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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토크]'황해' 나홍진 "불륜 간통남들 싹 쓸어버리고 싶었다"

뉴스엔 2011. 1. 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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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글 김범석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집에 개념 보일러 놔드리고 싶은 영화'들이 버젓이 상영되는 요즘, '황해'(제작 팝콘필름)는 분명히 한국 영화가 그동안 밟지 못했던 지점에 도달한 스릴러다. 불친절한 내러티브와 도끼 난도질의 잔혹성, 모호한 결말 등은 역으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보여주는 뒷담화일 것이다.

도수 높은 검정 뿔테 안경과 밀지않은 수염 때문에 고시생을 연상케 한 감독 나홍진은 다소 의기소침해 보였다. 올 겨울 최고 기대작치곤 양이 차지않는 스코어 때문일 것이다.

최고급 셰프와 인력, 대리석 자재를 들여 이태리 레스토랑을 개업했는데 옆 분식집에 손님을 빼앗기는 모습이랄까. 아무리 육질이 부드럽고 풍미가 좋아도 모든 이들이 핏빛 감도는 레어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하진 않는 법. 미디엄, 웰던에 대한 수요도 존중해야 하고, 또 한 끼니 정도는 순대나 라볶이로 때워도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9일까지 210만 관객을 돌파한 '황해' 얘기가 나올 때 여지없이 나홍진의 동공은 커졌고, 니코틴 지수도 급격히 올라갔다. '황해' 러닝타임(2시간36분) 만큼 진행된 뉴스엔 '원샷토크'에서 그는 거의 담배 반 갑을 '아작'냈다. 가느다란 회색 담뱃재를 제때 떨어내지 않고 마치 묘기 부리듯 위태롭게 남겨놓으며 니코틴을 흡입하는 그의 모습이 불안하면서도 희극적으로 보인 건 왜 였을까.

★살인의 범행동기 치정, 원한

거두절미. '황해'를 둘러싼 엇갈리는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들리는 한 목소리는 '한동안 이런 웰메이드 스릴러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더 늦기 전에 나홍진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그래서였다.

-영화를 본 뒤 가장 의아했던 인물은 HK저축은행 김정환(박병은 분) 과장이다. 김승현 교수(곽병규 분)의 부인(임예원 분)과 내연의 관계였던 그가 이 무시무시한 사건의 출발점이었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다가왔다."쉽게 지나칠 법한 평범한 사람도 자본주의에선 마음만 먹으면 살인청부, 교사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조선족 구남(하정우 분)이 받은 착수금 액수는 달랑 50만원이었는데 이 돈이면 얼마든지 살인이 벌어지는 거다. 끔찍하지 않은가."

-김정환이란 인물의 출발점은."아주 평범한 회사원이다. 만약 그가 악마였다면 자기 손에 직접 피를 묻혔겠지. 겉보기엔 말끔한 샐러리맨이지만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살인교사범이 된다."

-은행 창구에 마주앉아 있던 김승현 교수 부인과 김정환 과장은 외도한 게 맞나."많은 관객들이 그렇게 보셨다면 그런 거다. 구체적인 묘사와 설명이 없지만 충분히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의 마지막은 항상 관객이 채워주는 거다. 그게 마침표든 의문부호든."

-'황해'를 관통하는 더 깊숙한 코드는 잔혹 보단 치정이라는 생각이다. 김승현 교수 부부는 배우자가 아닌 남녀와 각각 통정하고, 버스회사 사장 김태원(조성하 분)도 예쁜 부인이 있음에도 분당에 세컨드를 두고 산다. 또 이 세컨드 주영(이엘 분)은 김 교수와 눈이 맞았다."세상에서 벌어지는 살인의 범행동기 중 하나가 바로 원한과 치정이다. 내 배우자, 애인이 다른 사람과 몸을 섞는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돈 벌러 간 구남(하정우 분)의 부인 리화자(탁성은 분)는 남편의 악몽 속에서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며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영화에서 구남의 부인이 바람을 피운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처럼 치정은 상상만으로도 한 사람을 처참하게 무너뜨릴 수 있다. 최악의 경우를 떠올리며 악몽이 무한 증폭되는 것이다."

-구남에게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드는 건 그가 한 여자와만 섹스하고 싶었던 남자였기 때문일까."그럴지도 모르지. 구남은 자기가 만든 악몽을 스스로 키워가다가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광기에 사로잡힌다. 그건 꼭 구남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김정환 과장도 결국 탐욕 때문에 살인교사를 하고, 태원도 자기 여자를 빼앗겼다는 질투심에 부하들에게 일을 주지 않나."

