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족 조승우? 광팬도 이런 '이병헌 광팬'이 없다(인터뷰)

[뉴스엔 조연경 기자]

이쯤되면 '이병헌 광팬'이라 봐도 무방하다.

19금 영화의 역대 흥행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500만 돌파를 목전에 둔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제작 내부자들문화전문회사)의 주역 조승우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이병헌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이병헌의 오랜 팬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오긴 했지만 그간 공식 기자간담회와 많은 방송 인터뷰에서 조승우는 이병헌에게 장난 아닌 장난을 치며 '깐족'거리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던 것이 사실. 때문에 그의 진짜 속내가 궁금해 직접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그야말로 '이병헌 예찬론'이었다.

이병헌 인터뷰인지, 조승우 인터뷰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인터뷰 내용의 반 이상을 이병헌이라는 이름으로 채운 조승우와의 인터뷰. 그가 바라 본 배우 이병헌, 사람 이병헌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는지 조금의 덧댐도 덜함도 없이 그대로 옮긴다.

이병헌이라는 이름을 꺼내자마자 특유의 눈웃음부터 지어보인 조승우는 "그 형은 바보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또 놀리는 것인가 싶어 "여러 매체의 방송 인터뷰를 접한 후 혹여 다투거나 혼나진 않았을까 싶었다"고 하자 조승우는 "난 현장에서도 딱 그 모습 그대로 예의있는 척 버릇없는 척 예의있게 굴었다. 그런 분위기를 일부러 잡았고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조승우는 "나에게는 10년 이상 경력 차이가 나는 대 선배님이다. 내가 주눅이 들면 연기할 때도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당차게 대했다"고 자신있게 어필하더나 "나 역시 15년 넘게 경력을 쌓았다면 쌓았다고 말할 수 있다. 선배님들에 비해서는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세월동안 넉살이라는 것이 생겼다. 20대 때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40대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모르는 새 뻔뻔함도 나오더라"고 말했다.

이어 "옛날에 사석이나 다른 자리에서 병헌이 형을 만났을 때는 서로 낯을 가려서 '안..녕..하세요'라며 어색한 인사만 나눴다. 특히 난 술을 안 마시고 못 마시니까 술자리가 있어도 잘 안 가게 됐다"며 "하지만 대등하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그럴 수는 없지 않냐. 그래서 촬영이 끝나면 형네 집에 놀러가기도 했다. 형이 와인을 좋아해서 와인 마시러 집에 가자고 하면 '난 그딴거 잘 안 먹고 맥주 사다놔'라고 했다. 그럼 형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야 니가 사와'라고 했는데 난 다시 '어디 감히 손님한테 사오라 마라야'라고 대꾸했다"고 자폭해 웃음을 자아냈다.

조승우는 "아마 형도 자기한테 이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은근히 즐기더라"며 "워낙 자상하고 동생들에게 장난도 잘 치면서 챙겨주는 스타일이다. 커피도 굉장히 잘 내린다. 집에서 형한테 '커피 내려와'라고 하면 '아씨 귀찮게'라고 하면서 다 내려준다. 이렇게 말해도 될까 싶다고 하면서 늘 다 말하지만 그런 형이 참 귀여웠다. 내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승우 말에 따르면 이병헌은 워낙 '잘난' 사람이라 놀릴 것이 나이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할리우드에 촬영을 하러 간다고 하면 '거기가면 누가 형을 아냐. 열심히 해라'라고 토닥거려 주기도 했다"는 조승우는 "이 양반이 연기만 25년 넘게 하지 않았냐. 스타로서, 이제는 한류를 넘어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로서 솔직히 어깨에 엄청난 힘이 들어가 있을 줄 알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후배가 너무 선배를 그런 식으로만 바라봐도 문제지만 그는 그 만큼 대단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볼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도 약간 의심을 했는데 친해지고 나니까 그냥 이병헌이라는 사람의 일상 자체가 영화더라. 관심있는 것은 오로기 집에 설치해 놓은 빔 프로젝터로 영화보고 책 보는 것이 전부다. 현장에서도 주구장창 모니터 앞에만 앉아 있는다. 가끔 회식 때 술을 마셔도 영화 얘기 뿐이었다. 하루는 듣다 듣다 '그만 좀 얘기해라. 영화에 한 맺혔냐. 징글징글하다'고 하기도 했다. 그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형이 휴대폰 사진첩에서 보여주는 사진이 딱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애기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에서 영화를 찍을 때 현장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고 읊조린 조승우는 "내가 개인적으로 에단호크를 엄청 좋아하는데 촬영 시기와 병헌이 형 생일이 겹쳤는지 에단호크를 비롯한 해외 배우들이 자고 있는 병헌이 형 개인 트레일러에 몰래 들어가 생일 노래를 불러주는 영상을 찍었더라. 형은 자다 일어나서 되게 감동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좀 부러웠다. 형은 그 영상을 보여주면서 좋아했다"고 토로했다.

