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궁' 황태자 주지훈 '싸가지 왕자?'

2006. 2. 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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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로맨스를 그린 MBC 수목드라마 '궁'이 방송되는 날이면 TV 앞에 앉은 여자들은 모두 '신채경'이 된다. 드러내놓고 열광하는 초등학교 여학생부터 "미술이 훌륭해 보는 것뿐"이라며 짐짓 점잖은 체하는 30대 노처녀까지 이 남자가 냉정하면 부아가 치밀고, 이 남자가 다정할 땐 애간장이 녹는다.

'궁'의 도도한 황태자 주지훈(24). 주인공 '이 신'역을 맡아 채경 역의 윤은혜와 밀고 당기는 사랑싸움을 벌이고 있는 그는 요즘 오가는 차량 안에서 잠깐 눈 붙이는 시간을 빼곤 따로 수면시간이라는 게 없다. 매일 80~90통씩 쏟아지는 팬레터, 벌떼처럼 찾아오는 소녀 팬들, 한 달 새 5개나 들어온 광고 등 인기를 실감케 하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채집되는데도 정작 본인은 실감을 못하고 있다.

촬영 중 잠시 짬을 내 세트장 한 켠에서 만난 주지훈은 말끝마다 자신의 연기가 미숙하다고 '강조'했다. 차가우면서도 맑은 미소가 이 신 역을 찾고 있던 황인뢰 PD의 눈에 띄면서 벼락 같은 행운을 거머쥔 그는 처음에 제안을 받고는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고민을 했다고 한다. "저렇게 큰 역할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내가 다 망쳐놓는 건 아닐까 너무 두려웠어요."

황 PD의 혹독한 연기지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아, 나는 재능이 없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힘들어요. 혼나는 건 힘들지 않지만,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능력이 안 따라줄 때면 어쩔 수 없이 깊은 자괴감에 빠져요. 하지만 요즘은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서도 단 1분이라도 더 연습하려는 여유를 찾았죠."

매회 두세 번씩 극중 파트너 윤은혜로부터 '싸가지 왕재수'라는 욕을 듣는 주지훈은 '실제로도 그렇냐'는 뻔한 질문에 파안대소부터 했다. "사실은 제 별명이 '꿀'이거든요. 명랑쾌활하고 누구한테도 화를 잘 안 내요. 지구상에 제가 화를 내는 사람은 아주 친한 친구 2~3명 밖에 없을 걸요."

'왕자병'에 대한 정의도 독특하다. "왕자가 갖고 있는 마음의 병으로, 사람을 진심으로 못 믿는 증세. 가장 친한 사람에게도 보호막을 쳐야 하는 상황에서 차갑고 냉정한 태도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 이 남자의 국어사전에 '왕자병'은 고독의 동의어로 등재돼 있다.

주지훈 역시 많은 신인 연기자들이 그렇듯 알 파치노나 송강호, 최민식 같은 배우를 존경하는 연기자로 꼽는다. 하지만 그가 가장 본 받고 싶은 배우는 뜻밖에도 두 살 연상의 조승우. "송강호씨나 최민식씨 같은 선배들을 보면 저런 게 연륜이구나 싶어 한편으론 안심도 되는데, 조승우씨는 정말 자극이 돼요. 나이차도 거의 안 나는데, 정말 감탄스럽고 부러워요."

패션모델 출신 탤런트는 이러하리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주지훈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적어도 그 달의 베스트셀러는 빼놓지 않고 다 읽는 게 원칙인 그는 지난 주 극중 민효린(송지효)과 서점에서 만나는 밀회장면을 찍으면서도 막간을 이용해 다섯 권의 책을 샀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전작을 다 읽었어요. 하루키의 그 건조한 느낌이 너무 좋아요. 염세적이고, 세상 다 산 사람 같은 그 느낌이 뭐랄까, 사각사각 서릿발을 밟는 느낌이에요. 그 드라이한 어조가 오히려 읽는 사람의 감정을 더 북받치게 하는 것 같아요. 꼭 영화 '봄날은 간다'처럼 말이죠."

3월 16일 '궁'이 종영하면 태국이나 호주, 일본 등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주지훈. 그러나 영화를 하고 싶다는 그의 희망에 부응하듯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뮤지컬 쪽에서도 무수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어 그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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