-구남이 여인숙에서 옆방 남녀의 교성에 괴로워하고, 아내의 흔적을 찾아간 식당 주인으로부터 "여기에 부부가 얼마나 될 것 같냐"는 질문을 받는다. 대한민국을 간통, 불륜 공화국으로 고발한 건가."너무 몰아붙이지 말라.(웃음)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경찰 업무량이 폭주한 이유 중 하나가 간통 현장 동행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내 부인이 바람난 걸 숨기고 싶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일이 점점 늘고 있는 세상이다."

-줄거리가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평도 나온다."알고 보면 이 영화는 같은 얘기를 계속해 반복하고 있다. 구남은 아내를 찾으러 동분서주하고, 치정은 또 다른 치정을 낳고. 내러티브가 복잡하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지만 그 모호함은 다분히 의도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래도 너무 난이도가 높았다면 죄송할 뿐이다."

-김정환 과장이 사주한 두 조선족이 동포인 구남을 납치, 살해하려는 장면이 사족이었다는 평도 있다. 이런 질문, 재수없다면 죄송하지만."세 남자가 같은 조선족이지만 돈 앞에선 모든 게 무력해진다. 조선족을 비롯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들은 왜 한국에 왔고, 또 어떻게 살고 있을까. 돌아가긴 할까. '추격자'를 준비할 때 초등학생 쯤 돼 보이는 아랍 아이가 작업복 차림에 밥 먹는 걸 우연히 봤다. 그게 '황해'를 구상하게 된 계기였다."

★구남은 절대 사람 죽이지 않아

-긴 러닝타임(2시간36분)에 대한 후회는 없나."그게 참 많이 고민된 지점이다. 하지만 분명히 찍어야 할 이유가 있었고 현장에서 고생을 워낙 많이 해 들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편집실에서 한 장면 한 장면 보며 '어휴, 우리가 저걸 찍으려고 얼마나 개고생 했는데' 한숨 많이 쉬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것 같다. 감독은 촬영할 땐 시나리오 쓰던 기억을 몽땅 잊어야 하고, 편집할 땐 또 촬영하며 겪었던 일을 딜리트(delete)해야 한다. 그래야 더 크리에이티브해지는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김윤석 선배는 연출을 해도 된다'고 말했는데 그는 실제로 연극 '지하철 1호선'의 연출자이기도 했다. 혹시 디렉션하기 껄끄러웠다는 표현의 다른 말 아니었나."아니다. 연기만 하기엔 너무 재능이 아까운 분이라는 뜻이었다.(웃음) 고개를 살짝 15도만 틀어달라는 디렉션도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분이다. 매커니즘을 워낙 잘 아시니까. 본인이 알아서 척척 움직여준다. 더 놀라운 건 동선과 주어진 대사에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같이 일하며 늘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다. 진짜다."

-하정우는."정우씨는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품성도 굉장히 뛰어난 친구다. 마지막 울산에서 밀항 장면 찍을 때는 겨울바다에 뛰어들어야 했는데 입수하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을 거다. 볼수록 놀랍고 무서운 배우다."

-'황해' 속 구남이 어느 대목에선 나홍진 감독을 닮아있더라. 잘못 본 건가."정우씨 화낼 것 같다.(웃음) 어떻게 제가 감히."

-구남은 아내를 찾으러 한국에 오지만 솔직히 죽이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구남이 서울에 와 흉기를 소지한 건 가재도구가 헝클어진 아내의 방을 본 직후다. 악몽이 현실일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든 구남이 서서히 악마가 되는 거다. 하지만 구남은 영화 끝날 때까지 무고한 사람을 한명도 해치지 않는다."

-구남이 칼을 남대문시장에서 점퍼 살 때 구입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처음엔 나도 그럴까 생각했다.(웃음) 그렇게 하면 너무 쉬워 보일 것 같았다."

-남대문시장과 강남고속터미널 장면을 촬영한 날이 하정우의 생일이었다는 걸 알았나. 그날 밤샘 촬영하는 바람에 정우씨가 저녁 약속을 취소했다고 하더라."오죽했으면 그랬겠나. 구남의 머리 길이가 날마다 조금씩 달라져 다음날로 촬영을 미루면 또 아침에 머리를 다듬어야 했다. 시간을 아끼자는 취지였다."

-촬영하며 기상 여건은 어땠나."날씨 때문에 촬영 접은 날도 많았다. 촬영 끝나고 날씨, 일조량 신경 안 쓰고 사니까 너무 행복하다. 요즘 촬영하는 스태프, 배우들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 않다."

