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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어쩌다 김치녀-부엉이 논란까지 나온 걸까

이만수 입력 2015.01.12 13:01 수정 2015.01.12 13:01 공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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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일베 논란까지 야기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개그콘서트>가 논란에 휩싸였다. '사둥이는 아빠 딸'이라는 코너에서 2015년 새해 목표를 얘기하는 장면에서 '김치녀'라는 신조어가 불쑥 튀어나왔기 때문. 여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의미가 들어 있는 이 '김치녀'라는 단어가 나오자 게시판은 항의글로 가득 채워졌다.

이른바 일베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라며 '일베 논란'까지 덧붙여졌다. 지난해 '렛잇비' 코너에서 <겨울왕국>의 엘사와 개그맨 이동윤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에 일베를 상징하는 '베충이' 인형이 들어가 벌어졌던 '일베 논란' 이후 2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새로 시작한 '부엉이'에서는 부엉이에게 길 안내를 받던 등산객이 낭떠러지로 떨어지자 부엉이가 "재는 날지 못하나 봐"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이 장면 역시 '일베 논란'과 덧붙여지면서 고인을 모독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사실 작년 <겨울왕국>의 베충이 논란은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임에 틀림없다. 또한 '김치녀' 논란 역시 그 표현이 공영방송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부엉이'에 대해 고인을 모독했다 해석은 코너만을 두고 보면 확대 과장된 면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된 것은 일련의 논란들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일관된 느낌으로 다가오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최근 <개그콘서트>가 예전만 못하다는 대중들의 반응이다. 실제로도 최근 <개그콘서트>는 어떤 아이디어의 한계 같은 것을 느끼는 듯 보인다. 어떤 코너는 유통기한이 이미 지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여전히 비슷한 패턴만을 반복하고 있고, 어떤 코너는 지나치게 성적인 코드를 가미한 유머나 외모 비하로 일관되고 있어 보기에 불편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사둥이는 아빠 딸'도 오나미의 외모비하가 주요한 소재인 코너다. "아빠가 미안해"라고 에둘러 표현하지만 그것은 다름 아닌 외모를 지적하는 것. 1월에 종영한 '선배 선배'도 외모를 소재로 했던 대표적인 개그 코너다. 뚱뚱한 이수지를 내세워 그 외모 때문에 끊임없이 외면 받는 상황을 웃음으로 만들었다. 박성광과 박지선이 하고 있는 '크레이즈 러브'도 어쩔 수 없는 외모 소재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코너다.

또한 최근 <개그콘서트>는 남성들의 성적 소재화가 대폭 많아졌다. '힙합의 신'에 새롭게 합류해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성원은 허리를 돌리는 춤을 추면서 야할 듯 말 듯한 랩을 던진다. 전형적인 남성 댄서들의 느낌을 주는 동작이다. 작년 12월에 종영한 '나 혼자 남자다'는 아예 대놓고 남성을 성희롱의 대상으로 그리는 과감성을 보여주기도 했고, '이 개그맨들이 사는 세상' 같은 코너에서 잘난 남자 개그맨이 웃통을 벗는 장면은 이제 개그코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가 되었다.

외모 비하나 남성을 성적 소재로 사용하는 것은 늘 있어 왔던 개그의 소재 중 하나다. 그것을 갖고 윤리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런 외모 개그나 성적 소재의 개그가 말해주는 문제는 그 자체가 아니라 <개그콘서트>가 이런 간단하고도 손쉬운 웃음의 코드를 자주 사용할 정도로 아이디어와 소재의 빈곤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김치녀'에서 비롯돼 '부엉이'로 확대 해석되는 일베 논란의 양상도 그 근원적인 문제를 찾아가다 보면 맞닥뜨리는 것이 현재 어딘지 정체된 듯한 느낌을 주는 <개그콘서트>의 문제가 아닐까. 먼저 너무 길어진 방영시간을 좀 더 압축하고 그 안에서 개그 코너들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