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김병우 감독 "개봉 전 표절논란, 허망했다" [인터뷰]

이소담 기자 2013. 8. 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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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테러라이브

[티브이데일리 이소담 기자] 패기 넘치는 신인 감독이 등장했다. 배우 하정우를 내세워 충무로에 도전장을 던진 영화 '더 테러 라이브(제작 씨네2000)' 김병우 감독이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한강 마포대교 폭탄테러라는 최악의 재난 사태를 뉴스앵커가 독점 생중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하정우가 국민앵커 윤영화 역을 맡아 테러범과 팽팽한 대결을 펼친다.

'더 테러 라이브' 개봉 이튿날 서울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티브이데일리와 만난 김병우 감독은 21만 명이란 오프닝 스코어에 의외로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봉준호 감독 영화 '설국열차'에 맞서 선전하고 있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김병우 감독은 "우연히 개봉일이 같았다. 만들 때부터 '설국열차'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니니까"라며 "봉준호 감독과 함께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나 역시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감독이다. 대학시절 영화과에 다니면서 봉 감독의 영화를 보고 공부하던 학생이었으니 말이다"고 답했다.

'더 테러 라이브'에 대한 기대는 사실 그리 높지 않았다. 하정우가 원톱 주연을 맡았다는 것에서 그나마 관심을 얻었을 뿐. 하지만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더 테러 라이브'는 호평과 함께 '설국열차'와 맞대결에서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에 김병우 감독은 시사회 이후 주연배우 하정우와 3일 내내 술잔을 기울였다고.

"반응이 좋아서라기보다 갑자기 마음이 편해져서 술을 마셨다. 사실 몇 년 동안 마음 편히 술을 마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스스로 놀고 있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사회가 끝나고 그런 강박들이 갑자기 해소가 되니 둘이서 3일 내내 술을 마셨다. 하정우 씨는 주량 조절을 잘 한다. 매일매일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내일이 없이 마시진 않더라.(웃음)"

'더 테러 라이브'는 한달 반 가량의 촬영 기간이 소요됐다. 이러한 짧은 촬영 기간이 가능했던 것은 4년 반에 걸친 준비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태프들이 결벽증 환자라고 할 정도로 김병우 감독은 꼼꼼한 성격을 자랑했다. 2009년 초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시작한 '더 테러 라이브'는 2013년 여름에서야 완성됐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기존의 한국 영화보다 재밌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다른 영화들과 비슷한 선상에서 출발하면 작품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독창적인 형식들을 사용해서 풀어나가려 했다. 신인이니까 신인 감독만이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테러나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뉴스 속보를 보면서 같은 화면이 반복됨에도 불구, 상황은 긴박하고 긴장감이 넘쳐흐르는 걸 느꼈다. 그래서 관객들을 속보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에 앉혀놓고 싶었다."

김병우 감독은 MBC '백분토론'과 여러 뉴스 속보들 그리고 9.11 테러 보도 등을 언급하며 "너무나도 영화적인 화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테러 라이브'에 9.11 테러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음을 밝혔다. 그는 기존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신 실제 뉴스 보도를 보는 듯한 긴장감과 쫀쫀함을 주고 싶었단다.

"테러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흔히 나오는 장면들이 있다. 모두가 떠올리는 그런 장면들 말이다. 피해자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식의 장면을 굳이 왜 또 보여줘야 하나 생각했고, 그래서 이번 영화엔 그런 신들이 하나도 없다. 그럴 바에야 군더더기를 다 버리고 가장 중요한 장소와 인물만 끌고 가는 게 낫다고 봤다."

영화가 실제 영화 속 사건과 동일한 러닝타임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더 테러 라이브'도 한달 반 만에 촬영을 완료했고, 김병우 감독은 하정우에게서 이끌어 내고 싶은 것들을 모조리 끌어냈다. 촉박한 촬영 기간 때문에 김병우 감독은 하정우와 의견대립으로 언쟁을 벌일 시간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의견 대립이 있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있어야 싸우지 않겠나. 촬영 전에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계획했다. 갑자기 현장에서 대사가 마음이 안 든다거나 동선에 문제가 생기는 등의 일은 없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돌아갔다. 영화 성격상 사전준비가 철저하게 돼 있어야 했다. 영화가 긴박함을 놓치지 않아야 했던 것처럼 현장도 그렇게 돌아갔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김병우 감독은 후반 작업에서 편집은 물론이고 특히나 음악에 많은 신경을 쏟았다. 김병우 감독은 밴드 캐스커 이준오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두 사람의 협업이 이뤄졌다.