또 "영화 찍을 때 날씨가 어땠는지, 알파치노랑 찍을 때는 어땠는지. 같이 술을 5시간 마신다고 하면 4시간50분은 온통 영화 얘기 뿐이다. 영화 바보다"며 "나랑은 정반대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서 우리 영화를 촬영할 때도 엄청난 책임감을 보였다. 자기 연기가 스스로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지적해 냈고 감독님에게 '다시 한 번 가도 될까요?'라고 꼭 물어봤다. 나야 뭐 노인네 배우에 비하면 새파랗게 어린 배우인데 '내가 내 연기를 뭐 알겠어?' 싶은 마음에 감독님이 오케이 하면 나도 오케이라고 했다. 성향이 극과 극인 우리를 보면서 감독님도 즐거워 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물론 조승우의 '이병헌 앓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병헌을 바로 옆에서 지켜 보면서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냐"고 묻자 조승우는 "영어를 할 줄 알아야지. 영어가 전혀 안 되는데 어떻게 나가냐"고 단호하게 대꾸하며 "병헌이 형이 놀라운게 영화를 그렇게나 사랑하는 사람이라 국적을 불문하고 영화라면 다 찾아 보더라. 그 형 집에 가면 영화에 대한 자료가 무궁무진하다. 없는게 없고 없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찾아볼 스타일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조승우는 "사실 형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회화 선생님을 붙이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도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 궁금하더라. 근데 어떻게 공부했는 줄 아냐. 그 파란책. 성문 영문법으로 공부를 했더라. 아침부터 학원에 나가서 강의를 들었다고도 했다. 이병헌이 학원에 나간다는게 너무 웃기지 않냐"며 "외국 영화들을 하도 많이 봐서 자연스럽게 익혀진 부분들도 있었다. 인터뷰 할 때는 그렇게 쌓인 것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영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네이티브 수준으로 영어를 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털털하고 소탈하고 매력적인 사람이구나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승우는 "이병헌은 뚝심이 있고 주관이 있는 배우다. 당연히 욕심도 있다. '누가 누가 연기를 1등으로 잘 했어', '어느 시나리오가 있는데 어떤 배우가 그 역할을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어울리게 잘 했어'라는 평가는 배우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 생각한다. 병헌이 형과 백윤식 선배님이 나에게 그런 사람들이다"며 "병헌이 형 영화는 한 편도 빠짐없이 다 봤지만 어느 영화에서 가장 멋있었냐고 하면 난 '내부자들'의 안상구를 당당하게 꼽을 수 있다. 많은 분들이 대부분 '달콤한 인생'을 말하는데 난 '내부자들'로 그의 대표작이 또 바뀔 것이라 자신한다"고 단언했다.

조승우는 "형은 망가지려고 노력했다고 하지만 왠지 안상구를 보면 망가지는 개념은 아닌 것 같다. 거친 면도 있지만 인간적인 면도 있다. 시나리오를 조금 더 자기화 시켜 연기자로서 주관을 넣었다는 자체가 잘 한 일이라고 본다. 미역 해초다발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오지만 잘생김만 부추기는 액션을 멋지게 선보이는 것보다 한 사람의 20년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낸 모습이 나에게는 더 멋있어 보였다"고 진심을 표했다.

"'형, '달콤한 인생' 보다 100배 멋져'라고 직접 얘기해 주기도 했다"는 조승우에 "그렇게 말하면 이병헌이 어떻게 반응하냐"고 묻자 잠시 눈을 허공으로 치켜뜨며 생각에 잠겼던 조승우는 "후훗?"이라고 답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센스 넘치는 연기파 배우들의 만남. 눈을 씻고 찾아봐도 도저히 지적할 것이 없었던 호흡. '내부자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더 완벽하게 탄생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 폐인이 돼 복수를 꿈꾸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성공을 거래하는 무족보 검사 우장훈(조승우), 정치판을 설계하는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다.

조연경 j_rose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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