-구남이 망망대해에서 갈아타는 한국 어선이 행복호였다. 복선이었나."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촬영하던 날 섭외된 배를 처음 봤는데 뱃머리에 그렇게 써있더라. 구남이 밀항 브로커를 찾아가는 장면도 시나리오엔 봉주르로 돼있지만 그런 이름의 룸살롱이 없어 요설궁으로 바꾼 거다."

★조감독 시절 별명은 어리바리

-태원의 내연녀 주영은 결국 살해된 거라고 봐야 하나."그렇겠지. 설마 두 괴한이 주영 집에 급박하게 올라가 '저 이삿짐 옮기러 왔는데요' 했을까?(웃음)"

-태원이 겁에 질린 주영에게 마지막으로 "너, 나한테 할 말 없냐. 후회가 되네. 자꾸"라고 말한 뒤 퇴장하는 장면도 소름 돋았다."보통 살면서 그런 얘기 많이 주고받지 않을까 싶었다. '너 그때 왜 그랬냐?'고 따지면 순순히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속으로 '내가 그때 미쳤지. 왜 그랬을까' 자책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주영은 후자였을 거다."

-'추격자' '황해' 때문에 감독이 무척 어둡고 음습한 사람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글쎄, 진짜 선입견이다.(웃음) 밝고 차갑고 어둡고 미지근하고 그런 여러 가지 면이 다 있다. 우연찮게 두 편의 영화가 스릴러일 뿐이다. 저 그렇게 무섭고 어두운 사람 아니다. 코미디도 얼마나 해보고 싶은데.(웃음)"

-말 나온 김에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뭔가."YTN과 다큐 채널을 주로 본다. 디스커버리에서 하는 다큐에 한번 꽂히면 하루 이틀 밤을 꼴딱 새운다."

-'대물'이나 '시크릿가든' 같은 드라마엔 관심 없나."연속극은 지난 줄거리를 모르니까 집사람한테 '저 사람 왜 저러냐'고 묻게 되는데 그때마다 아내가 집중 안 된다며 짜증을 내 잘 안 보게 된다.(웃음)"

-다운 받아서 봐도 될 텐데."그럴 시간에 게임채널을 보거나 인터넷 게임한다. 대학 때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고, 요즘엔 플래시 게임에 빠졌다. 실력은 필요 없고 시간은 어마어마하게 잡아먹는 그런 게임 있지 않나. 뭔가에 한번 중독되면 잘 헤어나오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며칠 전에도 식음을 전폐하고 3일 밤낮으로 게임을 해 새해부터 아내한테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핀잔을 들었다.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가 재떨이를 뒤덮고 책상을 다 차지하고 있더라. 내가 왜 그랬지, 미쳤지 싶었다.(웃음)"

-폐인 기질이 다분한데 혹시 야외 취미 활동은 안 하나."집에 틀어박힐 때는 꼼짝 안 하지만 산도 좋아한다. 전국에 가볼 만한 산은 거의 다 가봤다. 빡세기로 유명한 강원도 홍천 11사단 수색대 출신이다. '추격자' 하면서 저질 체력이 됐지만 연출부, 조감독 시절엔 펄펄 날았다. 농담 아니다. 주위에서 골프를 배우라고 하는데 구멍에 공 안 들어가면 성질 더 버릴 것 같아 안 한다. 그럴 시간에 대학 때 좋아했던 낚시나 바둑을 둘 것 같다."

-만약 사회부 기자라면 지금 뭘 취재해보고 싶나."너무 진이 빠져서 그런지 요즘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살았으면 제일 좋겠다.(웃음) 그래도 기자로 살아본다면 잠복취재 같은 거 한번 해볼 것 같다. 대신 회사에서 세달간 나를 찾지 않는 조건일 때만."

★경찰 신뢰하고 존경한다

-일종의 관습이겠지만 극중 경찰 공권력을 조롱한다는 말도 있다."그건 너무 겉모습만 봐주신 해석 같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시스템에 갇히면 능력 발휘를 못하게 되는 걸 우화처럼 꼬집은 적은 있지만 전 경찰을 존경하고 신뢰하는 사람이다. 친한 경찰도 되게 많아 그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안다. '추격자' 때는 형사분들 마음을 얻으려고 밀대 들고 바닥 청소도 한 적 있다. 뒤꽁무니 쫓아다니면서 '영화 만들려고 하는데 같이 지내고 싶다'고 매달렸다. 그러다 식권도 주시고, 하루는 범인 잡으러 가는데 기동대차에 태워주시더라. 덕분에 리얼한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황해'의 태생적 한계일 수도 있는데 영화가 오히려 조선족을 비하했다고 비판하는 의견엔 어떻게 반박할 건가."그분들의 애환, 슬픔을 다룬 것이지 절대 깎아내릴 의도는 1%도 없었다. 전혀 반대의 얘기라고 생각한다."