"영화가 긴박함을 놓치지 않으려면 음악과 사운드가 면밀하게 지속적으로 극을 받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들었다가 버리고 수정한 곡을 다 합치면 100곡이 넘을 것이다. 음악 자체는 좋았지만 장면과 맞지 않아 넣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집에서 혼자 듣곤 한다.(웃음)"

영화가 실제 사건과 동일한 러닝타임을 갖고 흘러가기 때문에 편집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실제와도 같은 긴박함과 라디오 스튜디오란 작은 공간 내 곳곳에 배치된 시계였다.

"'더 테러 라이브'는 엔딩크레딧을 제외하면 94분이다. 원래는 90분으로 구상했고, 시나리오도 그렇게 썼는데 조금 늘어났다. 시계가 화면에 걸리는 장면에선 미리 다 바늘을 맞춰 놓고 찍었다. 간혹 편집으로 오류가 난 부분은 CG(컴퓨터그래픽)로 작업을 했다. 그래도 대부분 무리 없이 촬영했다. 사전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신 순서를 바꾼다거나 대대적인 편집을 한 부분은 없다. 다만 속도감 때문에 덜어낸 대사들이 몇몇 있어서 설명이 약해진 부분도 있지만 영화 구조가 다 짜여 있기 때문에 괜찮았다. 설명을 하겠다고 시간을 더 써버리면 영화가 늘어진다. 늘어뜨리긴 쉽지만 그걸 다시 잡아 오긴 어렵다."

생방송 라디오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사건 대부분이 진행되기 때문에 김병우 감독은 편집을 통해 긴박감을 살리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작은 공간 안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주기 위해 하정우에게 안경을 씌웠다.

"안경을 쓰게 한 이유는 나중에 벗기기 위해서다. 윤영화의 의상도 소품도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선 자연스럽게 변화를 줘야 했다. 내부 공간도 마찬가지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안경을 쓰고 벗고 하는 등으로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커버하려 했다. 같은 그림을 될 수 있으면 만들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런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신인 감독으로서 보여준 의욕은 때론 오해를 불러왔다. '더 테러 라이브' 디렉터스 특별 예고편 공개와 함께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도 그 이유였다. 예고편 내용과 구성이 미국 EA(일렉트로닉아츠)의 콘솔게임 '배틀필드3' 홍보동영상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김병우 감독은 남몰래 속앓이를 해야 했다.

"기존에 만든 예고편이나 영상들 대신 심심풀이로 감독인 내가 원하는 다른 버전의 예고편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게임 음악을 사용했고, 게임 콘셉트를 가져와 서비스 개념으로 공개를 했다. 내부에선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었다. 음악사용에 대해 해결하던 도중 영상이 공개돼버렸고 표절 논란이 제기됐다. 설마 그 유명한 게임 음악을 내가 '아무도 모를 거야'란 생각으로 썼겠나.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 표절 논란으로 인해서 수년간 준비한 영화가 평점 테러는 물론이고 한 순간에 개봉 전부터 나쁜 평가를 받게 됐다. 정말 허망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이와 함께 개봉 후 알고 보면 정치색이 강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사, 테러범의 사과 요구에도 버티는 대통령, 단독 보도 욕심에 테러범의 전화를 생중계하는 앵커, 테러범이 마포대교 폭탄테러를 일으킨 원인 등이 그 이유로 거론됐다.

"'더 테러 라이브'는 계층 간의 갈등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 또한 담고 있다. 윤영화는 기성세대에 편입된 인물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범인이 왜 꼭 그래야만 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 때 형식이나 만듦새를 통해 새로운 한국영화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 다른 의도는 크지 않다. 영화 중간 만나게 되는 메시지나 주제의식 들은 나 역시도, 그리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느꼈던 부분들이지 정치적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것은 아니다. 그저 관객들에게 '더 테러 라이브'가 재밌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이소담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김한준 기자,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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