음식 먹으러 가기로 했지? 내일은 우리 아웃렛에 새로 나온 봄옷 구경하러 가기로 했고~”

“응, 오빠. 우리 내일 잘 어울리는 걸로 하나씩 골라주자”

그래. 우리에겐 오직 현재만 있다. 지금 행복하니까 괜찮은 거라고 생각하고 당장은 종교문제를 지워야겠다.

그런데 어제 엄마가 같은 불교 신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절에 다니는 분 아들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다른 종교인 사위는 싫다고 하셨는데..

그러고 보니 오빠네 부모님도 모두 기독교셨지. 오빠네 부모님도 분명 우리 엄마처럼 교회 다니는 사람을 소개해주고 싶어하시겠지? 나는 당연히 반대하시겠지?

지금은 행복하지만 우리의 결혼과 미래까지도 괜찮을까? 거기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미래를알수없는기자 sednew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