-옥에 티라고 생각하는데 청부살인을 하는 김정환 과장이 명함을 너무 쉽게 뿌린 것 아닌가. 그것도 두 명에게나."그렇지 않다. 상대 신원을 정확히 알아야 청부살인을 할 수 있다. 잔금 문제도 있지 않겠나. 착수금은 대포통장이나 다른 방법으로 받는다쳐도 잔금은 어떻게 받을 건가.(웃음) 사실 제 입으로 말하긴 겸연쩍지만 옥에티는 따로 있다."

-뭔가."태원의 헤어스타일이다. 곱슬머리였다가 금방 풀리고 좀 자유분방했다.(웃음) 체크하지 못한 제 실수다."

-개병이 도는 연변에서 온 택시운전수 구남. 구가 혹시 개구(狗)인가."개는 아니다. 아홉 구(九)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감독이 '이렇게 봐 달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여러분 상상이 다 맞는 거다. 관객이 보고 잔인하다고 하는데 '저희 영화 잔인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촌극이다."

-구남이 편의점에서 핫바 먹는 옆사람을 훔쳐보는 장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웃음이 나오더라."구남의 허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뭔가를 먹게 해주고 싶었다. 컵라면 먹은 뒤 디저트로 핫바까지 욕심냈는데 그 사이 김승현 교수 건물 셧터가 내려져있는 설정이 괜찮을 것 같았다."

-총 맞은 구남이 겨울산을 넘어 울산에 가는 건 거의 무장공비 수준이었다."아니다. 구남처럼 절박한 처지였다면 누구나 그렇게 갈 수 있다. 울산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높이감을 보여주고 싶어 100명이 장비 들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는데 그날 하필 안개가 너무 자욱했다. 제작부에서 '스케줄 안 나온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그날 찍어야 했다."

-김윤석이 족발뼈를 휘두른 면가 은신처 장면도 말이 많다."사실 그 신은 좀 장르적으로 가보자고 했던 장면이다. 무술감독과 '킬빌'의 한 장면처럼 우회시켜 보자고 의도한 건데 김윤석 선배의 연기가 너무 리얼해서 그 의도를 잘 살리지 못했다. 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

★ 아내는 '금발이 너무해' 취향

-신혼인데 아내는 '황해' 보고 뭐라고 하던가."사실 집사람은 '금발이 너무해' 같은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제 영화를 싫어하거나 못 보진 않는다.(웃음) 시사회에서 보고 '고생했네'라며 무덤덤해 하더라. 제작 과정을 너무 잘 아니까 별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신혼집이 한남동인데 자가인가."왜 그런 것까지 묻나. 옥수동에서 전세 산다. 한남동 살고 싶은데 돈이 없다.(웃음)"

-인터넷에선 주로 어딜 서핑하나."네이버, 다음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메일함 체크하는데 90%가 스팸이다.(웃음) 영양가 없는 메일 발견해 휴지통 넣는 게 일이다."

-학창시절 별명은 혹시."특징이 없어서 별명도 없었다. 조감독 할 때 '어리바리'로 불렸다. 동생 보단 형들한테 인기가 좀 있었고."

-조감독 생활이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라는데 그런 '아더매치유'를 어떻게 견뎠나."힘들고 귀찮은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데 그래도 유일하게 견딜 수 있었던 게 바로 영화였다. 노동이라고 생각했다면 절대 못 했을 거다.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또 있을까."

나홍진에게 "신체 중 가장 자신 있는 부위가 어디냐"고 물었을 때 그의 옆에 있던 스태프가 "감독님 손이 섬섬옥수"라고 귀띔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고, 왜 그러세요"라며 두 손을 장딴지 밑으로 얼른 감추는 나홍진을 보며 이 사람이 진짜 '추격자' '황해'를 찍은 사람이 맞나 싶었다. 헤어질 때 악수하며 잡아본 그의 손은 진짜 하얗고 미끌미끌했다. 그는 끝으로 이런 말을 남긴 뒤 횡단보도를 향해 뛰어갔다.

"'황해'를 성원해주신 관객 분께 일일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100명이 넘는 스태프와 배우들이 죽을 각오로 찍은 영화입니다. 그들의 땀과 노력을 발견해주신다면 제 가슴도 뛸 것 같습니다."

김범석 kbs@newsen.com / 이재하 rush@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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